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시봉이야기 1 - 8점
원택 지음/김영사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2 - 8점
원택 지음/김영사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제멋대로 사는 게 안타까워서인지 아버지는 친히 강원도 산골짜기 절에 한 달간 나를 감금(?)시킨 적이 있다. 그렇다고 엄격한 수행을 하고 뭐 그런 건 아니었다. 

늦잠을 자 건 뭘 하 건, 스님은 전혀 나를 터치하지 않았다. 함박눈이 쌓여 있는 산중턱, 당시에는 극도의 무료함을 느꼈다. 아...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가나. 평소라면 책을 읽으며 그런 무료함을 달랬을 텐데 당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내가 빠져 있던 그 무엇이 있었기에 그것을 할 수 없었던 답답함과 조급함이 어느새 무료함으로 바뀌었다.

당시 삼촌이라 불렀던,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 있었는데(방학 동안만 절에서 스님을 보좌하고, 이런 저런 업무를 보는 속세인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악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그 분도 스님이 되었지요)

「삼촌은 심심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산에는 산만의 재미가 있지」라며 빙긋이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성철스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삼촌의 아버님이 불화를 전문적으로 그리시는 분이었는데 그 인연으로 성철스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떤 분인지 물었더니 의외로 굉장히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한다. 너무나 평범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노자가 말한 「도를 깨친사람이야말로 지극히 평범하다」라는 것이 그런게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전해져오는 그 분의 일화나 행동을 보면 결코 평범한 사람이라 볼 수 없지만 당시 어린아이였던 삼촌에게는 그렇게 평범한 할아버지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저자인 원택스님(책의 저자)이 성철스님 너무 팔아 먹는거 아니냐고 비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뭐, 나 같은 사람이야 이런 책으로라도 한 시대의 획을 그었던 '깨달음'과 만날 수 있다는게 기쁠 뿐이다.  

 

1. 성철스님 시봉이야기1, 2 원택지음 / 김영사



1.

성철스님 생전에 깨달음을 얻겠다는 급한 마음에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

화두를 공부하여 도를 깨우치기가 그렇게 어려운데, 지름길로 단번에 깨칠 길은 없습니까?

역시나 어리석은 물음이었다.

그런 거 가르쳐 주는 거는 미친놈한테 칼 쥐어 주는 거나 같은 기라. 내가 우째 그래 하겠노. 답답해도 혼자 공부를 마쳐야 하는 기라!


 

2.
 

우리 집에 밤나무가 마이 있었거든. 그라이 온 동네 아이들이 우리집에 밤 훔치러 오는 게 일이라. 몰래 밤나무에 올라가 밤을 따가는데, 선친은 보고도 아무 말을 안 해. 가만 보다가 아이들이 나무에서 다 내려오면 그때 호통을 치는 기라. 나무 위에 있을 때 뭐라고 하면 아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질까 봐 그런 거 아이가.

 


3.
 

중 노릇은 사람 노릇이 아니다. 중 노릇하고 사람 노릇하고는 다르다. 사람 노릇 하려면 옳은 중 노릇은 못한다

 


4.
 

60평이나 되는 넓은 방에 꽉 찬 옥수수 알처럼 겹겹이 줄을 지어 앉아야 했다.

 


5.
 

중도는 중간이 아닙니다. 중도라는 것은 모순 대립된 양변인 생, 멸이 서로 융화하여 생이 즉 멸이고 멸이 즉 생이 되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물과 얼음에 비유하면 아주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었다고 물이 없어졌습니까? 물이 얼어서 얼음으로 나타났을 뿐 물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물이 얼음으로 나타났다 얼음이 물로 나타났다 할 뿐이고, 그 내용을 보면 얼음이 즉 물이고, 물이 즉 얼음입니다.

 


6.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