기사원본 : http://www.ddanzi.com/news/37234.html


2011. 10.27. 목요일

죽지 않는 돌고래

1.

 

지난 6.2선거, 군소언론들은 십 몇 퍼센트 차로 진다며 패배감을 확산시켰으나 본지는 박빙을 예상해 막판 러쉬를 이끌어낸 바 있다. 0.6%차로 패했기에 더 분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졸라 가난한 주제에 현존 언론 최강의 정보력을 갖춘 본지, 390일만에 전국에 퍼져있는 1천만 딴정원(딴지정보원)에게 너부리 하나(군대로 치면 진돗개 하나에 맞먹음)를 발령해 전면전에 대비했다.

 

272개국에서 각자의 일에 충실하던 1천만 딴정원 요원들, 오랜만에 너부리 하나를 발령받고 수고 많았다. 그 노고, 격하게 치하한다. 다만 아직 게릴라전 및 고소도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분간 너부리 둘을 유지할 것을 명하며 본론 들어간다.

 

 

2.

 

 

본지, 트위터로 엄청나게 설레발을 쳐댔지만 사실 오후 1시가 넘어 사태파악을 끝낸 상태였다. 오후 1 30분에 종합한 결과는 전체 투표율 50.3%, 박원순 나경원 후보의 격차는 6-7%로 여기서 얼마나 더 벌어지느냐가 관건이라는 데서 결론을 내렸다. 본인이 트위터에서 이긴다라고 자신하고 8.85% 격차를 예상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렇다. 내기는 처음부터 공정하지 못했다.

 

본인, 신자유주의의 절대적 지지자에 가카 팬인 거 잊지마시라.

 

 

 



그런데 왜 오후 5시가 넘어 설레발을 쳤느냐. 4시의 보고에 이어 5시에도 나경원이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있다는 상황이 접수된 것이다. 물론 딴정원 내부에서는 현 시간대의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으며 퇴근 러쉬가 이어지면 처음 예상대로 갈 것이라 결론 내렸다. 하지만 선거란 게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딴정원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지지선언이나 나꼼수의 대박이 보수의 집결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비도 늦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또 0.6%차로 지면...' 이라는 마음이 설레발로 이어졌다.

 

본인, 논설위원 파토와 함께 20106 3일 새벽, 서울시청 광장에서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탕을 직접 취재한 장본인으로 그 허탈함과 패배감을 똑똑히 새기고 있다.

 


 

이런 사진을 찍고

 


 

새벽에 귀환해 이런 풍경을 보면 본인 설레발, 이해 갈 거라 본다. 그냥 투표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근소한 차이이긴 했지만 4시에서 5시 사이엔 계속 지고 있었다그리고 7시경, 8-10프로 우세라는 마지막 보고를 받고 안심했다.

 

 

3.

 

정확히 390일 전,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다시 서울시청 광장을 찾았다. 긴 말 필요없다. 보시라.

 

 

 

 

신기했다. 어떻게 이리도 비슷한 느낌이 날까. 390일 전,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사람들이 딱 저렇게 좋아했고 딱 저렇게 신나했고 딱 저렇게 촛불을 들었다.  

 

 

급조된 시민 악대가 흥을 돋구었다. 시민의 평, ‘허접하다!’ 였다. 그래도 다들 좋았다. 지금은 뭘해도 마냥 좋은 분위기다. 부른 노래는 조선일보에서좌파 지지자들, 여권 공격에 성경 찬송가 도용해 파문 일어라는 제목으로 메인에 박았던 그 기사의 주인공, ‘내곡동 가까이

 

10 26, 오후 11 46, 좌파지지자들의 이 악령에 찬 노래가 서울의 중심에서 울려 퍼졌다. 하여 조선일보는 또 기사 쓰시면 되겠다. '종북주의자들, 서울 중심가 점령' 이쯤이면 좋을 거다.

 

스카우트하면 본인이 쓴다.  본인, 신자유주의의 절대적 지지자에 가카에게 밤의 대통령이라고 칭찬받는 게 꿈인 사람인 거 잊지마시라.

 

다만 팀장급은 안된다. 만년 팀장 지겹다. 스카우트는 편집국장 이하 안 받는다. 난 잘생겼으니까.

 

 
이어서 시민들의 격렬한 요구에 김제동 등장.
 
 
'이거 들어 주셔야죠' 라고 누군가 박원순 포스터를 건네자 김제동이 말한다.
 
'뭘 이미 다 됐는데 이런 걸'
 

 
김제동,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 박원순은 적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든 저의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고 코미디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이란 자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가끔씩 잊어버리게 된다면 반드시 일깨워 드릴 겁니다. 그게 여러분들의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금만 밉보이면 당신도 끝나~라는 걸 알려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모두 비정규직이란 거 알려주십시요. 당신들이 거기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으면 당신들 역시 해고될 수 있다는 거 알려 주십시요.'
 
그리고 이번 선거는 승리와 패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었고 권력이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기에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자기 방송에서 해고되도 너무 걱정하지 마란다. 그래도 잘먹고 잘 산단다. 고소, 고발 당하는 사람, 많이는 말고 한 두명씩은 벌금 내줄 수 있다고.
 
 
그렇게 김제동이 큰절을 하고 내려갔다.
 
 
 
4.
 

 

00시32분, 박원순이 박영선의 손을 잡고 등장한다. 인파와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다.

 


일단 다같이 만세. 

 

 

 

 '저, 야권단일후보, 시민후보 박원순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제가 익숙했던 이름이고, 지금은 서울시장 박원순입니다'

 

포문을 연 이 한마디로 시민들의 흥분도를 단박에 최고조로 올린다. 토론을 보고 말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대학생을 시작으로 인권변호사로 그리고 시민운동가로 지금까지 평생을 현장에서 버텨온 남자다. 

 

이른바 모태 사나이.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말을 잇는다. 손학규, 박영선, 유시민, 이인영,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빠짐 없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박원순,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3일만에 39억원의 돈을 마련해준 시민들, 조직이 없을 때, 유모차 부대를 끌고와 도와준 시민들, 언론이 공격할 때,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도와준 시민들에게 고개 숙이며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 행정이 아니라, 시민 여러분과 소통하고 함께 서울시를 끌어가겠습니다'

 

 

'용산참사와 같은 잔혹한 일이 이땅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의 고귀한 땅과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의 휴식이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환호성을 받은 말,

 

'서울광장은 앞으로 시민 여러분의 것입니다.'

 

 

5.

 

남은 임기 2년 반, 이 안에 서울시 바꾸기 힘들다. 어떤 천재적 행정가가 와도 힘들 거다. 업무 파악하면 임기 끝난다. 더하여 사사건건 물고 늘어질 거다. 하지만 박원순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에 섰다.  

 

힘들 거다. 죽어라 해도 안되는 일 많을 거다. 막상 서울시청에 들어가 보면 상상도 못했던 설거지감들이 쏟아질 거고 야권단일후보로서 받았던 지지만큼 공격이 쏟아질 거다. 노무현에게 했던 방법대로, 한명숙에게 했던 방법대로.

 

버티고 가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바닥에서 시작해 사람을 설득하고 돈을 모으고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고 또 마지막엔 미련 없이 항상 새로운 일을 위해 후임에게 모두 넘겨주었던 것처럼, 당신이 시민운동 했던 방식 그대로, 그렇게 가야 한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 온다. 도저히 버티기 힘든 순간 온다. 타협하고 스스로를 져버리고 싶은 순간 온다. 시민을 배신하고 싶은 순간 온다. 

 

그런 순간이 오면 아래의 사진을 보기바란다.   

 

 

 


 

모두 당신을 바라볼 때 찍은 사진이다.

 

이상이다.

 

 

 

트위터 : KIMCHANGKYU

 

 

기획취재부 팀장 죽지않는돌고래(KIMCHANGK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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