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버스 운전수, 신이치상>

   

언젠가 신이치상과 이런 말을 나눈 적이 있다.

  '신이치상의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왜?' 


'보통 나이가 들면... 어머니들은... 뭐랄까. 
보통의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하잖아요.

친구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나이가 들면... 바빠지면... 아이가 생기면... 결혼을 하면... 서로가 바쁘게 되면... 결국 남는건 몇명 없다고...

지금 죽고 못 사는 관계라도 시간이 지나면...'


'니 말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니까...대단한거 같애요.'


'....... 나는 가끔...
정말로 우리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이때 동경에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돈이 모두 떨어져 오갈데가 없었고, 아무도 나를 도와 줄 이가 없었다.

당장 저녁을 먹을 500엔이 없었고, 당연히도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도 없었다.

그때 신이치상은 선뜻 자기 집에서 나를 묵게 해 주었다.

물론 신이치상은 어떠한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 였다. 

 

 

 <신이치상의 어머니. 내 옷의 단추를 꿰메 주시고 있다> 


 

신이치상이 큰수술을 한 날이 있었다.

그날 신이치상은 산소호흡기를 꼽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전신마취의 상태에서 갓 깨어난 그는

정말로 괴로운 듯 했다.

그 괴로움이 마음으로 전해질 만큼.

내가 온 것을 알아챈 그는 입도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서투른 한국어로...

 

 

'촤....차...앙규 미...미안..'

 

 

...이라고 말했다.

 

 

1시간 정도 후, 신이치상의 어머님과 함께 밖에서 식사를 했다.

'어머님... 신이치상은 정말 이상해요.'


'응?'


'저는 학생이고... 나이도 어리고... 게다가 외국인입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아무런 이유없이... 뭐랄까.

머리로 부터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말 마음으로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

뭐랄까. 

지금 세상을 살아나가는데는 힘들 것 같은 사람...'
   

'녀석은 모를꺼야.... 어릴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 아버지랑 그런점만 똑 닮았단 말이지.

인정... 의리...  

그것 밖에 없는 사람 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가끔씩 돈을 생각해주지 않으면 이 애미가 고생인데.ㅎㅎㅎ'

   

 

 

<건강해져서 퇴원할 무렵의 신이치상>

 

 

신이치상이 어느 정도 괴롭지 않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창규...' 


'예?'
 


'그 날 잡은 손 있잖아.'
 


신이치상이 수술을 한 그날, 마지막으로 두손을 꽉 잡았다.

신이치상이 먼저 그 큰 손을 내밀었었다.

 
'그 손 진짜 따뜻했다.'

 

'아...'

 

'진짜 진짜 따뜻했어' 

 

... ...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신이치상, 하코네로 가는 열차 안에서.>

 

 

신이치상에게 '나를 믿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신이치상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녀석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자신이 없다고. 

(나는 정말 이 사람이 내게 해준 만큼 할 자신이 없었다.)

  신이치상은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이도 내가 한참 위지?' 


'예.'


 
'내가 한참 경험이 많지?' 


'예.'


 
'그러니까 나는 알아. 니가 어떤 놈인지... 마음이 읽힌다. 

니가 어떤 놈인지, 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니 마음정도야 정말로 뻔히 읽힌다' 

신이치상은 이런 말을 할때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변한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단호하게 말을 매듭 짓는다.  

나는 왠만해선 눈을 쳐다보고 말하는 편이지만

이 때는 눈을 맞추는 것이 꽤 힘들다. 

그래서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 

  


... ...

 

내가 만에 하나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면 평생 그렇게 남았으면 한다.

역시나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노력하고 노력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신이치상과 그의 어머니.

이 두사람에게 어울릴 정도로....

 


이 두사람에게 지지 않을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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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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