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고운이랑(첫번째 아내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두 번째 아내가 있는 건 아니지만)가장 재밌게 보는 방송은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산 혹은 바다가 있는 곳에 집 짓고 사는 게 꿈이라 잡담하며 보고 있자면 좋다.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욕망의 방향성이 비슷해 다행이다.

나로선 책과 PS4만 있으면 100년 정도는 거뜬할 것 같다. 아내는 TV도 필요 없다 하는데 나는 PS4를 포기할 수 없기에 안 될 일이다.

2.
4일간 출근을 안하니(하루는 재택이긴 했지만) 삶의 질이 엄청나게 높아져버려 이야, 이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목욕을, 그야말로 좋아하는 시간대에, 뒷일따위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다.

뒹굴 거리다 바깥 바람이 당기면 동네 한 바퀴! 마저 있다. 4일이긴 했지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안락이다. 삶에 이런 시간이 없으면 안될 일이고 가급적 길면 더 좋다.

3.
그럴껄(차양현)님은 로또 같은 게 돼버리면 딴지일보를 인수한다 하는데, 으음, 역시 머리가 나쁘다. 그런 걸 해버리면 이해관계가 엄청나게 늘어날 텐데!,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충분한 돈이 있으면 웬만한 이해관계는 스윽삭 끊어버리고 좋아하는 글, 좋아하는 대화,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살 수 있다. 그런 걸 생각한다는 자체가 저 사람은 과연... 이래서 페북은 '난 나이 들어도 저런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가야지' 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된다.

4.
4일간 4권의 책을 보았다. 3권은 운이 좋았다. 요즘은 아무래도 서점보다 알라딘에서 모조리 사버리니 실패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강준만 교수의 세상을 꿰뚫는 이론 시리즈는 재미를 확장 시키기에 좋다. 대중이 논문을 읽기 쉽게 전하는 목적을 가지고 썼기에 그 목적에 충실하다. 짧게 짧게 호기심을 던지고 떠난다. 본인이 관련 주제에 관심이 가면 소개된 논문을 찾아 읽어보면 된다.

사회생물학의 승리는 나온지는 꽤 됐으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읽을만 하다. 그러니까 에드워드 윌슨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나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타깃이다(뒤의 두 사람은 현재 에드워드 윌슨을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만).

사회생물학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 더욱 재미가 좋은데(엄청나게 오해도 받고)진화생물학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은 사람이면 더욱 재밌고, 아니면 공부가 필요하다.

파랑새의 밤은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이라 딱히 설명이 필요 없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과연 인간관계 따위(?)를 즐겨 하지 않는 사람의 내면이 다가오는 기분이랄까. 완고한 맛은 의외로 덜하다.

나로선 치밀한 내면 심리 묘사보다 독자가 이해하든 말든 툭툭 끊어 쳐 날려버리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으음, 하는 느낌은 있으나 그래도 대작가인지라 단박에 읽히는 맛은 여전하다. 뭐, 싫든 좋든 으랏샤, 하고 끌고 가버리는 힘은 여전하다. 

... ...

아아, 좋은 4일이었다.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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