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감히 짹짹 - 8점
최윤희 지음/여성신문사

58. 어디서 감히 짹짹 / 최윤희 / 여성신문사

 

초판 1쇄 찍은 날 2000.08.21




 

1976 2 16일은 당신에게, 아니 대한민국에게도 운명의 날이었습니다.

20세기 최대의 대역사라고 불렸던 사우디 주베일 항만 공사를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와 경쟁, 현대건설이 수주를 받아낸 날입니다.

당신이 처음 입찰에 응하겠다고 하자 모두 말렸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머릿속엔 안 된다! 라는 단어는

아예 입력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정주영. ‘라는 사람의 생리다!”라고 말하면서

당신은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9 3000만 달러짜리 공사, 그 당시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공사를 따낸 것입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영국수상을 지냈던 처칠의 말이 생각납니다.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절망을 보지만

낙천주의자는 절망 속에서 기회를 본다.”

 


 

작은 아씨들에서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 청순한 풋소녀 리즈,

자이언트’,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클레오파트라’,

버터 필드8’ 등에서 물씬 풍겼던 요염한 성숙미,

어쨌거나 당신은 매혹 그 자체였습니다.

나보다 더 이쁜 여자가 나타나면 나는 자살하고 말겠다라고

당신은 겁도 없이 호언장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대 당신의 그 말을 듣고 어느 누구도

웃기네? 자화자찬도 저쯤이면 중증이군!

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리즈 테일러는

세계최고의 미인을 상징하는 최고 브랜드였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검증기관의 발표는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존 핸하르트

당신의 생애와 예술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국 태생의 남준 백(Nan June Paik) 20세기 후반의 예술에

진정한 충격(real impact)을 주었습니다!”

당신이 휠체어를 타고 마이크 앞에 앉자 수백 명의 외국 기자들이

영어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느닷없이 당신이 한국말로 크게 소리쳤습니다.

질문할 것 있으면 한국말로 빨리빨리 물어봐!”

이 얼마나 멋진 장관입니까?

마치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을 보는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평균가치가 쑥↑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멋진 대한민국의 아들 백남준.

 


 

당신이 이렇게 장한 젊은이가 된 것은 부모님의 교육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처음 당신의 특별한 모습을 본 의사가 놀라서

한 달 동안 부모로부터 격리시켜 놓았다지요.

혹시 충격을 받고 쓰러지면 안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한 달 뒤 당신을 본 어머니의 첫마디는

한숨 섞인 탄식이 아니라 놀라움의 탄성이었습니다.

어머나, 우리 아기 귀엽기도 해라!”

그리고 당신을 절대 특별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자라고 과잉보호했다면

아마 당신은 지금 홀로서기에 실패했을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놀 만큼

당신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습니다.

신은 당신에게 건강하지 못한 육체를 주신 대신에

특별 제조한 건강한 영혼을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싸우다가

너무도 말을 잘하는 당신에게 친구들이 대항할 수 없게 되면

기를 팍팍 죽이기 위해 이렇게 약을 올렸다지요.

, 오토다케 히로타다. 이 팔다리도 없는 놈아!

뭐 잘났다고 으스대는 거냐?”

만약 나라면 아마 그 순간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왜 날 나으셨나요?

원망하다가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음독자살을 꿈꾸기도 하고

가출까지 시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당신은 너무도 우렁차게소리쳤습니다.

, 이 팔다리 있는 놈들아! 그래, 어쩔 테냐?”

지금 당신이 너무 멋진 청년인 것처럼

그때도 당신은 너무 멋진 소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완전 KO!

그뒤로 아이들은 당신과 더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당신은 강렬한 청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치솟아오르는 상승 에너지.

어떤 경우에도 밝은 쪽을 향하는 햇살 에너지.

당신의 자신만만함은

우리에게 레몬 즙처럼 파릇파릇한 비타민C를 제공해 줍니다.

 


 

내가 글을 못 써서 실망은 드리겠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을 써서 실망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3?

까짓 거.

그냥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지만

당신의 인생보다야 클 수는 없습니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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