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가 수박을 먹기 편하게 잘라 경비원 아저씨에게 가져간다. 멈춰 세우고 한 장 찍었다.


이따금 그녀를 보면 제법 무질서한 성격(우주가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상태라는 느낌입니다)을 가지고 있으나 과연, 표현력은 좋다 생각한다.

2.
냉장고가 없다는 정보를 경비원 아저씨에게 들었다. 그냥 수박을 가져가면 보관하기 곤란하다. 잘라서 그릇에 가져가면 돌려주기 불편하다.

해서 냉장된 수박을 일회용 컵에 넣어 일회용 젓가락과 함께 잘라 담아간다, 라는 표현력이 그녀에게 있다(실제론 그런 거 전혀 없을 것 같이 생겼지만). 나의 마음은 대부분 저렇게 표현되지 않기에 묘한 재미가 있다.

3.
나라면 수박 한덩이를 사 '하나 샀어요', 하고 드린다. 자를 칼이 없을 수도 있고 다음 교대 시간까지 수박이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포크가 없으면 도구를 찾아야 할 것이고 손에 과즙이 묻어 불편할 수 있지만 그리 했을 것이다. 흠. 

4.
인간은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한다해도 표현이 다르니 과연 이점이 인생의 잔재미가 아닌가, 한다.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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