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았으면.
방금 노벨의학상이 수상되었더군요. 제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는 8일날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입니다. 문학의 경우, 문단에서 주는 상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받았으면 하는 사람은 고은과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딱 한명만 꼽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이구요.
어떻게 자국의 작가를 응원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사랑에 국경이 없듯 문학에도 국경이 없지요. 개인적으로 각 작가의 좋아하는 점을 뽑으라면 고은은 선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스러움. 하루키는 진지함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글쓰기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런 글쓰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평범을 넘어서는 평범이라고 할까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평가가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제게 처음으로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도 하루키의 문학은 너무 가볍다고 하셨지요.(사모님은 좋아하셨죠.)집의 한층 전체가 책으로 뒤덮일 정도로 독서광인 일본인 지인 중에서도 하루키의 책은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좋아하는 작가 주제에 이런 말을 하면 그렇지만 저 또한 하루키의 소설에 크게 열광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면 뭘 좋아하냐구요? 수필입니다. 어떻게 보면 소설가 하루키의 외도라고 볼 수 있는 그의 수필이 제게는 그렇게 멋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리도 간결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유머를 잃지 않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
대학교 때 하루키의 책을 수업교재로 공부하고 시험을 친 적이 있습니다. 벼락치기여서 좋은 점수는 받지 못했지만 원서로 그의 책을 접하면 정말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단숨에 와 닿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이 무엇이냐구요? 제 경우에는 누가 봐도 쉽고 좋은 글이 기준의 하나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원서로 그의 글을 보면 정말 간결합니다. 지금은 일본어에 손을 놓은지가 오래돼 한자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지만 흐름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담백하다고 할까요. 깔끔하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한문장에 딱 한스푼씩 정량으로 의미를 떠 넣어 놓은 느낌입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이유로 하루키를 응원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저희 작은 아버지가 하루키랑 정말 많이 닮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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