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멕시코와 니카라과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독재국가의 재난은 단합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재난을 통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재난으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독재자의 집권 여부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굳이 말하자면 재난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을수록 독재자의 생존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알다시피 독재자들은 효과적인 공공정책으로 정치적 지지를 매수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재원을 지출하면 측근에게 보상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펴보았듯이 독재자는 능수능란하게 국제사회를 이용한다. 사실 사람들이 죽도록 방치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 여기 내포된 의미는 실로 소름이 끼친다. 따라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민주국가보다 독재국가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난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못된다."

 

2.

"사람들이 죽도록 방치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는 훌륭한 통치 방식이지만 민주국가의 지도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비록 재난과 사망자와 지도자 임기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강도 5 이상의 지진에서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와 그보다 적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상황을 비교했다. 특히 그런 상황이 지진 발생 2년 안에 한 국가의 지도자가 바뀔 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단지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민주주의자의 생존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진으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면 거의 확실히 공직에서 밀려나게 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2년 이내에 실권할 확률은 40퍼센트다. 그러나 지진으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으면 이 확률은 91퍼센트로 상승한다. 이는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효과적인 공공정책을 제공해야 하고, 그 공공정책에는 효과적인 건축 규정을 시행하고 자연재해 이후 구조 및 복구 작업을 훌륭하게 이끄는 일도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재해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남은 사람들은 이를 지도자가 국민을 보호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여기고 축출한다.

 

그러나 독재자가 축출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집권 여부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1, 2는 과거 발췌해 놓은 "독재자의 핸드북(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라스테어 스미스 저, 이미숙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2)" 중 한 대목이다.

 

위 대목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있다.

 

문득 생각나 개인적 용도의 발췌노트에서 가져왔다.

 

4.

"독재자의 핸드북"은 정치권력의 본질에 대한 탁월한 저서다.

 

조부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다면 이 책과 같지 않았을까, 했다. 살아생전 대화를 줄곧 떠올리며 읽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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