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4년 정도 쓴 LG 세탁기에 누수가 발생, A/S를 받아 호스를 교체했다. 세제통과 연결된 호스 문제였다. 허나 일주일 정도 쓰니 다시 미세 누수가 발생, 세탁기 소음이 둘째 하나 울음소리만큼 커진다.

두 번째 A/S를 받았다. 누수 문제는 해결,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 누수로 인해 세탁기 통을 제어하는 필수 부품에 녹이 발생한 게다.

녹이 슨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시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녹으로 인한 미세한 접촉불량으로 인한 불협화음, 즉, 소음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2.
비용을 듣고 으음, 했다.

해당 부분은 웬만해선 고장나지 않는 곳으로, 완전한 수리를 하려면 세탁기를 전부 열어 부품을 교체해야 하기에 인건비 앤드 부품비용이 30-40 든다고 했기 때문이다.

기사분도 4년이 넘어가는 세탁기에 그 돈을 쓸 바에야 차라리 좀 더 쓰고 세탁기를 바꾸는 게 낫겠다 조언했다.

3.
믿고 쓰는 LG 가전, 당시 가장 인기가 좋은 세탁기가 4년 밖에 안돼 큰 고장이 난다는 게, 의아하다(세탁기와 냉장고는 LG 가전을 썼고 항상 만족스럽게 사용했기에).

넨장, 돈 좀 들게 생겼군, 했다. 소음이 커진 세탁기는 여간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게 아닌 동시에 본능적으로 위험할 것 같아 서둘러 바꾸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이번에 뽑기를 잘 못했다 치고 다시 LG로 가느냐, 아니면 경쟁업체로 갈아타느냐, 혹은 제 3지대에 발을 딛느냐, 무리를 해서 고장만큼은 나지 않는다는 독일 가전으로 가느냐 등이 고민으로 다가왔다.

4.
각종 물건에 변태적, 아니, 비상한 관심과 철학을 가진 "마성의 불가사리(신입 필진)"에게 좋은 세탁기를 추천해달라 했다. 헌데 잡담 중 이 일을 얘기했더니

‘응? 그거 소비자 잘 못 아닌데! 소제기 ㄱ ㄱ. 소장 써줌.’

이라는 얘기를 꺼낸다.

이때 섬광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어, 그러고보니 세탁기가 고장난 게 내 잘못만은 아니네? 이렇게 빨리 주요 부품이 고장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는 자웅을 겨룰만한 일 아닌가?

5.
내게는 사안을 바라보는 내적 기준이 있다. 그건 '마음에 찌꺼기가 남느냐, 마느냐'다. 즉, 찝찝하면 최대한 빨리 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사람이든, 뭐든... 으응...?).

해서,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내 가족이 불편을 겪으니 해당요소를 제거하고 다른 것으로 바꾸는게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다.

헌데, 불가사리 덕에 카드 하나가 더 들어온 셈이다. 오. 이 건을 법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구나! 그런 카드를 쥘 수 있다는 게 일단 재미있고 한켠으로 흥미진진한 일이다. 내게는 참신한 발상이었다.

이 카드를 얻은 후, 최초의 고민은 이랬다.

‘세탁기 가지고 소장 쓰고 그러면 좀 찌질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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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여기까지 생각하니 아래 사건이 떠올랐다. 대기업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이벤트가 마감된 페이지까지 수정하며 배째라, 하다가 최수진 변호사에게 잘 못 걸린 사건

202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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