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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2022년 창고 정리를 하다가 문득 올리고 싶어져서. 장기간 심리적, 물리적으로 고립되거나 고립을 선택한 경험이 있는 인간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정은 제각각이나 그 경험을 오랜 기간 나누지 않고 삭힌 결과(이게 포인트), 기이한 매력을 지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왜 그런 것에 마음이 가는지 모르지만. 19. 선배가 노트에 적어준 내용은 지금껏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1. 살인자를 제압하는 방법 2. 강간범과 대화할 때 필요한 것 3. 조폭과 마약사범에게 지시할 때 참고 사항 27. 다만 이곳은 내 평생의 가치관들이 재정립되는 공간이라는 것에는 여부가 없다. 30. 지금도 잘 이해 가지 않지만 기존 수용자들은 자신이 아는 신입 수용자들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10월호 발행 : な형용사는 입자이면서 파동입니다

1.어학의 세계에는 언제나 정체불명의 존재가 숨어 있습니다. 명사인 것 같으면서, 형용사인 것 같은, 애매하게 경계에 서 있는 말이 존재하지요. 일본어에서는 그것이 な형용사입니다(일본 문법체계에서는 “형용동사”라고 부릅니다).2.칼로 자르듯 공부하면 영원히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어학은 의외로 양자역학과도 닮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한 단어가 어떨 때는 입자이고 어떨 때는 파동이 되는 셈이지요.3.이번에 끝낼 な형용사의 교훈은 단순합니다. “애매하다(曖昧(あいまい)だ)”. 일본어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입니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허나 흐릿한 경계와 모호한 구석을 가졌기에 새로운 문장이 싹트고 어마어마한 포괄성이라는 가능성을 지닙니다.4.그러니..

네이든 - 공식은 성립되어 있다

나는 공식이 성립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 ...그나저나 9월은 여의도 산책하기 좋은 달인데 이리도 빨리 지나가니 아쉽군! 장메이와 같이 있을 때는 뇌의 작용이 평소와는 달라요. 사랑에 대한 공식은 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누군가 널 사랑한다는 건 너에게서 뭔가를 봤기 때문이야. 수학적으로 얘기하면… 너에게 가치가 생긴 거지. 물론 항상 쉽진 않아. 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상대방이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거겠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 난. 못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결말이, 어른의 만화인 이유. 1권정말이지 화가 난다. 나 자신에게어른의 실력을 보여줘도 되겠습니까?괜찮겠습니까? 최선을 다해도......?시즈오: 그래서 나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아버지: 빨리도 하는구나. 그리고 맘대로 해라. 딸: 그래서? 시즈오: 아니, 가족들에게는 알려야지 싶어서. 내 결심을. 아버지: 쓸데없는 일로 부르지 마!시즈오: 어? 안 기뻐요? 나 정도가 되면 내면으로 승부를 거는 거야. 너희들 같은 애들이 내 매력을 알 리 없지. 가르쳐주지. 다나카. 진짜 남자란 말이지. 남자한테 인기가 있는 거야. 나처럼!호모예요? 아냐!저 바뀌었어요! 뉴 다나카입니다!그래...(엄청 후드려 맞은 뒤...)내가 이겼다고 볼 수 있지. 어떤 의미에선. 2권꿈과 이상만으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다는 것..

최고급이란 무엇인가

1.과거, 키나 쇼키치와 인터뷰 중 아래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2. "그러니 생각해 보게. 우아하기만 하면 그 맛이 옅어서 만족할 수 없지. 중간은 역시 어중간하고, 저질은 썪었지. 중간은 저질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아. 아래가 있어야 하니까. 고로 고급은 중간이 없으면 역시 존재할 수 없어. 이 말이 무엇이냐. 정확하게 이등분 할 수 없다는 뜻이야. 예능이나 만화에서 야한 농담을 하는 것도, 과학기술에 대한 것도 다 같은 거야.내가 보기엔 고급만으로는 부족해. 저급, 중급, 고급, 모두 합쳐져야 최고급이 되는 거야. 그러니 최고급 안엔 모든 게 다 있지."3. 이 말을 인터뷰집에 실은 줄 알고 오늘 문득 생각나 책을 뒤졌더니 나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인터뷰 맥락과 맞지 않아 스스로 편집한 듯 싶다..

■   잡담 2025.09.04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9월호 발행 : 아마테라스에서 나루토까지 / 9월호(1주년)

1.포도주엔 그리스로마 신화가, 사케엔 일본 신화가 들어 있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나누는 잔, 야쿠자가 의형제를 맺는 형제의 잔, 신사에 바쳐지는 오미키(御神酒(おみき))가 있지요.잔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그 잔이 이어주는 관계는 다릅니다. 남과 여를 잇고, 혈연이 아닌 이들을 가족으로 만들며, 신과 인간을 잇습니다. 사케는 일본에서 인간 관계를 묶는 끈이자 신과 인간의 매개체였던 셈입니다.2.이번 호에서 다룬 일본 건국 신화의 한 장면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여덟개의 머리가 달린 뱀을 무찌르게 해준 것도 ‘사케’지요. 스사노오(아마테라스의 남동생)가 놓아둔 여덟 항아리의 사케에 괴물이 취했고, 그 틈에 목이 잘립니다. 그리고 꼬리에서 나온 검은 훗날 텐노가에 전해지는 삼종신기의 하나가 됩..

김규식과 그의 시대 그리고 정병준 : 세상에는 참으로 거인이 많다

정병준.내 평생 이 분 책 중 아무거나 한권을 골라 그 반의, 반의, 반만 되는 퀄리티로 써도 내 인생작이 될 듯 하다.세상에는 참으로 거인이 많다.아래는 최근 돌베개 인터뷰 용병으로 기고한 글. ■『김규식과 그의 시대』 정병준 저자 X 김창규 편집장사학자 정병준… 으론 부족하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자료를 발굴, 역사의 빈 공간을 메우는 탐험형 사학자 정도면 얼추 맞다. 그의 주종인 한국 현대사는, 위험하고 논쟁적이며, 빈틈투성이의 자료를 자랑한다. 해서, 사학자들의 기피 종목이기도 하다. 그는 “시대가 선생님이고, 보는 자료가 선생님”이라는 신념으로 뚜벅뚜벅, 치밀하게, 걸어왔다.정병준이 11년간 심연을 탐험한 인물이 있다. 조금은 낯선 이름, 김규식.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1시..

잡담록: 새벽 퇴근과 보상 2025.08.25

1.새벽 1시 넘어서까지 집중하다 방금 퇴근했다(컴퓨터 앞에서 타자만 두드리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8시간이 증발했다! 지구는 왜 나를 빼고 공전과 자전을 하는 것인가...!).이럴 땐 문자나 전화가 와도 눈치채지 못해, 반가운 연락을 놓쳐 아쉽다. 허나 누군가 기억해준다는 건 또 얼마나 고맙고 위로받는 일인지. 2. 퇴근 택시 안, 이마까라 니홍고에 오늘 달린 댓글을 본다. 사라진 주말,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다.

■   잡담 2025.08.25

천개의 파랑 - 오직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이해받을 수 있다면.

1.매년 "책의 해" 사업이 진행된다. 문체광부와 민간단체가 함께하는 대표적인 출판계의 민관 협력 사업으로 운 좋게도(내가 아니라 출판계와 문체광부가. 으응?!) 2년간 사회자를 맡았다. 책을 읽고, 작가와 수다를 떨고, 독자들의 질문도 받는, 뭐 그런 형식. 책방 DJ 같은 느낌이랄까. 그때 만난 작가 중 한 명이 천선란이다. 북토크가 끝난 후, 특정 인물의 심리 묘사가 어찌 그리 정밀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심리를 알 수밖에 없는 처지라 궁금했는데 내 알기로 작가는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없다.작가의 답은 짧고도 명료했다. "관찰이요"과연. 2. 사회를 볼 땐 항상 끝을 어찌 할지가 고민인데, 의 경우, 를 생각하고 극장문을 열었는데 였다, 고 마무리했다. 8. 내가 추론해낸 바를 말하자면, ..

여중생 A -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런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아

15년 동안 직장에서 참 많은 이가 떠나고 또 들어왔다. 걔중, 매번 "님 좀 짱인 듯"이라고 외치며(물론 속으로) 애정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추천해준 만화책이다(꽤 오래전인데 창고 정리를 하면서 문득 올리고 싶어졌다).어렸을 때 고생이 많았고, 내향적인 동시에 내성적이었으며, 좀 모난 구석이 있는 데다, 의외로 특정 부류의 인간에겐 꽤 잔인한 면도 있는 친구였다(사실 그 부류의 인간이 나였음에도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이상하게 믿음이 갔고, 또, 좋았다. 나에겐 없는 것이 있었다. 나와 함께 하느라 참 고생이 많았지만, 스페인 속담에 "항상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바람이 부는 날도 있어야 비옥한 땅이 된다"고 하던데, 그 친구가 지금 그렇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