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카를로 브로스키'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카스트라토는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소프라노 가수를 말한다. 이 영화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설픈 윤리관에 갇혀 거북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래 내용을 읽어 보면 카스트라토 가수만이 가지는 슬픔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르네상스 시대 폴리포니 음악(다성음악)에서 모든 음역의 기준이 되는 것은 ‘테너(tenor)’였습니다. 그 바로 위에 놓인 성부(聲部)는 콘트라테너(contratenor)로 불렸고, 여기서 현대의 카운터테너라는 단어가 파생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러니까 카운터테너란 ‘테너의 상대음역 또는 반대음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가성(假聲, 팔세토)을 사용하는 영국의 ‘남성 알토’ 전통은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들린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어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이런 알토가 쇠퇴할 무렵 이탈리아에서는 ‘카스트라토(castrato)’라는 새로운 성악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교회 공동체의 집회에서 여자들은 침묵해야 한다”라는 성 바울로(성 파울루스)의 언급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당시 교회에서 여성은 설교할 자격이 없었을 뿐 아니라 노래도 부를 수 없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1688년 교황 클레멘스 9세는 ‘여성은 가수로 일할 목적으로 음악공부를 할 수 없다’는 금지령을 발표합니다. 당시 교회 성가대원은 모두 남자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로마 교황이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역에서는 성가대뿐만 아니라 오페라 무대에서도 여성이 노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변성기 이전의 사내아이를 거세시켜 맑은 고음으로 노래하게 한 카스트라토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카스트라토를 만드는 거세 수술은 남근을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남성 호르몬을 억제해 변성기에 목소리가 어른스럽게 변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죠. 어떤 사내아이라도 자신의 보이 소프라노 음성을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 이런 수술을 받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남자로서의 삶을 완전히 포기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탈리아의 부모들은 아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이런 잔인한 일을 감행합니다. 특히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 이탈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카스트라토가 양산되었습니다. 일단 카스트라토 가수로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난 부와 제왕 같은 명예가 따라왔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적인 록스타 같은 인기와 지위를 누린 카스트라토들은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파리넬리, 카파렐리, 세네지오 등 열 손가락에 꼽을 만한 소수의 인물이었습니다. 이 수술을 받은 수만 명의 카스트라토 가운데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1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나머지 카스트라토들은 화려한 오페라 무대에 한 번 서보지도 못한 채 비참한 삶을 꾸려가거나, 한을 품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거세되고 나면 수염도 나지 않았고 들판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살아갈 근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오페라 교실 13 카스트라토 / 원문 전체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925



 영화는 1995년에 개봉되었다가 16년만에 '디지털 리덕스 디렉터스 컷'이라는 어마어마한 문구를 달고 재개봉했다. 쉽게 말하면  


리덕스 필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감독의 의도와 제작사의 의도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일텐데요, 제작사에 있어서 영화 제작은 일종의 사업이고 이윤창출을 도모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감독의 기획의도와는 여러 면에서 견해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문에 감독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영화가 개봉하게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 감독들은 (주로 명망있고 능력있는) 자신의 본래 기획에 맞게 감독판을 재편집해 새로이 출품하기도 합니다. 또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의 경우, 일부 요소를 추가해 제작사에서 의도적으로 재상영하기도 합니다.

'리덕스 필름'과 유사한 형태로 '디렉터스 컷'이란게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감독판이죠. 두가지가 일반적으로 같은 형태라고 보셔도 무방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디렉터스 컷이 감독의 의지가 더 부각된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리덕스 필름은 원래 영화가 일부분 추가 및 수정되어서 재개봉한다는 점에서 오리지널 영화의 구성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제작되는 리메이크 영화와 그 차이가 분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리덕스 필름이란?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3&dirId=3031002&docId=47120582&qb=66as642V7Iqk7Lu3&enc=utf8&section=kin&rank=1&search_sort=0&spq=0&pid=gC6h1F5Y7uCsscCVCs8ssc--280453&sid=TkJJSnJLQU4AACwn17o

 ... 란다. 


그러니까 이번에 재개봉된 '파리넬리'는 감독의 의도에 가장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경우, 아트하우스모모에서 봤는데 언제까지 상영을 하는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이 약간은 충격적인데 실제 '파리넬리'의 삶이라기 보다는 영화적 요소를 살리면서 카스트라토의 깊은 슬픔을 나타내기 위한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영화다.


추신 : 실제 주인공의 목소리는 흑인 카운터테너인 데릭 리 레이진의 저음부와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고음부를 합성해서 재현했다고 한다. 영화를 본 뒤에 '카를로 브로스키'라는 이름으로 위키백과를 검색해 보면 영화와는 조금 다른, 실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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