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같이 산 내 룸메는

멀대같이 큰키에

삐쩍마른 체형을 가진

한라산 중턱에서 나고 자란  제주도 토박이다.

 

 

 

할일이 없을 땐 항상 게임을 하고

(가끔 만화를 보기도 한다)

한달에 한 두번은 꼭 로또를 사며

TV에서 사채광고하는 연예인을 보면

'나는 지금 짜증내고 있다'는 티를 낸다.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TV를 볼때는

항상 나와 채널을 두고 싸우는데

가위 바위 보를 하면 대부분 내가 이긴다.

 

 

 

잘 때는

50%의 확률로 이를 갈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다음

절대로 다시 넣어 놓지 않는 내 습관을 가장 싫어한다.

 

 

 

우리는 1년간

한방에서 한침대, 한 칫솔(이건 농담)을 썼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적은

약 하루동안 정전이 났을 때가 고작 이었던 것 같다.

그래.

그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신기하리 만큼 공통점이 없다.

남자라면 으례 가지고 있는

한, 두가지 기호상의 일치점도 전혀 없다.

아니

이건 완전 반대다.

아니

이 표현보다는 서로의 관심분야에

아예 무관심 하다는 표현이 좋을 듯 하다.

예를 들어 

경식이가 스포츠 중에서 야구를 좋아하면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식이 아닌,

경식이가 야구를 좋아하면

나는 스포츠 자체를 싫어하는 식이다.

경식이가 게임채널을 좋아하면

나는 뉴스를 좋아하는 식이 아닌,

경식이가 게임채널을 좋아하면

나는 아예 TV를 싫어하는 식이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빼고 다를 수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서로의 관심분야에 전혀 무관심일 수 있는지.

 

 

 

-

 

 

 

그래.

 

그래도.

 

 

 

-

 

 

 

그래도

너는 괜찮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0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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