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다.




<대한민국 유일의 사병출신 대통령이 었던 노무현>


친족이 아닌 자의 죽음이 이토록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경우는 처음이다. 허무하고 또 허무하며 슬프고 또 슬프다. 노무현 대통령(이하 모든 인물의 존칭을 생략한다.)은 무엇을 전하려 했던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다. 또한 들으려 하지 않고, 들리는 것으로 판단한다. 무차별적으로 진화한 정보시스템에 대한 맹신 탓인지 사람들은 무수한 정보 속에 반드시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간의 허약한 이성은 한 두 사람이 거짓을 말할 때는 믿지 않다가도 그 규모가 언론쯤 되면 자연적으로 마음이 쏠리게 된다.

 


노무현은 일생을 승부 속에서 살았다. 그것도 보통 승부가 아닌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승부 속에서 살았다. 이것은 그를 미화하는 것도 폄하하는 것도 아닌, 그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에 불과한 노무현은 이승만의 생일을 기념하는 글짓기에서 더러운 대통령을 미화할 수 없다며 백지동맹을 이끌었다.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학교가 발칵 뒤집힐 텐데 서슬 퍼렇던 50년 전에는 어땠을까. 그는 마지막까지 강요된 반성문을 쓰지 않았고 정학처분을 택했다. 중학교 1학년의 꼬맹이가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서>

 


<사법 연수원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형>


그 이후로 75년도 고시에서 유일한 고졸출신(그것도 상고출신)합격자로 언론에 화자 되었다. 누군가는 노무현이 말한 대통령이 되려고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를 기막힌 정치적인 승부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알아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모두 쓸 수는 없지만 사상을 넘고, 종교를 넘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를 보자면 너무나, 정말 너무나 인간적이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 때때로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삶의 가장 큰 정신적 지주를 잃은 상황에서 공부에 매진했을 그를 생각하면 적어도 노무현이라는 인간의 한 부분에서 어떤 절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4를 거치며 합격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떤 꿈을 꾸었으며 무엇을 보았을까.


 

그 이후,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바보의 길을 걸었다. 그는 정말로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흔히 힘들고 고생하며 살았던 사람일수록 성공한 후에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베풀며 살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어설픈 생각이 벗어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무엇과 현실적으로 닥쳐오는 어떤 것의 괴리랄까.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배고파 울고 있는 가족과 타인에 의한 육체적 고통,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압박 속에서 신념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노무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렇게 했다.     

 


 

<3당 합당에 반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 노무현이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한 일은 3당 합당 반대, 그리고 조선일보와 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 중 하나만 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10, 아니 20배는 편했을 것이다. 둘 다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신,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온 일가 친척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비록 어린 나이에 불과했지만 3당 합당을 반대할 때 노무현을 쳐다보던 한 거대 정치인의 눈빛은 잊을 수 없다. 정말 저런 것 따위야 언제든지 죽여 버릴 수 있다는 그 눈빛.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소름이 끼쳤는데 노무현 자신은 왜 그것을 몰랐을까. 아니, 왜 그 사람만은 유독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버리지 않았을까.

 


조선일보와 싸운 것은 그것보다 더 바보짓이었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보다 더 큰 무엇을 필요로 했다. 그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과, 그 주위 사람의 인생마저.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일이 옳든 그르든 폄하 당하고 짓밟힐 각오를 해야 했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부분만은 평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만, 두려운 나머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대신 했으니까. 그것도 최선봉에서.


 


<노동자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수감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앞서 말했듯 인간은 정보가 많을 수록 거꾸로 생각을 멈추고 정보에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언론에서 그것을 떠들어 대면, 흑인은 추악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족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선입견은 세계로 퍼져 들어갔고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인종편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이 과거에 흑인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도대체 그들을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하게 다뤘는지 떠올리는 사람은 사라지고, 언론에 의해 점점 그 순간의 사실만을 바라보게 된다. 진실이 아닌,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사실은 자연히 진실이 된다. 모든 것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으니까. 모든 것이.


 

아직도 진실은 수 많은 권력과 거짓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그가 만약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죄를 저질렀다면 정치인으로서는 최초로 정확한 죄값을 치르길 바랬다. 해운대에 가면 널려있는 요트를 호화유람선을 가진 것 마냥 과장하는 거 말고, 어떤 관계인지도 알 수 없는 20촌의 비리를 최 측근 비리인냥 떠들어 대는 거 말고 말이다. 만약 죄가 있다면 그는 정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자신이 저지른 만큼, 딱 그만큼만 죄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고 그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정치사의 악순환을 끊는 시발점이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일관성을 보여오던 그 지긋지긋한 가중 처벌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왔기에 더 이상 던질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목숨을 던진 건지도 모른다.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된 다고 생각하지만 그 심정을 이해해 버릴 수 밖에 없는 이 마음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바로 볼 수 있었을까. 어쩌면 언젠가 우리 손으로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2009
5 23. 노무현은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었다.






 









*. 본 포스트는 오마이뉴스 기사로 동시 게재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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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chwin.net BlogIcon archmond 2009.05.24 0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숨만 나오네요

  2. 캐샤 2009.05.24 05: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아생전 이분을 위해 촛불을 들어본적이없단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왠지 백범김구님과 겹쳐보이는건 저뿐일까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tjryu BlogIcon 미리내 2009.05.24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배 한개비에서 참 깊이 그 분을 묘사해주셨군요

  4. Favicon of http://mybrainstormer.tistory.com BlogIcon 지나가던봉군 2009.05.24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분을 잃었으니... 에휴 또 슬퍼집니다..

  5. 2009.05.25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고 다시 웁니다. 언론의 장단에 눈이 멀고 귀가 멀었던 지난날이 후회스럽습니다. 2002년 무렵에는 그렇게도 언론을 불신했었는데....5년 동안 욕먹는 대통령을 보면서 제 눈과 귀도 어떻게 됐었나봅니다. 피붙이를 잃은 느낌이 이럴까요.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요.

    •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 BlogIcon 죽지 않는 돌고래 2009.05.25 0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님이 이런 글을 남기시니 저 또한 참고 있던 슬픔이 다시 복받쳐 오릅니다. 무서운 언론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잊어버려서는 안됩니다.... 잊지 맙시다...

  6. Favicon of http://andnow.tistory.com BlogIcon 양용현 2009.05.25 0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깊이 공감합니다. 제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요. 참고 참고 또 참아 정제해도 몇시간을 풀어내고 모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신 분의 말씀대로 원망을 안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역시 사람으로서는 그런 게 잘 되지 않습니다. 저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 BlogIcon 죽지 않는 돌고래 2009.05.26 0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잘 안됩니다.... 오늘 분향소에 가며 전경버스와 빽빽이 서있는 전경을 보니 이 정권에 대해 용서가 잘 안됩니다.... 동네 이장이 죽어도 그런식으로 예우하지 않을 겁니다.... 원망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7. 타박네 2009.05.25 1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0 평생 살아온 저의 유일한 대한국민의 자랑이라고 했는데...
    이제 제가 살아 생전에 다시 볼 수 없는 자랑거리를 죽어서만 뵐 수 있다니...
    잘가시란 말씀을 드리기보다 다시 뵙는 그날까지 잘 계시란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안하게 영면하시지 마시고 이나라 이 국민들을 위하여 지켜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노무현대통령님의 다시뵙는 그날이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니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분의 미소를 어찌 지울 수 있겠습니까?

    뭔가를 해야할 것 같지만 할 수 없는 지금...

    님의 글을 만나고 또 다시 멍해집니다.

    가진 자들의 끊임없는 흔들기가 결국 대한국민의 자랑거리를 지워버렸습니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발악을 했듯이 말입니다.

    친일 사대주의로 눈이 먼 매국노들의 만행이
    결국 왜놈들이 대한제국의 국모를 시해한 것과 같이
    우리의 대통령을 지워버렸습니다.

    풍랑위의 한조각 배처럼
    등대불을 꺼버린 천인공노할 친일 앞잡이 놈들을
    어떻게하면 이 나라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지...

    힘없는 어리석은 이 백생은 그냥 허하기만 합니다.

    이 나라 이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님과 같은 네티즌들을 존경합니다.

    여러분들이 일제시대에 발로 뛰던 상록수와 같은 분들입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바른 정신으로 우매한 국민들의 생각을 이끌어주십시오.

    타박네 노래가 귀에 들리듯 합니다...

    강건하시길...

    •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 BlogIcon 죽지 않는 돌고래 2009.05.26 0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 저 또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절절한 마음에 다시
      한번 마음이 아파옵니다. 선생님 같은 어르신이 있기 때
      문에 젊은이들이 버틸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역사... 참 지랄 맞습니다. 네... 참 지랄 맞지
      요. 제 눈 앞에서 이런 일이 반복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
      다. 어찌 이리 가혹한지요. 왜 항상 불의와 타협하고 권
      력에 아부하는 자들만 이기는 겁니까..... 이게 이 나라의
      가혹한 운명일까요...


      가슴이 아립니다. 과거에 선조들이 겪었던 그 아픔과 그
      슬픔, 그 억울함이 도대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군요. 역
      사 속 이야기로만 알았던 혹독하고 무자비한 일들이 지금
      도 일어나는 군요. 너무나 무섭습니다. 하지만 지지 않으
      렵니다.


      선생님같은 어르신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도 힘을 냅니
      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선생님같은 분이 오래오래 건
      강하셔서 이 나라의 꿈나무들에게 진실한 역사를 전해주
      셔야 합니다.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가슴 속의 동지로
      서 진실한 마음을 전합니다.

  8. eternal 2009.05.27 0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아~!! 글이 넘후 좋으네요~!! 님아 이거 퍼가됴 되나요?? ㅠㅠ 제가 보려구요~!!!

    •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 BlogIcon 죽지 않는 돌고래 2009.05.28 0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블로그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무한펌질이랍니다! 출처만 밝히시면 허락을 맡지 않고 퍼 가셔도 됩니다. 물론 이렇게 댓글을 남겨 주시면 제가 더 힘이나구요!

  9. Favicon of http://blackturtle2.net BlogIcon 까만거북이 2009.05.27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조촐한 제 글을 트랙백 걸고 기억하고 지나갑니다..

  10. Bout 2017.01.24 2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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