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조용수의 시대 - 조용수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


9 11, 박정희 쿠데타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조용수의 유족 등에게 ' 99294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이 액수는 함께 기소된 양실근의 유족을 포함하여 형 집행일 기준으로 올해까지의 지연 손해금을 계산한 것입니다.


혹자는 그 액수에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물과 한, 빨갱이의 누명 속에서 근 50년을 살아온 그들이 돈 몇 푼으로 그 한을 보상 받을 수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조용수 사장 생전의 모습>




조용수, 그의 삶, 그의 꿈


우리가 조용수의 삶을 되짚어 봐야 할 이유는 지금 이 사회가 그가 그토록 아파하고 깨어나고 싶어했던 그때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그가 민족일보를 창간할 즈음, 국민들에 의해 이승만은 심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지속된 보수언론의 장난질에 국민은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했고 그토록 염원했던 과거 청산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했습니다.


조용수는 깨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간파하고 있었습니다끊임 없이 대북 강경책을 일삼는 기득권이 반공을 이용하여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밥그릇을 채우고 있다는 현실을.


그는 진보 언론인들과 함께 민족일보를 창간했고 소외 근로 대중의 현실과 대북강경책의 허구를 알리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평화통일론'을 주장했지만 민족 자주 운운하며 소련에 기대고 있을 뿐이라고 북한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남한 정부 또한 같은 이유로 비판의 칼날을 들이 댔습니다. 진짜 자주를 위해서는 더 이상 강대국들의 입김에 놀아나지 말고 남북한 모두 소련과 미국 어느 쪽이라도 국익이 된다면 적대시할 필요가 없음을 설파한 것입니다.



 


                                                                                                <민족일보 첫호>



지금은 상식과도 같은 일이지만 남한이 절대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던 당시는 기득권의 비난과 핍박을 각오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엉터리 보수언론과 더딘 개혁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들은 유일한 진보성격의 일간지로 균형잡힌 비판을 보여준 민족일보에 절대적인 호응을 보였습니다. 가두판매에서는 약 4만여 부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기도 했습니다창간한지 3개월도 안된 언론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대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과 함께 깨어나고 싶었던 그의 꿈도 잠시, 쿠데타 이틀 만에 긴급 체포되어 3개월도 안되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정통성이 없는 박정희는 자신의 좌익 경력을 의심하던 미국에게 환심을 사야했고 반공을 내세워 국민의 자유를 뺏을 이유를 만들어야 했으므로 조용수와 같은 언론인은 눈엣가시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1961 12 21, 체포된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더 억울한 것은
아무 이유 없이 구속한 후, 헌법조차 무시하는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급하게 만들어 사형을 시켰다는 것입니다신문 발행인에 대한 이런 만행은 일제 강점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사법부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이자 언론계의 가장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남한산성에 위치한 조용수의 묘  / 출처 : 오마이뉴스 최유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무죄가 입증되었고 유족에 대한 보상금 판결이 났다고 해서 이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가 겪었던 시대의 아픔은 지금도 우리에게 반복되고 있고 조용수와 같은 억울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아직도 세상이 두려워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그리고 그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출범입니다. 보수 언론들은 이 위원회를 두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치욕스런 과거를 들추어 낼 뿐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조용수의 명예를 회복하고 무죄를 입증하는데 과거사 위원회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지금도 항일 독립 운동, 해외 동포사,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수 많은 만행과 억울한 일들을 밝혀 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일들을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후세에 전해 주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 후손들은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또 진심으로 조국에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진실되게 역사를 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지금까지도 나찌 전범을 처벌하며 교과서에 그들이 살해한 유대인 사진을 실어 가면서까지 철저하게 부끄러웠던 역사를 가르칩니다프랑스는 국민을 배신했던 전범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낸다고 할 정도로 시효를 두지 않고 추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연 그들 나라에는 보수 언론이 없는 것일까요. 부끄러운 역사는 덮어두고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 가자는 목소리는 없는 것일까요.


그들은 그러한 통렬한 자기 반성이야말로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고 후손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청산과 반성에는 시효가 없어야 하며 보수와 진보가 없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역사교과서에 압력을 가하고 국민에 의해 막을 내린 독재 정권을 미화하기 바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조용수의 삶을 뒤돌아 보며 후손들을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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