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 8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세계를 돌아다녔고 지금은 봉사활동을 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책으로 펴내고 그 책을 항상 베스트 셀러에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인생을 꿈꾸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얼마 전, '여행자 한비야에 대한 비판' 이란 블로거의 글을 읽었는데 일리가 있기에 함께 보면 좋겠다.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비야가 한 일들이 부정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32.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 한비야 / 푸른숲

 

나도 예전에는 언제 어디서나 나 자신이 '한비야'라는 개인만으로도 충분할 불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섞여보니,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나를 확인시키는 첫 번째 창은 한비야가 아니라 '한국인'이었다. 내가 한국 사람임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세계 시민의 일원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외국에서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맨 처음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름일까? 천만에.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다. 국제 회의에거 모르는 참가자끼리 만날 때에도 명찰에 써 있는 국적이 이름보다 훨씬 궁금하다. 이름은 그저 한 가지 개인 정보에 지나지 않지만, 그 사람의 국적을 알면 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혹은 그 사람의 세계가 그려지면서 비로소 공통 화제를 찾을 수 있다. 개인차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는 문화권에서 왔는지만 알아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공부가 세게 바쁘단 말입니다."(공부가 아주 힘듭니다.)

 

 

"처음에는 많이 싸웠시오. 걸핏하면 때려놓고. 한 번은 또 때리려고 해서 내가 식칼을 들고 덤볐디요. 내래 두만강 건너올 때 너 같은 간나 새끼한테 얻어맞으려고 넘어왔냐고. 너 죽고 나 죽자고. 그랬더니 다음부터는 잠잠합네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 네팔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오를 때 공통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정상 까지 오르려면 반드시 자기 속도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느리고 답답하게 보여도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체력 좋은 사람이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같이 뛰면 꼭대기까지 절대로 갈 수가 없다. 반대로 어린이나 노약자들의 속도로 가면 반도 못 가서 지치고 만다. 억울하지 않은가. 자기 속도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부단히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느라 꼭대기에 오르지 못한다면.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역시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나 벚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미가 필 때,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 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며 내공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온 지금, 국화는 오랫동안 주니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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