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7살의 서희(가명)는 부모로부터 10원 한 푼 받지 못했다. 다행히 ‘능력’이 좋다. 해서 요즘 세상에 불가능한 일을 자주 한다. 회사가 짜증나면 바로 사표 쓰고 이직한다. 지금껏 10군데의 직장을 옮겼다.

2.
그는 서울에서 직장 다니며 반지하 원룸에 산다. 10년간 직장 다니며 나름 열심히 돈을 모은다. 학자금 다 갚고 통장에 1억 2천을 찍는다. 누군가에겐 큰 돈, 누군가에겐 작은 돈. 10년에 1억 2천을 모으려면 1년에 1200만원을 모아야 한다. 한 달에 100만원을 저금해야 한다.

3.
10년이 되는 날, 반지하 원룸 월세를 벗어나자, 생각한다. 부동산에 간다. 오늘따라 행색이 초라해 그런가, 월세를 벗어나겠다 말해서 그런가, 그럴 듯한 집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서희는 통장에 1억 2천이 있다.

부동산 사장에게 말한다.

“저기 빌라 얼마예요?”
“아, 거기 없어”
“저 돈 많아요! ㅋㅋ”
“저기 매물은 없고 전세는 2억 5천”

서울의 중심가도 아닌데, 직장 근처의 좋아 보이지도 않는 빌라 전세가 2억 5천인가. 10년간 죽어라 일해 1억 2천을 만들었는데 저 빌라에도 들어가지 못한단 말인가.

서희는 지난 10년은 무엇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그날 외제차 매장에 가 통장에서 6천 만원을 현금으로 뽑아 차를 샀다.

4.
딱히 이 얘기의 교훈은 없다. 필진 한 분(이야기 되게 재밌게 함)이랑 집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다 나온 본인의 이야기로 그냥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해 옮겨 보았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