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는 막막한 두려움과 불안함
그리고 죄의식과 대면해야 할 날이 온다.
그것들이 하나씩 찾아오면 좋으련만
삶은 때때로 자비심을 잃는 듯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져 갈 때
그것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은
사람의 인격을 서서히 죽여 나간다.
그러니까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것 말이다.
그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라 한 달,두 달,1년,2년이 지속되면
나는 도저히 내 삶에 집중할 수 없다.
언제나 슬픔 속에 존재하며
때때로 웃음을 만나도 그 웃음은 곧 죄의식과 마주할 뿐이다.
내 삶을 송두리째 가져가 그녀에게 줄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 존재가 이 세상에서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지라도.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지라도.
나는 행복하게 죽을 수 있으련만
나는 정말로 행복하게 내 삶의 끝자락을 놓을 수 있으련만
나는 정말로 미소로 이 생을 끝낼 수 있으련만
왜 내 삶을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인가
왜 내 피를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인가
왜 이 심장을 가져가지 않는 것인가
지금
나는 진실로 악마를 원한다.
심장의 피를 쥐어짜 내며
스스로 창자를 끊어가는 심정으로 악마를 부른다.
그가 나와 계약해 준다면
내 영혼을 가져가는 대신
그녀의 삶에 온전한 생을 불어 넣어 준다면
그녀가
그때의 그 눈으로
그때의 그 몸짓으로
그때의 그 마음으로
다시금 세상에 설 수 있다면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텐데
나는 영원한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 텐데
그녀가 나를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녀를 영원히 만날 수 없을지라도
나는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텐데.
이것이 신의 치밀함인가
이것이 삶의 잔인함인가
그 누구도 누구를 위해 대신 죽지 못한다.
그 누구도 누구를 위해 대신 살지 못한다.
그 누구도 누구를 완전히 구하지 못한다.
다만, 사랑하고
다만, 같이 죽어갈 뿐이다.
note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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