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L 우롱차를 들이키는데
'그랜마'가 생각났다.
왜 갑자기 이 사람이 생각났을까.




'그랜마'는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녀는 이제 막 부임한 초임교사로
우리는
그녀 인생의 첫번째 학생들이 되는 셈이다.




나는
방금전에 그녀가 우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쁜 놈'이라고 울먹이며 말하던 것까지.





그 날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만 우연히 선생님의 생일을 알게됐고
쵸코파이 한통을 사들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돈을 거둬 쵸코파이 한통을 더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에 쵸코파이로 케잌을 만들었다.







'그랜마'는 울었다.
그리고
울먹이며 '나쁜놈...'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친구 몇명과 교무실에 앉아
반성문을 썼던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노트 한장을 찢어 소설을 적어서 냈다.
소설은
'나무가 있었다...'로 시작해서
'뿌리가 썪었다...'로 끝난다.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나는
교묘히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열매가 잘못된 건 결국 그 뿌리가 썪었기 때문이라는.
잘못은 학생에게 있다는 말이 아니라
선생님에게 있다는 내용 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가리키는 선생님은 '그랜마'는 아니었지만.







그랜마는 반성문을 조용히 돌려 주었다.
나는 아직도 그 반성문을 가지고 있다.
-
몇년 전까지 나는 내가 너무 교묘하게 쓴 탓에
그녀가 그 내용을 못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가 그때의 내용을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화가 났다.
내는 왜이렇게 속이 좁았을까.



어느날
'그랜마'와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규야. 난 니가 하는 말이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니가 하는 행동 중에 어떤게 진짜고 어떤게 장난인지
모르겠어- 왜 그런지- 가르쳐 줄수 있겠니?'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







보고 싶다. 그랜마.
그리고
많이 미안했어요.
당신은 진짜 좋은 선생님이야.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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