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에서 발견되는 무수한 악평에도 불구하고 엡손 프린터를 샀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합기다. 이것은 작년에 한 일 중 첫 번째로 비효율적이고 두 번째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다만 인생의 쓴맛을 알지 못하거나 알보칠을 발라 보지 못한 이에게는 인생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용지걸림이 5번 반복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한 추측이지만(추측치고는 꽤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용지걸림이 6번 반복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우연히 군 통솔자라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카다피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엡손 프린터를 사용한 건가…’ 같은 느낌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본다면, 그러니까 용지 걸림이 7번 반복되었고 우연히 그 사람이 외계인이라면 지구를 반드시 멸망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엡손은 외계인에게는 복합기를 팔지 말아야 한다. 의외로 지구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읽는 이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 모르지만 용지 걸림이 7번 반복되고 난 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상당히 진지하다. 얼마나 진지하냐고 묻는다면 아래와 같이 대답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총이 있고 그 총에는 탄환이 2발 장전되어 있다. 내 앞에 히틀러, 카다피, 김정일, 엡손 회장이 있다. 그러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 내 엡손 프린터에 2발을 쏘고 히틀러, 카다피, 김정일의 뒷통수를 몰래 빈총으로 후린 다음, 엡손 회장에게 그 총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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