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 8점
아케가미 아키라 지음, 이연승 옮김/디자인하우스

67. 일본어를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 지은이 이케가미 아키라, 옮긴이 이연승 / 디자인 하우스

1 1쇄 찍은날 2001.01.10

 

 일본어의 문제점 ①

                    표준어인가? 공통어인가?

 

NHK의 아나운서나 캐스터가 말하는 일본어는 표준어라고 흔히들 말한다. ‘표준어東京教養ある家庭言葉(도쿄의 중산층 주택가에 사는 교양 있는 가정의 말)’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도쿄의 방언 중 하나를 표준어로 채용한 것이다. 하지만 표준어라고 하면 그 이외의 방언은 표준에서 벗어나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뉘앙스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것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표준어라고 하지 않고 공통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전국 어디에 사는 일본인에게도 통용되는 공통의 말이지만 그것이 방언보다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밖에 はこうおもいます。(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하면 되는데도 「私的にはこううんだけど(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라는 표현도 있다. はこういます」라고 하면 단정짓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자신의 주장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것을 피한 표현인 것이다. 이것은 「わたしにはこううけどもちろんあなたえがあるんでしょ自分意見固執しないから、どうぞってみて。(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물론 당신 생각은 다르겠죠. 내 의견만 고집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 의견을 한번 말해 봐요.)」라는 뉘앙스가 뒤에 느껴진다.

 

 

あのけないだから(저 사람은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라고 어떤 사람을 칭찬하려고 한 말이 「あいつはおのことを信用出来ない人間っていたぞ(저 사람은 널 신용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말했어.)」라고 잘못 전해지면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잘못된 사용법이 어느새 시민권을 얻어 일반적으로 쓰이는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 けない」라는 말의 경우에는 맞게 쓰는 사람과 틀리게 쓰는 사람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けない」라고 칭찬한 것인데도 잘못 전해져서 「 ける(신용할 수 없다)」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슬픈 일이다.

 창피를 무릅쓰고 고백하면 나도 한때는 「 けない」가 신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けない」라는 말의 おけないけない라고도 쓴다. 나는 ない라는 부정형의 어감에서 나쁜 뉘앙스의 말이겠지하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또 「 けない」는 「せない(방심할 수 없다」라는 말과도 어감이 비슷하다. せない도 부정형이어서 둘을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실은 「」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けない걱정하다, 마음에 걸리다, 마음을 쓰다라고 할 때의 「」이다. , ‘상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다시 말해 편안하게 사귈 수 있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고 스스럼이 전혀 없는 상대, 이런 상대라면 けな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사람이라면 けない라는 말의 의미가 잘못 전해져도 그 친구가 뒤에서 내 험담을 할 리가 없어라고 웃으며 얘기해 줄지도 모른다.

 

 

 일본어를 알파벳으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일본어를 과거에 두 번이나 버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明治초기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일이다. 1872년에 나중에 문부 대신이 된 모리 아리노리(森有礼)가 일본어를 버리고 영어를 국어로 채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874년에는 니시 아마네 (西周)가 알파벳은 문자가 26개뿐이고 쓴 대로 읽고 읽는 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언문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본어를 알파벳으로 표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메이지 초기의 문화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 몇 명이 한자를 없애자는 등, 일본어의 개혁을 주장했었다. 문명 개화로 서양의 발달된 문명을 눈앞에서 경험한 사람들은 일본의 뒤쳐진 문명이 일본어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서양의 말은 26개의 알파벳으로만 표기한다. 일본처럼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라는 세 종류의 문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 더욱이 한자를 습득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쓰면 일본의 문명은 진보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프랑스어를 국어로 하자

 

 메이지 초기의 일본어 개혁운동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다시 일본어 개혁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 말을 꺼낸 인물은 소설의 신이라고 불린 작가 시가 나오야(志賀直哉)였다. 그는 1946년 잡지 <개조(改造)>국어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일부를 다음에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국어만큼 불완전하고 불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문화의 발전이 얼마나 저해당해 왔는지를 생각하면 이것은 반드시 이 기회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커다란 문제이다. (중략)

 나는 60년 전, 모리 아리노리(森有礼)가 영어를 국어로 채용하려고 한 사실을 이번 전쟁 중에 번번이 상기시켰다. 만약 그것이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일본의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달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마 이번 같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학업도 더 편하게 진행되었을 것이고 학교 생활도 즐거운 것으로 회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중략)

 그래서 나는 이 기회에 일본은 과감히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언어, 가장 아름다운 언어를 받아들여 국어로 채용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언어에는 프랑스어가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외국어에 무지한 나는 프랑스어 채용을 자신 있게 말할 만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어를 떠올린 것은 프랑스는 문화가 발달된 나라이며, 소설을 읽어 봐도 왠지 일본인과 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의 시는 和歌(일본 고유의 정형시 : 역자 주), 俳句(일본 고유의 단시 : 역자 주)와 공통점이 있다고 하며 문인들에 의해 정리된 말이라고도 하는 등, 프랑스어가 가장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프랑스인들이 읽으면 분명히 기뻐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어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면서 프랑스어 채용을 주장하다니, 그 배짱이 놀라울 뿐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전쟁에 진 것은 일본이 서양에 비해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양은 문화가 발달되었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의 말을 쓰면 일본도 진보한다라는 실로 단순한 발상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나온 의견이었지만 전쟁 직후에는 일본을 점령한 미국조차도 일본인에게 말도 안되는 충고를 하고는 했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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