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창간 14주년 기념, 본격 서스펜스 액션 대하 역사극 내맘대로 비망록 ~ 딴지일보와 나! 두둥~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다음에 읽으시면 글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말해주셔야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딴지일보와 나 9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시 대논쟁史'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뭐 꼭 읽으라는 건 아니고 중심 기사와 반론, 재반론 기사를 링크하니 보든지 말든지.

http://www.ddanzi.com/news/6218.html - 파토의 소녀시대 (파토)
http://www.ddanzi.com/news/6223.html - 파토는 가증스런 그 입을 다물라! - 소시 유리일원론 공리 확립을 위하여 (신짱)
http://www.ddanzi.com/news/1445.html - 소녀시대의 꿈 (파토)




19.

당신은 파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곧 딴지키드 몇 세대인지를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캐나다가 한국의 속국임을 밝혀낸 남자? 서태지와 단독 이너뷰한 남자? 한국에 인디 개념을 가져온 기타리스트? 다큐멘터리 대상을 받은 방송 작가? 외계인 이야기로 세계여행을 다녀온 글쟁이? 혹은 한지수 사건? 아니면 어떤 잘생긴 후배 집에 놀러와서 오겹살 500g을 구워먹은 후, 한턱 내기로 해놓고 쌩까는 선배?

모든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그는 천가지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났으며 그 얼굴은 중국의 변검을 보는 듯하다. 나는 제 3자의 냉정한 시선이 알고 싶었고 누나라고 부르는 한 예리한 정치인에게 파토형에 대해 물었다. 평생 사람을 대하고 설득하는 것이 직업인 만큼 본질을 꿰뚫는 어떤 답변을 기대했다. 그녀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걍 소덕후 아냐?' 

유.가.릿.


20.

딴지일보 역대 '센스최강'이자 '인재를 보거든 신짱에 물어라'는 소리륻 들을 정도로 용인술에 출중했던 신짱은 일찍이 그에 대해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도량은 장강을 덮고 의협심이 천하를 다스릴 만하다. 외모가 출중하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니...'

죄송하다. 컨트롤 브이를 쓰다보니 나에 대한 평가를 가져왔다. 다시, 

'많은 업적을 쌓았고 오리온 근처의 버나드별 출신 외계인과 2번 잤다. 소시 4년에 윤아를 군주로 거병했다 배신하여 제시카 휘하에서 오호대장군의 지휘를 얻는다. 허나 진심어린 충심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배신할지 알 수 없는 인물로 큰일을 맡기는 것은 시기상조다' 

신짱이 가지는 도덕성... 같은 건 없을 테고 신뢰성으로 판단컨데 그것이 정답일 확률은 충용무쌍이

'근육질 X태성욕자에 불기둥 성대모사를 완벽하게 해내며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필독형 조차 한대 깔 자세가 되어 있는, 좀 정신이 나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안 나가있는 것 같기도 한데 청소는 결벽증 환자보다 더 완벽하게 해서 <우와~ 충용은 청소가 적성인가봐. 앞으로 사무실 청소는 충용이 다하면 되겠네>라고 하면 <사람들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당께> 라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치며 야리는 후배일 확률'

과 같다.

즉, 120%라는 뜻이다. 특히 나의 경우, 악의로 도배된 소녀시대 성상납 만화를 역추적해가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소녀시대 멤버 이름을 처음 알았을만큼 그녀들에 대한 지식이 미미했다. 하지만 이미 학계에 널리퍼진 신짱의 '유리일원론'에는 아무도 큰 모순점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며 쫌쑤끼나 뿌코같이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는 본인의 수제자들도 '새로운 관점과 명쾌한 논증'이라며 극찬을 던진 바 있기에 적지 않게 신뢰하는 편이다.

요는 '유리일원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만큼, 公理 확립을 이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公理 확립이 公利로 승화되어 사회 저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행정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해 보일 것이다. 본인이 한때 심취한 미시경제학에서는 '유리일원론'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의무화될 경우, 안정된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의무 유리'가 4대강 주변의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면 더 이상 한강이 흙탕물이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는 '유리일원론'으로 얻게 되는 경제효과가 환경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점차 '의무 유리'가 확대되어 대학까지 진입할 경우, 나는 반값 등록금도 꿈이 아닐 거라고 본다.

물론 약간의 경제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예측가능한 결과이므로 굳이 미시경제학적 관점에서 잘난척하며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독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일 테니까. 다만 파토는 끝끝내 '유리일원론'에 동의하지 않았고 신짱형이 그의 아집을 미리 계산하여 '허벅론'까지 제시했음에도 베스트 5에 유리를 넣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는 관념론에 심취해 세상의 실재를 보지 못하는 몽상가라고 봐도 좋다.  


21.

나는 오래 전부터 파토형을 존경해 왔다. 하지만 '제 1차 소시 대논쟁' 이후, 합당한 논리와 타당한 의견 조차 귀기울이지 않고 독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그의 모습에 실망했다. 나는 유리의 남자친구도, 그녀를 1:1로 만난 적도 없으며 초콜렛을 선물받은 적도 없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독자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세상의 모든 여자가 내게 선물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기자의 양심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합당한 이론에는 그에 준하는 논리를 갖추어 반론함이 예의다. 그것은 '딴지人'을 '딴지人'으로 있게 해준 단 하나의 진실이며 '구뤠이트 딴지人'이라 불린 역대 선배들이 온갖 패러디와 조롱 기사 속에서도 잊지 않고 지켜낸 소중한 가치다. 본인이 총수형에게 '형 월급! 썅! 월급 반만 주지 말고 다 달라고!'라고 하면 총수형이 '니가 벌어와 ㅆㅅㄲ야!' 라고 하는 정도의 '합리성'은 충족해야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상식적인 총수형의 이런 반론 태도야 말로 '딴지人'에게 있어선 긍지의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고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즉 이것을 어긴 순간 더 이상 '딴지人'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파토는 끝끝내 '유리일원론'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망쳤다. 우리 사회가 소녀시대를 論함에 있어 사회적 公利나 개인의 理性을 무시한 채, 단지 자신의 이기적 感性과 저열한 취향만을 앞세워 그녀들을 따른다면, 나는, 이 땅에 未來가 없다고 확신한다.

나 또한 우리사회가 '유리일원론'을 받아들일만큼 진보적이지도 않고 완벽한 체제(체제의 경우는 '유리일원주의'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구분할 필요가 없기에 굳이 나누어 표기하지 않겠다. 학자들은 '유리일원주의'에 대해 '혁신 민주주의', '新민주주의' 라고 부르기도 한다.)도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연구조류로 볼 때 신짱형의 주장에는 몇몇 미시적인 오류가 발견되었고 '유리 선두론' 또는 '유리, 서현 쌍두마차론' 같이 시대에 맞춘 개편안이 합리적이라 본다.

물론 '현아 覇王주의'이나 '유이 女帝주의', '크리스탈 天女주의' 같은 훌륭한 체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사회가 발전하고 사민주의가 완전히 정착되면 언젠가는 그런 체제로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할 순간이 올 거라 본다. '크리스탈 天女주의'는 프랑스의 68혁명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기에 유럽으로부터, '유이 女帝주의'는 유물론에 입각한 과학적 사회주의의 결정체라 불리므로 러시아에서, '현아 覇王론'은 자본주의의 결점을 완전히 제거한 완성본이라 불리므로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거라고 본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쨌든 파토형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부터 그가 巨惡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 한다. 진리를 정면에서 마주볼 용기가 없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기합리화의 덫에 빠진다. 그가 '유리일원론'에서 도망가 '윤아 극강론'을 주장한 순간부터 자신이 쌓아 온 모든 것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파토에게 영광을 가져다 주었던 '빛나는 이성'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최소 '유리, 윤아 쌍두마차론'을 주장했어야 했고 그것이 논설위원 따위가 아닌 논설우원이라는 직함에 걸맞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설리, 아니 진리 앞에서 도망쳤다. 마지막까지 '리비도'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혹자는 그래도 大선배에 해당하는 파토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며,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죽지 않는 돌고래'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권력 앞에 당당했고 내부 비판의 선봉에서 온갖 적대감과 싸워왔기 때문이다. 고로 딴지의 선배가 아니라 딴지 할애비가 와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의 비겁함이 오직 그 자신만을 향해 있었고 그 결과를 온전히 스스로 책임질 수 있었다면 나는 그를 이토록 강렬히 비난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2.   

내가 분노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윤아 극강론'에서 '제시카 선두론'으로 옮겨 가며 딴지일보의 신뢰성을 추락시켰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그것도 사회적 공리나 팩트가 확실한 사안에서 우주대사가 달린 논조를 장난치듯 바꾼다면, 과연 누가 딴지를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BBK나 4대강 따위가 아닌 '소시 大論爭'이라는 전 지구적 주제 앞에서, 그것도 논설우원이라는 자가 앞장서서 말이다. 딴지일보는 이 사건으로 우리가 조롱하고 패러디하는, 즉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쉬이 의견을 바꾸는 극우 보수 언론들과 다를 바 없음을 증명했다. 이는 딴지일보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으며 신짱 선배가 안식년을 가진 것도 '소시 大論爭'에서 보여 준 파토의 실망스러운 태도와 이를 수수방관하는 총수의 편협한 조치 때문이었다.

더이상 조선일보의 'IMF사건'을 비웃지 마라. 그 누구도 '조갑제'를 변절한 영혼이라 비웃지 마라. 딴지일보 파토가 '소시 대논쟁'에서 보여준 저열함과 비겁함의 이중주는 한 언론이 십수년 이상 쌓아론 신뢰를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급기야 그가 '소희 제왕론'을 주장할 때, 나는 그에 대한 모든 존경과 한가닥 남아있던 신뢰마저 나메크 행성으로 던져 버렸다.

'소희 제왕론'이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 체제며 어떤 지역에서는 사민주의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안다. 다만, 며칠 사이에 인간의 근원과 본질에 관한 문제에 대해 3번이나 주장을 바꾼다면 아무도 그에게 理性이 있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 누구도 '윤아 극강론', '제시카 선두론', '소희 제왕론'을 동시에 주장하지 않았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만약 그런 자가 있다면 그는 미친 사람이거나 스스로의 이성을 불태워 버린채 자기배반의 감옥에 갇힌 존재일 것이다. 


23.

하지만 삶이란 이토록 처참한 것이었던가. 딴지史를 아는 이라면 누구나 수치스러운 그 날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天下의 딴지人'이라고 자부하는 이들 마저도 파토의 '윤아 극강론', '제시카 선두론', '소희 제왕론'을 합쳐 '3론 합론'을 하자는 더러운 야합에 굴복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파토는 '구국의 결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3론 합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딴지에서 그의 세는 확장일로였다.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얻은 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당시 딴지일보 명동 사옥 주변의 꼬마 아이들은 아래와 같이 노래를 불렀다.  

'파토는 총포(총수가 입던 예복)를 속옷으로 입고 있다네~ 3론 합론 파토는 총포를 속옷으로 입고 있다네~'(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겉옷을 벗고 스스로 총수를 칭할 수 있었다는 의미) 

나는 도처에 깔린 기회주의자들의 벌레같은 적대감을 앞에두고 혈관에 흐르는 5리터의 피를 쥐어 짜내며 외친다. 파토의 '3론 합론'은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는 기회주의적 발상이자 60억 딴지스의 딴지적 염원을 무시하는 더러운 야합이었다고. 나는 평생 '기획취재부' 라는 3D부서에서 살아갈지라도, '꼬마 딴지일보'에 쓸쓸이 혼자 남아 눈물 흘릴지라도, 내 소시를, 아니, 내 소신을 지켜낼 것이다.

한때나마 존경했고 '3론 합론'이전까지 추종했던 그의 영혼에 아래의 시를 바친다.



과거의 선배에게


파토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한때는 합리적 이성의 전달자였으나
이제는 이기적 감성의 추종자가 되었네

생의 대부분을 理性 위에 군림했고
理性과 더불어 살아온 행성Z의 남자여

당신이 보여준 합리의 강건함은
한때는 정의의 정점에서 춤추었고
이제는 불멸의 저열함으로
제시카의 불나방이 되었다

과거에 탁월했던 가장 어린 논객은
미래에 가장 나이 많은 소퀴의 자리에서  
비극적 내일을 맞으리니

세월 앞에 누그러진 영광과
산화된 전설의 성정이
이제는 므기토의 언덕에서
테테테테테테엘미를 외친다

아무도 아끼지 않을 편협의 상징
논리의 균형추를 스스로 던져 버린 헛된 권위자
그리고
위대한 소퀴의 왕이시여

가장 화창한 날에
소희의 비욘세에 脫넋하여
정제되지 않은 피의 감성으로 
우리의 욕망마저 강제한   
그대 이름은 비겁자 파토다

(후렴구 : 지지지지 지지 베이베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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