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망록, 가슴 아파 못 읽겠다.
오늘, '도서출판 한걸음 더'에서 '내 마음의 대통령 -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습니다. 벌써 언론에서는 몇몇 내용이 공개 되었는데요. 그게 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래가 언론에서 공개한 비망록의 주요 내용입니다.
■"대통령에게 쓴 미공개 편지" = 검찰이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억지로 끼워맞추려 해선 안된다. 그동안 수사팀은 너무 많은 사실과 범죄의 그림을 발표하거나 누설했다. 검찰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불법행위다.
검찰은 끝내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사실대로,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이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과 법리를 대통령께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보실 것을 권고드리고 싶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달러를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고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연차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했다면 검찰은 이 통화 기록을 반드시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한다.
검찰은 끝내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사실대로,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이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과 법리를 대통령께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보실 것을 권고드리고 싶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달러를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고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연차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했다면 검찰은 이 통화 기록을 반드시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한다.
■`추가 진술준비' 메모 = 도덕적 책임은 통감한다. 형님까지는 단속이 쉽지 않았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아내와 총무비서관의 일에 이르러서는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 제가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법적인 책임은 별개로 다뤄주길 바란다. 사법적 판단이 어떤 것이든 제가 감당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검찰은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해 다뤄야 한다. 검찰이 왜 이런 무리한 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법적인 책임은 별개로 다뤄주길 바란다. 사법적 판단이 어떤 것이든 제가 감당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검찰은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해 다뤄야 한다. 검찰이 왜 이런 무리한 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장 제 마음을 아프게 한 부분은 바로 아래 내용입니다.
'제가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원칙에 어긋난다면 새파랗던 초선시절에도 당의 총수와 언쟁을 펼쳤던 노짱입니다. 독재자 앞에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노짱입니다. 아이들에게 조차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이지만 비겁한 권력 앞에서는 눈을 부라리며 분노할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으면 이런 글을 적었을까요. 대통령 당선 사흘째부터 이어진 야당의 탄핵 소리에도 국민 빽 하나로 항상 당당했던 그입니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 대통령직을 분수에 넘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부인의 20촌까지 들먹이며 꼬투리를 잡으려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리개처럼 희롱당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이런 글을 적고 있었을까요. 얼마나 억울했으면 보내지도 못했을 이 글을 그렇게 적고 있었을까요.
당시의 노짱을 상상해 봅니다.
언론의 부추김과 권력의 장난질로 온 국민의 적이 된채 난도질 당한 그. 언제나 쾌활하고 당당했던, 정면승부의 상징이었던 그가 어두컴컴한 방에 홀로 앉아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굳어버린 두손, 숯검댕이처럼 타버린 마음, 책조차 읽을 수 없을 깊은 절망, 하루가 멀다하고 불려가는 주위 사람들, TV를 켜면 비리의 온상이 된 자신, 신문을 펴면 파렴치한으로 묘사해 놓은 가족.
줄담배 이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었겠지요. 그는 진지함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멋스러운 정치인이었습니다.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신념과 소신을 지킬줄 아는, 어떤 권력 앞에서도 당당할 줄 알았던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국민이라는 빽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그들만은 자신을 믿어 주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가 스스로를 포기해 버릴 만큼 자책하고 아파했던 이유는 바로 그 국민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노짱의 변호사 시절 승률은 90%였습니다. 법리로만 노짱과 맞붙는다면 대한민국 검찰계를 통틀어 그의 논리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었을 겁니다.
그런 그가 왜 자신의 논리를 접었을까요. 왜 정정당당한 링을 만들려 했다가 포기했을까요. 글을 적고 난후, 그는 스스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미 언론의 장난질에 세뇌되어 자신에게 등을 돌린 국민들을 보며 그냥 손에 쥔 모든 것을 놓았겠지요. 그리고 그런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거겠지요. 우리가 좀 더 믿어 줬다면, 우리가 좀 더 그의 손을 잡고 있었더라면, 우리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랬더라면.
노짱.
당신 비망록 보면서 또 한번 느낍니다. 당신, 참 바보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참 잘난 바보고 우리는 참 못난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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