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었던 많은 지식인들은

 

심한 자괴감과 상실감에 빠졌다고 합니다.

 

자국민에 대한 실망과 함께

 

그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을 깊이 통감했을 테지요.

 

 

 

그리고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

 

유투브에선 굉장히 인상 깊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미국시민이

 

세계의 각 나라 국민들을 향해

 

그를 막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UCC가 앞을 다투어 올라 왔었습니다.

 

저는 비록,

 

지식인도 아니며 영향력도 보잘 것 없는 일개 소시민에

 

불과 합니다만

 

미국의 지식인들이 느꼈던

 

그 끝 간 데 없는 상실감과

 

허무함의 기분은

 

멀지 않은 이 이국땅에서 조차 크게 와 닿는 듯합니다.

 

 

 

-

 

 

 

오늘 마침 신주쿠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허무한 기분에 멍하니 홈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제가 반대편 전철 쪽에 앉아 있는 것을 눈치 채고는

 

자리를 옮길 때였습니다.

 

기분 좋은 햇살이 저를 감싸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이 저를 감쌌습니다.

 

 

 

그래.

 

나는 다시 나 자신 속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할 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

 

나라의 수장이 누가 되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지.

 

그리고

 

소외받고

 

가슴 아파하는 이웃들에게 눈 돌리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나는 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니……라고요.

 

 

 

여러 토론장에서 

 

자신이 왜 법을 지키고 살았는지

 

그리고

 

이 나라에서 양심을 지켜 무슨 득이 있는지

 

분노 반,한탄 반의 글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접하게 됩니다. 

 

나라의 수장이 될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나라의 수장이 될 사람이 떳떳치 못한 행동을 일삼는 다고

 

우리 또한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보여 주기 위해 양심을 지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보여 주기 위해 떳떳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스스로가 스스로이기를 포기 하지 마십시오.

 

 

 

문득

 

제가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 일이 기억납니다.

 

당시 독도를 방문 할 계획 이었습니다만

 

날씨사정이 여의치 않아 중간에서 돌아 왔었지요.

 

어린 나이였지만 저희를 가이드 하시던

 

교수님이 돌아오시던 길에 하시던 말씀은

 

지금도 제 귓가에 생생합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행운으로 알아라.

 

대한민국은 정말로 할 일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어린 나이라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권력의 그늘에 빌붙었던 친일파를 지금껏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와 우리나라의 비겁하고 부끄러웠던 역사 등에 대해

 

조곤조곤 말씀 해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어린 제가 앞으로 어른이 되면서

 

바로 잡아야 할 일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도 많다는 뜻에서   

 

하신 말씀 이었지요.

 

 

 

과거 일제 강점기에도.

 

과거 독재 시대에도.

 

우리의 조상님들,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형님, 누님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한 상실감과 자괴감의 시대에서도

 

대한민국을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팔고

 

이웃을 팔고

 

독재 권력에 아부할 때도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이 곳에 두발을 딛고 존재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

 

 

 

 

아직은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셨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분들께는

 

이 글이 불쾌하게 비춰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독재정권에 반대하던 집안의 영향 탓에


제가 편견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사 청산법과 친일 청산 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목숨을 걸고 반대했던 그들이,

 

정당원의 대부분이 

 

과거 친일파와

 

독재권력의 잔재로 구성된 그들이


사실은 옳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저와 같이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자괴감에 빠져 있는 분들은


하루 빨리 그 곳에서 헤어 나오시길

 

진심에 진심을 담아 기원 합니다.

 

법을 지키고 살아온 지금까지의 자신을,

 

양심적으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자신을,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타인을 위해 희생했던 자신을,

 

내 아들 딸들 앞에 떳떳하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던 지금까지의 자신을,

 

 

 

..... 

 

 

 

책망하지 마십시오.

 

 

 

 

그런 여러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들이 있기에


저는 이 멀지 않은 이국땅에서


제가 한국인임을 언제나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생전에 과거사 청산 법을


유독 반대하던,


그리고


친일파 청산 법에


유독 반대하던

 

어떤 특정한 정당의 뜻을 돌리기 위해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국회 앞에 나가


이 시대의 양심들과 함께


서릿발 같은 찬바람을 맞으며


싸우다 돌아가신할아버지가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조금은 이른 인사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십시요.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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