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 8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뜨인돌



1.
헤르만 헤세의 표현을 빌려 내 감정을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다.

「헤르만 헤세라면 나는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기운다.  이 작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2.
뜬금없는 이여기를 해보자. 내게는 특별하게 기억하는 두 부류의 책이 있다. 하나는 「대망」(원제:徳川家康)이고 하나는 「데미안」입니다.  지금은 권수가 바뀐 걸로 알고 있으나 중학교 1학년 말쯤에 읽기 시작했던 대망은 스물 몇 권짜리로 기억한다. 겨울방학 내내 「대망」에 빠져있었고 웃기게도 마지막권을 덮는 순간이 3월 1일 오전 6시였다. (재미있어서 밤을 새어 버렸습니다) 「대망」을 다 읽은 날이 삼일절이라는 것이 그때는 좀 아이러니 했는지(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임진왜란의 원흉도 주요 주인공으로 나오니까요)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감동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아...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순수한 중학생이 느낄만한 여운에 잠겨 있었다. (일문학을 전공한 지금은 이 책을 좀 비판적으로도 볼수 있게 되었지만 치밀한 심리묘사는 여전히 저를 벅차오르게 합니다) 밤을 샜음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에 피곤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조금 더 책을 읽다 잘 요량으로 책 한권을 더 집는다. 어머니가 학교에서 가져온, 누렇게 변색된 「데미안」이었다. 몇장 읽다 잘 생각이었는데 화장실에 가는 순간 조차 눈을 떼지 못하다 결국 마지막 장을 넘기고 말았다.

3.

불과 몇 시간만에 「대단한 책」의 반열에 또 한 권을 올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은 내게 어떤 상징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괴테나 쇼펜하우어의 저작이라고 해서 내놓은 책이 대부분 짜집기 한 것인지 알면서도 살 수 밖에 없는 심정은, 헤르만 헤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단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몇 안되는 작가니까(이 책을 엮으신 분께 짜집기를 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주제와 목적이 있는 종류의 편집은 환영합니다).  

4.
내용을 잠깐 살펴 보자면, 신문에 관한 이야기가 공감간다.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 지식인이 된다는, 그런 종류의 터무니 없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약이 되지 않을까. 한국은 안타깝게도 언론 때문에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다. 판단력, 진실, 뭐 그런 거. 


3.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1.

예컨대 나는 괴테의 <친화력>을 지금까지 한 네 번쯤 읽었는데, 만약 지금 그 책을 또 한번 읽는다면 그것은 젊은 시절 처음으로 엄벙덤벙 읽었던 <친화력>과는 완전히 다른 책 아니겠는가!


 

2.
 

교양bildung이란 무엇인가 양성하는’bilden , 즉 인격과 인성의 도야를 전제로 한다. 그것이 없다면, 그래서 알맹이가 빠진 채 공허하게 이루어진 교양이라면, 거기에서 지식은 생길지 몰라도 사랑과 생명은 나오지 못한다. 애정이 결여된 독서, 경외심 없는 지식, 가슴이 텅 빈 교양이란 정신에게 저지르는 가장 고약한 범죄 중 하나다.


 

3.
 

실러라면 나는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기운다. 지금은 그의 저작을 전처럼 자주 읽진 않지만 그의 정신과 삶, 아니 그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위대하고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4.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도 날마다 한두 가지 신문을 읽는 시간과 노력은 들이지 않는가! 게다가 그 신문기사들 중 90퍼센트는 필요나 애착이 있다거나 기쁨을 얻고자 읽는 게 아니다. “그래도 사람이 신문은 읽어야지!”하면서 단순히 오랜 습관으로 읽는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신문하고는 담을 쌓고 살면서 기껏해야 여행 중에나 어쩌다 한 부씩 읽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초라해지지도 우둔해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더 나은 일에 쓸 수천 수만의 시간을 벌었다. 날마다 신문을 읽는 이들은 그렇게 매일 신문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의 절반만으로도 여러 책 속에 담겨 있는 삶과 지혜의 보물을 제 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인지.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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