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창규 기자가 실제 주인공인(저의 객관적 판단입니다)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외에 챙겨보는 만화가 있다. 배진수 작가의 <파이게임>이다. 

이 만화는 체제에 올라탄 나약한 인간 집단이 어떻게 불평등을 감수하지 않고 다 때려부술까, ‘넨장, 빨리 뒤집어 보라고..! 엉..?! 일케 일케 욜케 해서 엉..!?!’ 이라는 응원의 관점으로 1화부터 빠져들어 보고 있다. 

 

뜬금없는 의문인데 왜 지폐에는 오만_원이라는 식으로 띄어쓰기 안하는 걸까. 아... 고유명사라 그런가. 흠.


매번 코인을 남발해도 결론을 짐작할 수 없지만 공고한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대가리를 어떤 방식으로 빠갤지 매화 기대한다. 계속 안해주는 게 문제긴 한데 여튼 매화 그것만 기다린다(아 쫌!). 

2.
나의 컨텐츠 취향은 범죄, 계급, 극한, 세계관 반전, 한정된 공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를 대충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단어는 불평등이다. 

마침 이 단어는 시대정신을 내포하고 있고 나는 이 만화가 지금의 시대정신 위를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방금,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대정신 위를 흐르는 작품을 봤다. 

최근 나온 김성희, 김수박 작가의 <문밖의 사람들>이다. 

 



3.
<문밖의 사람들>은 시사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았을, 사회면에 등장하는 뉴스의 배경에서 시작한다. 대기업의 하청에 재하청 문제, 파견 문제. 큰 기사지만 큰 기사처럼 다루지 않는 대표적 예.


이런 주제는 과연, 재미 없다. 허나 대기업의 하청에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내 동생의 이야기, 파견 노동자인 내 친구의 이야기라면 다르다. 옆에서 숨쉬는 나랑 친한 인간의 사연, 이 만화는 그걸 해낸다. 


물론 김수박 작가는 매번 그걸 해내는 사람이지만 이런 주제로도 해낸다. 힘든 일인데 그걸 매번 하니까 평범한 얼굴을 한 변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철권에서 캐릭을 폴로만 잡고 기술도 붕권만 쓰는데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으음. 

 

철권을 안해본 사람에겐 죄송한 비유라 대충 다른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시속 80킬로로만 공을 던지는데 모든 타자를 삼진아웃으로 잡는 느낌으로도 얘기할 수 있겠다. 


4.
뭐 여튼. 

 

하청에 재하청, 파견에 재파견된 사람들은 능력이 그러니 돈을 좀 못 벌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능력주의의 환상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게 자업자득이라고 암암리에 생각하게된 노예의 세상에서, 죽어도 되고, 실명해도 되고,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곳까지 점프한 차도살인의 세상에서(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문밖의 사람들>은 역시 시대정신 위를 흐른다.

 
해서 <파이게임>과 <문밖의 사람들>은 독자 타겟도, 장르도, 이야기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내게는 손잡고 온다. 


5.
참고로 이 글을 쓰는 나는 치과의 진료 의자 위에 누워있다(... 까지 쓰고 사실 치과를 나왔지만 뭐 여튼 계속 쓰자면) 얼마 전에 사랑니를 뽑은 이후, 실밥을 빼러 치과에 왔다가 앞 쪽 환자들의 치료가 길어져 50분째 진료용 의자에 누워 있는데, 그 사이에 <문밖의 사람들>을 읽었고 아주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 이걸 쓰고 있다. 


치과용 진료 의자 위에 누워 만화책 한 권을 보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지만 그 만화를 보면서 6번 정도 울뻔한 것도 특이한 경험이다. 


우리 동네 치과 의사는 사람이 좋아서 눈시울이 붉어진 나를 보며 갑자기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 하는데, 너무 기다려서 눈시울이 붉어진 건 아니지만(그렇다고 내가 울 인간으로 보이는 것도 곤란하지만)덕분에 치료도 잘 받은 것 같다.

 
치과에서도 통하는 작품이라니, 흔치않다.

 

202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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