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덤 앤 더머 투(참고로 TO입니다. 왜 two 가 아니라 to냐면 바보라서 스펠링을 제대로 모르거든요) 초반에 짐 캐리는 친구를 한 번 웃기기 위해 20년간 환자를 연기한다. "놀랐지롱!" 한 번을 위해 20년을 식물인간처럼 살아온 게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장면으로 누구나 공감할만한 연출이다.

평범한 인간인 나로선 '헌데 나머지 10년은 왜 필요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장인의 레벨이라, 그냥 그런갑다, 했지 20년은 제법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지 않나, 했다.

아니다.

 

2. 

왜 이 땅의 많은 부모가 딱히 이유도 없이(정말로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그렇게 결혼하라 하는가, 왜 그렇게 애를 낳으라 하는가. 아버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모르는 거 바로바로 물어보는 타입입니다). 아버지는 다른 건 잘만 말해주면서, 흠칫, 하더니 이 질문만큼은 우물쭈물했다. 

자식이 생기니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3. 

그야말로 장인정신, 오직 자식이 자식을 낳는 한순간을 위한 일발필살 역전개그를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려온 삶. 20년이고 30년이고 40년이고, 누구는 50년을, 딱히 키우는데 그렇게 안 힘들었던 것처럼 빈틈없이 속이며 쉼 없이 떡밥을 던진 게다.

오줌 한 방울만 싸도 울고, 안 안아줘도 울고, 배고파서 울고, 심심해서 울고,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울고, 엄마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울고, 아빠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울고, 하여튼 계속 울고, 똥 싸도 울고, 똥 안 싸도 울고, 다른 애쉐들은 통잠도 빨리 잔다는데 이노무 쉐이는 민감, 민감, 초민감해서 1년 넘게 새벽에 깨서 걸핏하면 우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내 기억엔 없다. 아이가 생긴 후, 어머니가 말해주었다. 이런 걸 완전히 속이고 있다가 자식이 생기고 나니, 이제 와서 말하면, 곤란하다. 1분 1초를 다 지켜봤으면서 이제 와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하고 남 이야기처럼 말하면, 부모라도, 곤란하다. 

예로부터 복수가 복수를 낳고 복수는 대를 이어서 반복된다는 현자들의 이야기는, 과연, 일리가 있다.

생후 15일 된 하루,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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