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정도의 사이즈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들판이다. 10만평? 100만평? 웬만한 소도시 하나 사이즈는 될 법하다. 사방이 지평선, 인간이라곤 나 뿐이다. 으잇샤(라고 입으로 소리내진 않았지만), 벌러덩 눕는다.

산도 건물도 없기에 시야의 모든 것이 하늘이다. 하늘의 전면을 양떼구름이 덮고 있다. 압도적이다.

2.
대략 수 만은 될 법한 새떼가 날아온다. 제법 재밌는 모양을 이루어 인상깊다.

처음엔 큰 원을 이룬다. 그 안에 작은 원을 이룬다. 작은 원을 이룬 새들이 햇살같이 여러갈래로 뻗어나가 큰 원 안에서 대열을 유지한다.

이윽고 큰 원을 이루던 새가 일렬로 모두 날아가고(일렬로 날아가다가 곧 V자를 이룹니다)다음으론 작은 원과 큰 원 사이에 여러갈래의 줄 모양을 유지하던 새들이 차례차례 한 줄 씩 날아간다(처음엔 한 줄로 날아가나 곧 V자 형태를 이루어 날아갑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원을 유지하던 새 무리가 날아간다. 새들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새 하늘의 양떼구름은 모두 사라졌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런 느낌


눈으로 보이는 모든 세상은 파란 하늘이다. 티끌 하나 없이 파랗다.

3.
어제 꾼 꿈이다.

간만에 제법 인상깊은 꿈이라 적어 보았다. 대개 나의 꿈을 크게 분류하면 욕망이나 바람이 30%, 현실에서의 여러정보들이 상징 내지 스토리로 섞이는 게 30%, 20%는 앞의 두가지가 섞인다. 나머지 20%는 날을 두고 깊이 생각하면 대략 논리가 보이는 것이 반이고 반은 모르겠다. 이번 꿈은 잘 모르는 10-20%에 해당하는 꿈이다.

이런 걸 처음부터 바로 안 건 아니고 대략 20년 넘게 경험하며 끄적이다보니 대충 해석이 된다(어디까지나 내 꿈이니 해석이 쉬운 것이지만).

현실에서의 이 장면이 이렇게 변형되었군, 이 장면은 최근 본 책의 영향이군, 이 공간은 내 욕망의 2차 변형 버전이군, 같은 식으로 말이다.

헌데 이번 꿈은, 잘 모르겠다.

4.
꿈을 꾸는 동안 뇌가 제법 굉장한 속도로 여러 정보를 압축적으로 정리, 혹은 처리하는 느낌은 와닿는다. 이래저래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 재미가 좋을 뿐이다.

가끔 사람들이 예지몽이라 하는 건 어쩌면 꿈 속에서 굉장한 속도 혹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다보니 본인의 생각이나 무의식적 계산을 앞일을 본다 착각하는 건 아닐까. 으으으으음.

역시나, 모르겠다.

5.
뭐, 오늘도 하나마나한 잡담이지만 매일 다른 세상에서 노는 건 제법 재미있는 일이다.

혹시나 매일 꿈을 꾸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자기 전과 기상 직후 조금만 집중하면 매일매일 굉장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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