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올리브라는 사이트를 기억하시는지요?

자신의 개인적인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사이트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군대에 가기 전에 아무것도 해 놓은게 없다는 허무함에 '입대 전까지 이제부터 읽은 책이나 정리해 보자'며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글귀들을

하나씩 수집해 두었습니다. 

 



그게 좀 쌓이다 보니 어느 날 책 한권 분량이 되고 또 쌓이다 보니 꽤 양이 되더군요. 한권 분량이 되었을 때 책으로 만들어서 개인적으로 소장을 하고 있는데

그 뒤에는 책값이 너무 비싼 듯하여(당시 3만원을 조금 넘게 주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똘스또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정도 되는 분량이 되면 또 하나

만들어야지 하고 문장만 수집을 해두고 시기를 미뤘습니다.(당연히도 적은 분량으로 여러번 출판하는 것보다 한번에 많은 분량으로 책을 내는 것이 돈이 더

적게 듭니다.) 제가 독수리 타법이라 타자가 너무 느려 책을 정리하지 않고 미뤄두는 것도 한 몫 했지요.





그렇게 얼추  700권 분량의 자료가 모여 있을 때, 유학도 갔다오고 일상에 쫓기느라 한참을 사이트에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이게 왠걸. 사이트가 사라진

것입니다. 아예 검색에서 아이올리브라는 사이트를 치면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더군요. 주소를 입력했더니 없는 홈페이지로 나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피해자가 한 두명이 아니더군요.
자신의 인생이 거기 있었다는 분, 황혼의 나이에 그 곳에 일기 쓰는

재미에 몇년이나 추억을 모아 두었는데 없어졌다는 분, 연인과의 모든 일들을 그 곳에 적어 놓은 분, 연구자료를 총 정리 하는 곳으로 이용했다는 분... 적게는

2-3년 많게는 5-6년정도 꾸준히 글을 써오며 추억이나 자료를 간직해 두었던 사이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보면 잠시 점검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후 사라진 것 같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자료들을 백업도 하지 않고 모아 두었냐는 의문이 나올 법 합니다만, 당시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뭐랄까.... 검색계의 네이버나

다음이 어느날 통째로 사라진 듯한 느낌이랄까요.(한번 크게 당하고 보니 이제 그런 가능성도 꼭 없지는 않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블로그도 백업을 해

두었지요.) 사이트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뉴스나 신문에도 크게 보도가 된 적이 있는데다 사용하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닌 그런 사이트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그것도 어떤 암시도 없이... (사이트 점검이 암시는 아니니까요.)





저 또한 그렇게 모든 자료를 날려 버리고(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몇 일간 열심히 쓰던 원고가 날아가면 굉장히 허무하고 화가 나지만 이런 경우는 뭐랄까요...

조금 실감이 안납니다. 몇일이 아니라 몇년이 되어버리면... 저 같은 경우 체념을 넘어선 묘한 감정이 생기더군요.)멍해 있었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지요. 피해자가 그렇게 많고 억울하다면 누군가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법한데 제가 찾아본 바로는 전화 한통화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보이더군요. 일전에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큰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그 주위에

사람이 많을 수록 신고율이 떨어진다라는...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한명이나 두명일 경우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떤

책임감이나 사명이 작용하는데 반해 사람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버리면 누군가 신고하겠지... 하는 마음에 결국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움을 청할 떄는 불특정 다수에게 말할 경우는 효과가 떨어진다라는...(제 어설픈 기억이 맞다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과 같은 뿌리의 사건일까요.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 피해를 입힌 장본인(회사)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입니다.(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지요.)

이렇게 많은 피해자를 낸 사건이 뉴스에도, 신문에도 하물며 인터넷에서도 크게 다뤄지질 않으니까요. 미국 같았으면 정신적 피해 보상비다 뭐다 해서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며 큰 소동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건으로도 보이는게 말이지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서로가 해줄것만 바라다 시기를 놓쳐 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많은데 누구 한명쯤은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어쩄든 굉장히 기묘한 사건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사이버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저 또한 당연히도 피해자 중 한명이니까요. 그리고 민원사건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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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사 OOO입니다.

귀하의 민원내용 잘 읽어 보았습니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가 된 상태입니다.

만약 해당 사이트가 회원들의 고유한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 공연, 공증송신, 전시, 배포 하였을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사이트 이용을 위해 금원을 지급하였을 경우 해당 회사에서 고의로 사이트 폐쇄를 하여 금원을 편취하였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 도메인 등록내역을 조회해 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민원인께서 알고 계신 전화번호와 동일번호로 등록은 되어 있습니다(현재 없는 번호)

도메인이름 : iolive.co.kr
등록인 : (주)아이올리브
등록인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142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지하 1층
등록인 우편번호 : 137715
책임자 : (주)아이올리브
책임자 전자우편 : ***************
책임자 전화번호 : +82.220570361
등록일 : 2000. 08. 26.
최근 정보 변경일 : 2008. 04. 22.
사용 종료일 : 2009. 08. 26.
정보공개여부 : Y
등록대행자 : (주)아이네임즈(http://www.inames.co.kr)

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피해를 입으셨다고 판단되실경우,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방문하시어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역은 아래 연락처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서울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전화 : 02-3412-4955
팩스 : 02-34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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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정도 인 듯 합니다. 위의 글을 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신고가 가능한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격상, 너무 안이하게 있었던 제 탓으로 돌리며 완전히 체념할 듯 합니다. 아이올리브 회사에서 일하셨던 분이나 관계자가 있으시다면 사건의 전말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그럼, 저와 같이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위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오늘의 이 허무함이 언젠가 우리를 더욱 채워 줄 수 있으리라 믿어 보면서...






아이올리브 책임자 전자우편에 관하여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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