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종교, 특히 기독교엔 일자무식이다. 지난 글에 종교계 분들이 팔로우하시고 JMS 탈퇴자분들이 까페에 가져가시니 부끄럽다. 

이 분야는 공부가 짧으니 JMS에 무지한 평범한 사람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는구나, 정도로 참고하시면 좋겠다. 

2. 
정조은. 

현재 40대 중반의 이 여성은 원년 멤버는 아니지만 1998년부터 약 26년을 ‘섭리’에 올인했다.

(참고로 정조은에 대한 실물 자료가 부족해 일본 쪽 자료를 많이 찾았다. 일본에선 JMS나 기독교복음선교회라는 말보다 ‘섭리’라 부르는 경우가 많아 나도 이게 입에 붙는다. 한국에서도 내부에서는 이 표현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정조은은 흔히 말하는 '상록수' 출신으로 #나는신이다 방송에서 충격을 준, 야한 옷과 자극적인 멘트를 했던 부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명석과 성관계를 가지기 위해 뽑힌 멤버’다. 

3.
이 멤버로 뽑힌 이들 상당수가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다. 아무리 빠졌다고 하지만 ‘육사랑(정명석에 의한 강간)‘을 당한 관계자들의 증언을 보면 대부분 혼란과 충격의 연속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정서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이성의 평형선이 무너졌을 때, 운 나쁘게도 정명석을 만났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정조은이 처음 상록수가 되어 ‘그 방’에 들어갔을 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후로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표현이 조금 이상한데 나는 그 경험이 궁금했다. 정밀히 하면 그 경험 이후의 변화다. 인간은 경험에 의해 자극을 받아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경험이 부정적이라면 반드시 트라우마를 남긴다. 

내 상식으론 저런 인간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후의 삶 전후는 반드시 다를 거라 생각한다. 상식 차원의 문제다. 

정명석이 강간한 이의 수는 정밀히 알 수 없지만 어림잡아 수천 명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3천 명이라면 3천 명에게 트라우마가 발생했고 그 수만큼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4.
'상록수'였던 탈퇴자의 글에 근거하면, 이 ‘첫 경험’은 정명석이 자고 싶은 여자를 고른 이후 지시가 하달되는데 그 전의 후보군은 다른 '선배 상록수‘ 혹은 ’ 월성‘에 의해 준비 과정을 거친다. 

’상록수‘는 쉽게 말해 정명석과의 성관계를 위한 대기조로 후에 신앙스타라는 이름으로 바뀐다(메이플이 신앙스타였다). ’월성‘은 정명석과 성관계를 한 번 이상 한 사람을 가리키는데 후에 ’ 수‘로 이름이 바뀐다. 

예를 들어 한 상록수 탈퇴자의 수기에 따르면 다른 상록수에 의해 "모텔로 장소를 옮겨" 간 다음, 카메라 앞에서 "여보, 오늘 밤 제 자궁 속으로 놀러 오세요.", "주님 위해 창조된 동산이에요" 따위의 말을 하며 정명석에게 보낼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다. 

‘사이비들이 그렇지! 미쳤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아무리 '믿음'이 강하다 해도 인간이 여기서 충격과 수치심을 받지 않을 리 없다. 당연히 그 전의 준비 과정이 있다. 

또 다른 탈퇴자의 수기를 참고하면, 처음부터 옷을 벗거나 비키니를 입는 건 아니다. 차근차근, 그러니까 원피스, 짧은 치마, 좀 더 노출이 심한 옷, 비키니, 이후엔 누드 등 단계별로 부담감을 줄여간다. 


인간이니 당연히 노출이 심해지면 동성 간에도 부끄럽지만 이쁠 때 몸을 남겨 보자, 교주한텐 보내진 말고 이 사진은 그냥 바디 프로필로 가지고 있자 등의 말로 사람을 속인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믿고 따르는 언니 혹은 목사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이니 신뢰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게 된다(여기까진 본인의 교주가 성폭행범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게 어떤 노련한 '언니' 혹은 '목사'를 만나 자연스레 프로필을 만들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실상은 정명석의 포주일 뿐이다.  

이후, 정명석이 비키니, 나체 사진 혹은 영상을 보고 성관계를 가지기로 지시를 하달하면, 선배 '상록수' 혹은 관리하는 '목사'가 정명석의 방에 밀어 넣는다. 이때 정명석이 보여준 행태는 추잡함의 끝판왕이다. 여기서 딱히 묘사할 필요는 없고 어쨌든 정신적 살인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경험이다. 

본인은 물론, 본인 주위 사람들 모두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이 자신을 강간한다. 강간이 아니라 진정한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한다.  

특히 원치 않는 성관계가 난교 단위로 가면, 정신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질 듯한데 주위 ‘언니'들은 계속 본인을 설득하거나, 위협하거나, 교리를 들먹이며 정당성을 강조하니 혼란은 가중된다. 과거엔 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신도의 나체를 본떠 동상까지 만들어 놓을 정도니 기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나면 다행일 진데 정명석의 마음에 들었다간 그가 섹스를 하고 싶을 때 자다가도 관계를 가져야 하는 삶이 지속된다. 당연히 이따금 임신도 된다. 

김도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경우, 지정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를 하는데 그 의사조차 과거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한 의대생 출신이다(이후 정명석의 행동이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이제는 탈퇴한 상태라고 한다). 

실제 이 정도 충격과 혼란을 받으면 사람은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다. 자살한 사람이 많다는 증언이 탈퇴자의 글에 많이 남아 있다. 강간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죗값은 정명석은 물론, 그를 도왔던 선배 상록수나 목사 중 그 누구도 받지 않았다. 

5.
정조은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서 탈퇴자들은 정조은도 같은 과정을 거쳤으나 JMS 내에서 전무후무한 ’ 포주‘ 역할을 해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 포주‘까지는, 그리고 거기서 ’ 목사‘까지 가 나름의 부귀영화를 누린 이는 있으나 그 이상까지 도달한 이는 JMS 역사상 정조은이 유일무이하다. 

그럼 그녀는 정말로 ‘육사랑’, 즉 강간이 메시아의 뜻이라고 믿었을까. 지난 26년간,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데, 최근, 2시간 8분짜리 녹취본이 아닌, 30분짜리 요약본에서(두 녹음은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처음으로 본인 입으로, 그 당시를 추측할 수 있는 언급이 나온다. 

(참고로 2시간 8분 녹취와는 달이 이 요약본은 본인이 검수를 거친 뒤, 정충신을 통해 올렸을 것이기에 정조은의 시각이 분명하게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저에게 묻습니다. 조은이는 몰랐냐고요? 저는 1999년, 98년 말에 전도가 되었습니다. 전반기를 조금이라도 거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17세. 이성적으로 아무것도 모른 사람이 그 무엇을 알았겠습니까. 고로 알았으나 알았어도 몰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육사랑을 절대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이건 아니구나, 했는지, 그 순간부터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으나, 본인의 입에서 말한 내용에 근거하면 

‘당시 나이 17. 나도 피해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그런 행위는 강간이라고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정도로 나는 받아들였다. 

6. 
정조은도 피해자다. 맞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가해자임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본인과 정명석 외에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17살 혹은 그로부터 큰 시간차를 두지 않고 육사랑(즉, 강간)을 당한 뒤, 누구보다 큰 혼란을 겪었으리라 예상한다. 물론 내가 확인한 정조은의 영상만 보자면, 그녀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정명석 앞에서 춤을 추며, 활짝 웃고는 어땠냐고 물어보고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정말 본인이 원했는지, 적어도 그때는 '납치' 상태임을 인지하고 살기 위해 그랬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웹상에서 노출이 심한 옷 무리 사이, 검은 양복을 입은 정명석 왼편, 긴 머리를 한 반짝이 옷을 입은 여성이 정조은이다. 영상에 의하면 그날 정조은이 정명석 앞에서 처음 춤을 춘 날이다)   

헌데, 이 사람이 다른 '상록수'와 다른 점은, 그 충격으로 탈퇴하지도 않았고, 어정쩡한 상록수에서 뒷방 상록수가 되어 그냥 호의호식한 것도 아니고, 교단 내에서 우월감을 느끼며 조용조용 산 것도 아니고, 자살한 것도 아니며, 총애를 받아 목사 정도에서 끝난 게 아닌, 그야말로 전국을 넘어 세계로 돌아다니며 교단을 이끄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것도 아니고 일인자가 본인과 동급이라고 선언하는 지점까지 갔다. 

이는 정말로 놀랍다. 

7. 
한국의 수많은 사이비 종교는 대부분 교주의 절대적 카리스마에 의존한다. 해서 교주가 죽거나 감옥에 가면 자연히 교세가 줄어든다. 

허나 정조은만은 달랐다. 무려 '메시아'가 감옥에 간 사이에 교세를 더 확장시킨다. 더 대단한 건(적절한 표현을 못 찾겠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고(종교를 믿는 인구는 나이가 적을수록 더 줄어든다), 뻔한 소리에 잘 속지 않을 10대, 20대들을 되려 '논리'로 설득해 내어 JMS로 이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말이다(그중 한 명이 메이플이었다). 

그 점이 정조은이 다른 ‘상록수’와는 다른 점이며, 한국의 수많은 사이비 종교 이인자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참고로 앞의 '논리'를 잠깐 설명하자면 JMS는 성경이 비유고 이에 대한 원뜻을 자기들이 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조은의 설교 영상을 보면 마치 수학 풀이하듯 성경을 설명하는데 나로선 내용을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으나, 모르고 봤다면 굉장히 설교를 잘하는 종교인이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8.
잠시 타임 테이블을 정리해 보자(여기서부턴 추정을 조금 섞어 볼 생각이다). 

정명석이 도피 생활을 시작한 게 1999년. 정조은이 JMS에 들어온 게 1998년. 그러니까 정조은이 정명석의 마음에 들었을 때는 본인 말대로, 그리고 성관계 이전의 다른 멤버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회장님 맘에 막 들었는데 그 회장님이 수배되어 도피 생활을 시작한 시기가 정조은의 입교 초창기에 찾아온다. 

정명석에겐 분명 수많은 충신들이 있었을 것이나, 개중 짬밥이 있는 상록수들은 함께 도피 생활을 하며 회장님 수발들기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강간의 충격에 탈퇴를 하거나 사라진 상록수 말고 그 와중에도 곁을 지키며 함께 기득권(?)에 들어간 상록수의 경우, 이 인간의 본질을 어느 정도 알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 이 인간은 밥 먹고 그 짓만 하는구나. 한데 교단 분위기상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생명 수준의 위험이 닥칠 게 뻔한데… 이 인간이 그 짓 할 때 빼고는 지금 내가 누리는 게 나쁘지 않고…’ 

이미 누릴 거 누리고 사는 짱짱한 선배 상록수와 월성들은 그 위치에서 섣불리 탈교했다간 어떤 위험한 일이 닥칠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실상을 알게 된 마당에 ‘힘든 일(?)’은 하기 싫으니 마침 정명석이 맘에 들어라하는 정조은에게 그 일을 맡긴다. 악랄한 다단계 회사의 느낌인데 어쨌든 정조은은 기꺼이 그 일을 해낸다. 

’쟤가 지금은 회장님 맘에 들었지만 저러다 훅 가는 거 모르네. 얼마나 많은 애들이 갈렸는데.‘

아마도 포주 역할을 한 정조은의 선배들은 이런 마음 아니었을까. 새로운 20대, 그리고 미성년자까지 강간하는 이 사람에게 정조은이 영원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헌데 정조은은 그 일을 열과 성으로 해낸다. 힘들 때 자기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그녀에게 정명석은 걸맞는 신뢰와 총애를 준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모든 인간 사회가 그렇듯, 많은 질투와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뚫고 나간다.   

9.
그녀는 고속승진의 대명사 그 자체였다. 정명석이 자신의 대리를 맡기는 것도 모자라, 2006년엔 ‘성령상징체’라는 선언까지 해버려 더욱 입지를 올려준다.  

그러니까 글로벌 기업(?)의 17살 신입사원이 회장의 총애를 받아 회장 대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7년이다. 불만이 나올 법한 상황이라 여기저기 말들이 터져 나오지만 회장님의 절대적인 신뢰와 비호는 물론, 실적(?)이 워낙 좋으니 함부로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정조은은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지금까지 그 지위를 지켜낸다. 

한국 사이비 역사에 찾아보기 힘든, 희귀하고 기괴한 이인자다. 



추신: 짧은 공부지만 역사를 훑어보니 이런 사람, 이런 단체와 평생을 싸워온 김도형 교수가 참으로 대단하다. 

추신 2: 1, 2편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기에 더 이상 '여기선' 볼 수 없습니다.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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