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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 프레데릭 페테르스, 유영 옮김 / :세미콜론
1판 1쇄 펴냄 2007.04.02
그녀는 대담하게도 흰 티셔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는데,
이걸 보자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맨살에 젖은 티셔츠 바람으로 수영장 안에서 술을 마시는데도 당당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여자는 대체 어떤 부류의 여자일까?’ 였고,
또 하나는 ‘이야! 가슴이 정말 끝내주는데!’ 였다.
그 후 몇 해 동안 난 그녀를 거의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 정도….
짜여진 도시 생활 가운데 어쩌다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 난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고,
5분 정도 머물렀다.
난 줄곧 서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정말… 비누 거품 같은 것이었다.
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취할 권리가 있거든요!
그녀는 사람을 놀리는 걸 좋아했고, 난 쉽고 유쾌한 먹이였던 것이다.
그래….
반응은 두 가지인 것 같아. 하나는 우호적인 반응으로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쪽이고, 또 하나는 가장 흔한 반응이지. 이해하는 척하면서 경계하는 쪽.
무엇보다 당신은 내가 장난삼아 관계하지 않은 유일한 여자야. 섹시하기도 하고 강하면서도 약한 여자지.
게다가 늘 자신을 되돌아 보고… 내게 멋진 세상을 꿈꾸게 하고…. 마치 내가 근사한 남자가 된 것처럼 날 으쓱하게 만들거든. 사실 당신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삶에 필요한 재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야.
의사들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은 종종 이들의 처분을 바라고 기다리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의사들이 특권을 누리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생명의 일부를 이들의 손에 맡기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들이 우리 스스로는 접근할 수 없는 각도에서 우리를 살펴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사실 분별력까지 잃진 않았지만 난 깊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돌이켜보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게 놀라울 따름이다.
난 카티가 정말 좋아. 예전부터 줄곧 그랬어. 게다가 우린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맞는 커플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게 이런 것 아냐? 그러니 이따금 성기에다 20분의 1밀리짜리 얇은 고무를 끼워야 한다는 이유로 이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잖아.
“세상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지 말라. 그저 되어가는 대로 받아들여라.” 에픽테투스의 말씀이야. 에픽테투스는 에이즈가 아니었어.
이따금 악마가 대변인을 찾는다면, 당장 나를 부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뭔가를 발견하려면 종종 자신을 잃어버려야 한다.”
- 버트레이놀즈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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