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교과서를 사모아서 근현대사 인물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모아 보면 재미있는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영풍문고에서 교과서를 몇권 샀다. 의외로 교과서는 굉장히 싼 가격에 팔고 있어서 횡재한 기분이 들었는데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역시 나와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고등학생들의 한국근현대사 인물(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김미나라는 이의 석사학위 논문이다. 한창 문제가 되었던 대안교과서를 중심으로 그 외 6종의 역사 교과서를 김구, 이승만, 박정희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고 있다. 

대안교과서에 대해서는 편협한 안목을 가진 이들의 비겁한 역사해석 정도로 생각해서 얼마든지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논란이 되면 없던 찬성과 없던 반대가 생긴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흑백논리가 무서운 이유가 이것인데 아무리 멍청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실을 놓고 질문을 해도 이것을 양자택일의 논리에 대입시키면 일반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퍼센테이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엑스파일의 말보루 아저씨가 나오면 우리는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아무리 당연한 사실도 말보루 아저씨가 짜잔 등장해서 '과연 태양은 동쪽에서 뜨는 걸까, 후후.', '과연 소고기는 소에서 나오는 것일까, 후후', '과연 밥은 쌀로 만드는 것일까, 후후', '과연 돌고래는 잘생긴 것일까, 후후'같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의문에 당하지 않으려면 역시나 제대로 아는 것이 답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던지며 어이 없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떻게 김구 선생에 대해 건국을 방해한 인물로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식민지 시대를 긍정하고 미화할 수 있을까?'

인데 그들도 그들 나름의 논리가 있다. 

우선 그들에게 대한민국사는 영광과 성공으로만 묘사되어야 하므로 역사를 보는 시각이 편협할 수 밖에 없다. 분단, 냉전, 시대의 아픔, 이승만의 대량학살, 미소의 한반도 정책등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오직 근대화의 성공과 우파에 의한 건국만이 이들이 봐야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이 우리 역사에 끼쳤던 영향력의 한쪽 면밖에 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다. 

즉, 미국은 물론, 일본도 조선의 근대화를 도와주고 선진문물을 수용하게 해준 은인으로 발전하는 기묘한 역사의식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반쪽짜리 역사인식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면 김구와 같이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한 인물은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면 통합과 조화를 생각한 인물들의 경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빨갱이라는 논리로까지 진화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인물에 대한 평가나 역사의식 같은 것은 대부분 어릴 때 형성되서 평생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뒤틀린 역사교육에 의해 형성된 틀로 사회를 바라볼 청소년들과 그들이 자식들에게 물려 줄 역사관이 두렵다.

아래는 위 논문의 국문초록이다. 








고등학생들의 한국근현대사 인물(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이해

2009년 현재 역사교육 현장은 ‘한국 근현대사 논쟁’과 2011년 10학년 『역사』교과서가 편찬되는 등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제가 되었던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로서 교과서에 서술된 역사적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근래 재조명되고 있는 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제7차 교육과정 6종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와 2008년 교과서포럼에서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서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1장에서 역사적 인물의 교과서 서술과 인식변화의 문제 제기와 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선행연구를 제시했고, 제2장에서 기존 6종 교과서와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에 반영된 서술을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제3장에서 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수업지도안 제시와 인물학습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신문기사 수행평가를 통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제4장에서 김구, 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알아보기 위해 수업 전 설문과 수업 후 설문을 비교 분석해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아보고 제5장은 본 연구의 결론을 제시하고 부록에는 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제시한 설문지, 수업에서 사용된 영상자료나 읽기자료 등을 제시하였다.

부모님들이 대부분이 40대로 서울과 경기도 출신이고 비평준화지역인 의정부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인문계 여자고등학교 2학년 6개 반 학생들에게 수업 전과 후의 학생 설문을 통해 학생들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김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에서 수업 이후 남북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도출되었다. 수업 전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이승만에 대해 수업 이후 이승만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으로 지금의 우리나라가 형성될 수 있어 사회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확립했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 반민특위습격사건은 수업 후 내용을 알게 된 후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였다. 박정희에 대해서는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으나 3선 개헌이나 유신체제를 배우고 난 뒤 박정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수업전과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설문에 응답했지만 각 역사적 인물들의 세부적인 항목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역사인식이 형성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동영상자료와 읽기자료 등을 통한 교과서 이외의 관점을 제시한 수업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수행평가를 스스로 작성해봄으로써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체험과 그 시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인 능력을 육성할 수 있는 역사 수업을 위해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고 언제나 열려있는 수업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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