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7. 02. 목요일

부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







1. 게임의 룰을 바꾼 남자


그는 용이었다.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노무현과 자존심>. 조선일보가 수 십 년간 쌓아온 이데올로기가 3권의 책에 흔들렸다. 게임의 룰이 당대에 바꼈다. 스스로 원하든 원치 않든 야권 집권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 남자다.


<인물과 사상>은 비판의 룰을 당대에 바꿨다. '실명 비판'이 한국에서 가능할 거라 상상이나 했던가. 17:1의 불가능이 실시간 중계 되었다. 아니, '일기당천' 쯤은 써야 당시의 그에게 어울릴 말일 게다.


지난 5월,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출간. 제목은 여전히 도발적이다. 인터파크 북디비 인터뷰는 핑계, 꼭 한번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대가, 강준만을.



2. 답답한 강준만: 개인이 용이 되도 전체의 용이 되지 않는다


: 왜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됩니까.



인터파크 북디비의 건방진 지령. 저자 인터뷰니까 책에 대해 인터뷰하랜다. 책은 걍 읽으면 되는 것을. 어쨌든 '갑과 을의 나라' 니까 갑 의견 반영하며 스타트.



: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한국인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본능에 가까운 이념이죠. 우리가 수입한 서구적 이념의 바탕은 결국 우리 몸에 체화된 속담 형식의 바탕 위에 세우게 되는데 용 나는 모델을 항상 깔고 갑니다. 한겨례, 경향 검색해봐도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주장하는 기사가 많은데 이거 안 맞아요. 안 맞는데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로 자꾸 끌고 간단 말이야.


 : 다 용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죠.


 : 그게 참 불가사의하더라고. 이거 안 맞는데 왜 이렇게 계속 갈까? 진보적인 주의, 주장, 어떤 정책을 봐도 그런 게 다 숨어 들어가 있어. 노동 문제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카테고리로 분류 되니까. 결국 저 위에까지 끌어 올리는 게 진보의 역할 같이 되버린 거예요. 어느 세월에? 삼성노동자랑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랑 같나요? 노사로 갈라 보는 모델 자체를 의심해봐야 되는데 그걸 의심하면 보수라 하고. 웬만해선 다들 진보, 보수 나눠서 싸우는데 '개천에서 용 난다'를 깔고 가면 안 맞는다는 거예요.


 : 이게 이론적 면죄부잖아요. 개천에서 누구나 용이 될 수 있으니까 한국사회는 괜찮은 거다. 진보적 교수들 조차도 속으론 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겉으론 평등, 진보, 분배를 주장하지만.


 : 진보도 결국 발언권을 가지려면 한국의 기본적인 학벌과 문법에 의해서 어떤 위치에 올라가야 발언권을 갖는 거에요. 한국 정부 특성이 다 엘리트 코스잖아요. 엘리트 코스를 학벌로 보건 뭐로 보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만 지휘를 한다는 거죠. 결국은 이 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고 리더쉽을 행사하려면 진보건 보수건 개천에서 용나는 모델이 되야 한다. 다들 그렇게 커왔기 때문에 그걸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 그건 바꿀 대상으로 의심조차 안하고 그냥 한국인에게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니, 없었다.


 : 지방에서 제일 실감 나는 게 뭔지 압니까. 인재육성 전략은 무조건 서울 명문대 보내는 거예요. 이게 지역발전 전략이에요. 초등학생이 들어도 말이 안 되는 거야. 모든 지역이 그렇지만 전라북도 고등학생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게 지역 발전 전략이다? 지난 반세기 넘게 아니라는 게 입증됐죠.


 : 안 내려오니까.


강 : 내려와봐야 몇 명 도지사나 해볼까, 금배지나 달아볼까. 성공하려고 내려오지 안 내려와요. 그러니까 지역에서도 어떻게 해서건 서울로 보내려고 하고. 웃기잖아요. 근데 지방은 또 가만 있어요. 봅시다. 전북 도민 개인의 이익과 전북의 이익하곤 맞지 않아요. 전북 개개인의 행복은 자기자식 일류대 보내는 거 아니겠어요? 시장 기능에 의해서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 보낸다는데, 이게 한국인의 상식인데 그걸 어떻게 막습니까?


대신 공적인 자금, 국민의 성금, 이런 건 지역에서 지역 대학을 키우고 지역 인재를 많이 남게끔 해야 무슨 혁신도 이뤄지고 아이디어도 나올 텐데 그 돈으로 다 서울 보내놓고 뭐가 나옵니까? 안 나오잖아요. 전국 지방이 다 그렇습니다. 세미나만 열면 인재가 생명이라 그러는데 인재가 없는데 그게 돼요? 차라리 솔직하게 인재 육성 전략 하지 말고 지역 발전 하지 말자, 이렇게 말하라 이거야. 그냥 못난 놈 지방에 사는 거고 잘난 놈 서울에 가는 거라고. 말을 차라리 그렇게 하면 이해가 쉬울 텐데 무슨 지역 발전 전략이라고 사기를 쳐요. (웃음)



명쾌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강준만은 용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3. 독고다이 강준만 : 서울욕심, 감투욕심 없었나


 : 그런 교수님은 서울 욕심 없었습니까? 교수들은 다 서울 가고 싶어하잖아요. 용 되야 하니까.(웃음)


 : 제가 자신을 즐겨 부르길 기회주의자라 그러죠. 기회주의자인 이유가 전북대 처음에 왔을 때, 조금 있다 서울로 옮겨 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기 와서 결혼을 1년 후에 했는데 끝나면 학생들하고 술 먹었어요. 학생들하고 있는 게 좋았어요. 하루 건너 하루 먹고.


허물이 없어지니까 그러는 거예요. 서울 언제 가냐고. 다 알죠. 그냥 거쳐가는 곳이라는 거. 뜨끔했습니다.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함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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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되나... 그땐 매주 서울 가고 학회활동도 활발하게 했고. 왜냐면 서울을 간다는 게 좋건 안 좋건 정치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솔직하다.



 : 근데 제가 좀 고지식한 게 있는데 나름 고민하다가 '서울, 꼭 가야되나? 어떻게 여기서 해보면 안 되나?' 하고 에이, 그까짓 거, 하고 여기서 선언을 했습니다. 나 서울 안 간다. 서울 가던 것도 다 그만 뒀어요. 소신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기엔 말이 쉽다. 학자로서, 저자로서, 한국에서 가장 핫 했을 때다.



 : 학사 전공이랑 석사 전공이랑 다르게, 그러니까 교수님 같이 독고다이로 된 사람은 지방에 있으면 더 괴롭지 않나요.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을 거 같은데.



강준만 교수는 성균관 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를,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를,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를 했다. 끌어줄 사람이 전무했다는 말이다. 교수 사회가 오롯이 실력사회라는 뻥은 잠시 접어두자.



 : 처음에 와가지고 여기저기 글 써 제꼈더니 날 좋게 보던 분이 애정을 갖고 말했어요. 그러면 안 된다고. 무슨 뜻이냐면 제가 학부랑 대학원 전공이 같아서 거기 소속이 됐더라면 누군가 애정을 갖고, 스승이든 선배든 좋은 의미의 통제를 했겠죠. 근데 저는 통제 바깥에 있죠. 통제 바깥에 있지만 '너 너무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는 선의의 충고를 해준 겁니다. 근데 가만 보니까 대학은 좀 다른 게, 그것 역시도 상황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갑을 관계란 거, 군기 잡는 기수 문화라는 게 내가 윗 기수에 당한 만큼 아래 기수를 잡을 수 있다라는 주고받는 거래 관계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기수 문화에 편입이 되는 거고. 검찰, 군인들 다 그렇지 않겠어요? 그 흐름에서 빠졌다고 하는 게 자기자신에게, 어떤 큰 영향을 미치죠.


 : 아무리 그래도 소속을 여기 두고 그 정도로 거칠 거 없이 비판하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요. 이름을 날리는 거에 대한 질투도 있을 거고.


 : 오래된 이야기지만 충격을 받았던 게, 왜 날 싫어하지, 였어요. (웃음) <김대중 죽이기> 쓰고 나만큼 호남을 얘기한 사람이 없는데 왜 날 그렇게 싫어하지? 난 그 생각만 한 거에요.


 : 의심의 눈초리가 생기죠. 그렇게까지 핫 해져 버렸는데. 감투 욕심이 있을 거다.


 : 세월이 지나 보니까 이 사람이 글하고, 말만 그렇지. 무슨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투가 생긴 것도 아니고 어디 그렇게 나서는 것도 아니니까 조금 수그러들었죠. 그런데 여전히 그때 이미지, 인상이 있어서. 안 좋아하죠. 나대는 사람을. (웃음)


 : <김대중 죽이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학자로 킹 메이커 역할을 한 거 아닙니까. 본인이 제일 많이 느꼈겠지만 그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면 사람이란 게 붕 뜨잖아요. 엄청난 인기는 엄청난 힘으로 연결되는 거고. 욕심 안 생기셨나요? 이 힘으로, 이걸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 사람이라면 분명 들 텐데.


 : 욕심의 문제가 아니고 체질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기가 바깥 세계로 나가는 체질인데 그걸 억눌렀다라고 하면 대단한 분이죠. 그러니까 그걸 다스린 거죠. 그런 사람은 대단한데 저 같은 사람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체질이 게을러서 싫어요. 서울 가는 게 귀찮은 거. 모든 게 다 귀찮아. 게으름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랬다니까. 나 이거 웃긴다고 본다. 우리가 저 사람 '게으르다, 게으르지 않다' 이분법이 얼마나 허황된 거냐. 예를 들어 여자 밝히는 사람들 있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해. 그 일에 관한. 그러니까 사람마다 게으르고 부지런한 분야가 각기 다를 뿐이죠. 어떤 면에서는 제가 일 중독, 일 벌레라고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만 체질이 아닌 거예요.



그가 당시 끊임없이 ‘나대는’ 이유가 감투 욕심 있었다, 서울 와서 한 자리 노리는 거다, 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던진 질문이었다. 인간에겐 욕망이 있기에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이다. 허나 그는 언행일치 했다.




4. 싸가지 강준만: 싸가지 없어 봐서 안다. 비효율이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해서도 한 번 썰 풀죠. 교수님은 일단 책을 너무 많이 내니까 사람들이 다 못 읽고 씹는 것도 본인이 이해를 해주셔야 합니다(웃음). 저자가 직접 말하는 ‘싸가지’는 정확히 뭔가요. 싸가지 좀 없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 진보가 보수에 비해 싸가지가 없을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겸손해도 독선적인 사람은 내가 정의인 거야. 내가 정의에 대해서 아는 거에요. 저쪽은 정의가 아니에요. 파트너로서 겸손을 위장하지만. 독선이 막 여기서 나와.


 : 내가 옳으니까.


 : 그게 싸가지가 없는 거거든.(웃음) 그러니까 싸가지가 적나라하게 막말하는 것도 싸가지인데, 물론 그것도 중요해요. 근데 싸가지의 근본은 뭐냐면 도덕적으로 내가 우월하다는 의식이 있고 정의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내가 저쪽을 상대하더라도 조금 더 낮춰보는 거죠. 근데 사람들은 그걸 귀신같이 알아채거든요.



겉으로 아무리 겸손하고 존대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고 있음이 느껴지는 졸라 재수 없는 기분, 정도로 이해했다.



 : 그걸 저는 어떻게 느꼈냐. 진보인 사람이 보수를 향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소위 한국 정치에서 진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전통좌파. 논쟁을 해보면 말로건 글로건 오만한 게 드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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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정말로 이 사회에 어떤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외치는데 그게 느껴지는 순간, 사람들은 정말 싫어해요. 차라리 욕설을 뱉으면 저 자식 성질 더럽구나 그렇게 끝나죠.


싹 내려다보는 걸 알아요. 사람들이 그거 참 싫어합니다. 표현을 어떤 식으로 하건. 그게 싸가지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지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갖고 있는 문제가 그거에요. 아니, 거기뿐만이 아니라 진보가 그래요.


 : 그러니까 헛똑똑이들이 많은 거네요. 똑똑함으로 사람을 품는 게 아니라 남을 굴복시키는 데 남발하는 거.


 : 사회적 약자와 아웃사이더를 위해서 살고 싶어하는 건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와 아웃사이더를 위하는 일로 그냥 내가 존재감을 느끼고 싶은 건지, 그게 그 말인 것 같지만 달라요. 정말로 사람을 위한다면요. 내가 무릎을 꿇을 수도 있는 거고 얼마든지 양보할 수도 있고 타협할 수도 있는 거죠. 그 사람들한테 좋은 결과가 간다면. 우리 진보가 그런 식으로 하나요? 그게 자꾸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어. 온 몸으로 느끼겠던데. 실제로 학생들하고 얘기해보면 그 말 제일 많이 해요.


 : 재수가 없는 거죠. 근데 이걸 교수님한테 그대로 돌린다면.(웃음)


 : 저도 예전에 그런 모습이었어요. 얼마나 싸가지 없었을까. 싸가지 없어 봤던 놈이 싸가지 문제를 잘 압니다. (웃음) 내 경험을 바탕으로 했는데, 그걸 못 알아 들으시더라고.



웃음 뒤에 비판과 비난을 정면에서 받아낸 학자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든지 삐뚤어질 수 있었을 텐데.



 : 스스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지식으로도 우월감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인정하시는 거네요.


 : 그게 있었죠. 왜 없었겠어요. 지금은 없을까? 지금도 있겠죠. 지금도 있는데 '그건 안 되는 길이구나'의 깨달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중요합니다.




5. 치어리더 강준만: 아, 내가 치어리더였다


: 교수님 삶에서 민주당 분당 사태를 안 짚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 지금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론 민주당 분당 사태가 저한텐 축복이라고 봅니다. 엄청난 행운이죠.



많은 사람들이 당시 강준만에 대해 분노했던 포인트. 야권 집권 이데올로기의 대가 강준만이.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쓴 참여정부의 ‘개국공신’이. 노무현 당선 후 네티즌으로부터 KBS 사장감으로 압도적 추천을 받기까지 한, 강준만이. 감히 노무현 대통령 하는 일에 반기를.



 : 가장 충격적인 사건 아니었습니까? 그때 비난이.


 : 그런 정도의 계기가 없었다면 제가 달라졌을까요? 계속 그렇게 갔을 가능성이 높죠. 그때 엄청난 충격이었으니까 제대로 자기를 뜯어보고 돌아볼 기회를 가진 거죠.


 :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면서 교수님을 응원하고 메시아처럼 받들던 사람이 싹 돌아섰는데 그게 기회가 되던가요. 저 같으면 에이 씨바,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 안 해 하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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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어리더론이 그거죠. 아, 내가 치어리더였구나. 어저께도 보니까 야구 아주 재밌게 잘하던데. 한화하고 삼성하고 붙었잖아요. 삼성 치어리더면 삼성을 응원하게끔 되어 있는 건데 갑자기 치어리더가 건방지게 굴면 안 된다는 거죠. 애초에 암묵적으로 약속된 걸 벗어난 거니까. 대세의 방향은 정해져 있고 우리가 따르는 누군가 저기로 가는데 치어리더가 그쪽을 향해서 박수를 보내야 하는데 아니니까. 그런데 치어리더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편에게 열광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는 와중에 철저히 미움 받는 행동을 하는 것, 그 두려움만은 상상된다. 지금껏 열광적인 사랑으로 채운 존재감의 빈틈이 다 날아가 버릴 테니까.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거기에 맛들려 바보 되는 상황, 널리고 널렸다.



: 느껴보니까 알잖아요. 전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인기 있냐 없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 열화와 같은 지지가 피부에 오는 거니까. 과격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게 인기가 있는 거죠.


 : 우리 편에서도 그런 사람이 인기가 있고. 멋져 보이고.


 : 우리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게 먹힙니까? 저도 사실 그 득과 수혜를 누렸던 거죠. 다 겪고 나니까 치어리더였구나 하는 거죠. 그런 깨달음을 공짜로 얻었겠습니까?(웃음)



그는 학자다. 다만 그의 책과 논리는 책상머리에서만 나온 건 아니다.




6. 논객 강준만 : 새정치민주연합, 답 없다, 방향은 있다


 : 그런데 세상은 점점 더 쪼개지는 거 같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점점 멀어지고.


 : 우리 그러잖아요. 사람이 절망 끝까지 가야 희망도 생기고 갈 때까지 가봐야 된다는 거 아닙니까? 아직 갈 때까지 안 갔어요. 과도기적 현상으로 봐요. 새정치민주연합도 아직 덜 망가졌어요. 더 망가지고 더 절망적인 상태로 가봐야 되는 거지.


 : 더 망가져야 된다?


 : 여태까지 반복되는 사이클이 있어요. 자꾸 유권자들도 까먹어. 우리 나라에서 개혁이다, 혁신이다 했을 때 가장 잘 먹히는 게 청산이에요. 그게 가장 잘 먹힙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면 선거 때 다선 의원들 있죠. 가끔 가다 떨어질 때 있잖아요. 떨어뜨린 유권자들 인터뷰 해보면 나옵니다. 많이 해먹었다.


무슨 뜻이냐면 정치를 보는 시각이 진보, 보수 구분 없어요. 저 놈들, 어찌 됐건 출세한 놈들 아니냐. 용이에요. 지난 몇 선 하는 동안 일을 얼마나 했냐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니에요. 너 많이 해쳐먹었잖아. 그럼 다른 놈도 해먹어야지. 무슨 말이냐면 지배 분배의 정의. 그러니까 정당한 분배, 그런 의미가 아닌 거예요. 마치 조폭들이 돌려가면서 나눠 먹는 정의에 가까운 거죠. 그 심리에요. 정치권에 대한 혐오, 저주. 그래서 조폭처럼 쓸고, 치고 청산해야 시원한 거. 물갈이 한다는 거죠. 조국 교수 같은 분을 300명 채워도, 훌륭한 분들 채워 넣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린 사람의 문제일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괜찮은 분들 국회에 많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안되면 뭔가 게임의 룰에 문제가 있는 거에요. 계속 반복되는 게임이죠. 그게 아닌데.


 : 그럼 교수님이 생각하는 모델은 어떻습니까. 물갈이론, 인적 청산론. 안 되는 거 증명이 됐는데도 우린 계속 속고 있는데.


 : 그러니까요.(웃음) 어느 조직이건 사회건 정답은 없는 상태에요. 그런데 없다. 그럼 욕먹잖아요. 여기 지방대 교수들도 늘 하는 얘기가 있는데. 지방에 세미나 오거든요. 수십 번 했잖아. 똑같은 이야기 반복되고. 지겹더라고. 답이 없어요.


한 번은 어떤 세미나 때 제가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말을.. 계속 이런 쇼를..' 한다고 생각해서제가 답이 없다. 감내해야 된다. 그랬더니 욕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정말 답이 없어요. 새정치 민주연합도요. 교육 문제조차도. 답이 없어요.


: 아니,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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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긴 있는데 반세기 이상 누적되어온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원하는 건 이런 거죠. 30년 걸려 누적된 문제가 터지는데 어떻게 직방에 답이 나올 수 있냐 이거에요. 30년은 더 걸리지 않더라도 반이건 1/3이건 장기간을 두고 오래 걸리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제시할 순 있다는 거죠. 제가 볼 땐 답이 있다라고 하는 건 사기라는 거에요. 답이 있을 수 없다니까.


김 : 그럼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쩝니까. (웃음)


강 : 지금 이 사람들은 당장 총선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거에요. 이게 사기라는 거죠. 수십 년 누적된 문제를 총선 앞두고 해결하겠다?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거죠. 총선에서 어떻게 해보자 이거지. 애초에 답이 없는데 답을 찾을라고 하는 거고. 유권자들도 그냥 쇼 하듯이 보는 거고. 제가 생각하는 답은 누차하고 오래 걸리죠. 오래 걸리는 게 예를 들어 이런 거에요. 지금 새누리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얘기 나오잖아요. 근데 오픈 프라이머리는 아는 분들 다 반대합니다. 문제 많아요. 새누리 같은 경우는 오픈 프라이머리 대비해가지고 사람들 막 끌어 모으고 난리 아닙니까.


저는 그 어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쪽이에요. 오픈 프라이머리를 비판하는 모든 분들의 주장에 100% 동의해요. 문제는 공천이거든. 공천 문제 어떻게 해결할거냐 말이에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면 오픈 프라이머리가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정착까지 밀고 가는 수 밖에 없어요. 오래 걸리죠. 당장 드러나는 문제는 지역에 기반 있고 짱짱한 표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리하단 건데. 진보 쪽 일부에서도 반대하는 소리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기존의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하다라는 거거든요. 그러면 기득권 아닌 사람들도 어떤 식으로든 지역에서 풀뿌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시도를 해보자는 거에요.


 : 정착을 해보자.


 : 방향은 그걸로 가야죠. 근데 우리는 지금 불리하니까 이건 안돼. 그러니까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요. 오픈 프라이머리 하자고 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진보 쪽에서 반대할 걸요. 그걸 대안으로 내놨을 때 사람들은 급한 거에요. 가장 정직하고 옳은 답은 오래 걸리는 문제고 국민참여 없인 안 됩니다. 근데 국민 여러분은 어떤 자세시냐. 지금 정치권, 정당 근처 가는 것도 무슨 메르스 앓는 것처럼 여기는 거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이 누가 그 근처에 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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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정당원이 된다는 건 우리 한국 정서로는 안 끌려요. 민주주의 역사가 미국 쪽, 유럽 쪽하고 다른데. 정당원이 된다는 걸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는 국민을 상대로 정당원이 되서 참여해달라? 어렵습니다. 그럼 이중정당제도 가능한 거 아니냐 합니다. 정당원은 못 되겠지만 거기서 준 정당원으로 해서 오픈 프라이머리 정도에만 참여하는. 모든 걸 열어 제치고 역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새누리당 당원까지 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어느 정도 비판적 지지를 하는 사람들이 와 준다면, 경쟁할 수 있잖아요.


나 정말 좋은 뜻 갖고 이번에 해보려고 그런다. 좀 들어와주시라. 처음엔 연고에 의한 모집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거예요. 그러면 연고에 의해서 모집하는 과도기, 이게 얼마 걸려 바로 잡히겠어요? 오래 걸리죠. 시행착오 있죠. 하지만 방향은 이쪽입니다. 반드시 부작용 엄청나고 시행착오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우리 문화 문제 아닙니까? 유권자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인내 갖고 우리 한 번 해보자 이겁니다. 시간 걸리겠지요. 이런 걸 과정 없이 당장 보여주겠다? 내년 총선 전에? 가능하지가 않다니까. 가능하지 않는 문제를 띄어 놓고 답을 얻으려고 그러니 환멸은 예견되어 있다 이거죠.


나는 지도자의 역할이 그거라는 거에요. 우리나라. 절 포함해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사람들 말 정말 안 들어요. 한국 사람들. 옛날부터 독재 정권에 당해온 게 있어서 정부 신뢰할 수 없잖아요. 비딱하게 나가는 게 명분도 있었고. 몸에 벤 게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죠.


그러면 유권자 상대로 우리가 살아온 역사에 공동 책임을 져야 될 점이 있는데 그 비전은 오래 걸립니다. 접근이 다르잖아요. 근데 지금처럼 심판, 응징이라면 코스 뻔하죠. 잘라내고 치워낼 거 아니에요? 또 그걸 원하는 걸 거고. 언론의 반응도 빤히 보인단 말이죠. 제가 즐겨 쓰는 말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홍수 민주주의라는 겁니다. 1년에 한 번 장마철 때 비 오고 홍수 나잖아요. 그러면 일부 기업들이요. 폐기물 같은 거 쌓아뒀다가 홍수 때 흘려 버립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가만보면 그런 식이에요. 중요한 뭐가 있을 때, 닥쳤을 때, 그때 딱 쓸려가게끔. 해결책이 아니에요. 홍수라고 하는 그 어떤 자연 변화 거기에 내보내려는 거에요. 우리 지금 거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글타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참고 하시라. 새누리당은 안 물어봤다. 잘해서 얄미우니까.




7. 대학입시, 사교육 문제


 : 정치만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한마디 더 듣고 싶은데 교육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입시, 사교육은 진짜 풀리지 않는 문젠데.


 : 저보고 답을 내놓으라고 하면 임금 격차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어요.


 : 임금 격차를 줄인다.


 : 임금 격차 안 줄이고 사교육 문제 해결이 되요? 학력, 학벌에 따른 임금 격차가 엄청난데. 학부모들이 대학 보내야 되고, 똑같은 대학이 아니라 일류 대학을 보내야 되겠구나 생각하죠. 당연히. 인생이 바뀌는데.


 : 이렇게 직설적으로. (웃음)


 : 목숨 걸고 사교육 투자하지, 왜 안 합니까? 이거 바꾸는 걸 입시 정책 갖고만 한다? 교육 문제는 교육부 장관 손 떠난 거죠. 대통령인들 할 수 있나? 솔직히 이야기해서 이것도 오래 걸립니다.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향, 방향이 있을 뿐이지요. 현 정권 하에서는 못합니다. 다음 정권도 이익을 못 볼 겁니다. 지도자면 그런 방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8. 잡담: 김어준과 진중권


 : 개인적인 질문 좀 하겠습니다. 김어준이란 사람. 그러니까 저희 사주 어떻게 보세요. 지금부턴 저만 듣고 안 실을 겁니다.


 : 김어준을?


 : 걍 궁금해서.


 : 김어준은 천재야.


 : 실어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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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인데 정치판에는 안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 으하하하하.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정치 진짜 안 할 거냐고 물어 본 적이 있는데 내 성격에 그걸 어떻게 하냐고. 씨바(웃음)하면서, 체질이 아니라고 합니다.


 : 난 딴지일보 좋아해요. 우리 교수들 중에 나꼼수 팬도 많은데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체 국민은 아닐 망정 상당수 국민의 스트레스 해소로 수명 연장에 기여했다는 건 인정해요. 그런데 결국은 전체가 살아야 될 거 아니에요, 대한민국이. 그렇잖아요. 아무리 우리가 미워하는 수구꼴통, 심지어 일베 회원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걸 풀어야지. 그걸 어떻게 하겠어. 나꼼수 방식은 적어도 전체에 대한 답은 아니죠.


김 : 진중권 교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시나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 놀라운 건 엄청난 에너지. 그거 초인적인 것 같애.



사돈 남 말 하는 기분이다. 강 교수님. 본인이 책을 몇 권 쓴 줄 기억하고 있는 걸까.


 : 그거 즐겨 봤는데, '속사정 쌀롱'인가? 재밌게 봤어요. 보통 안 나가려고 하잖아요.


 : 그런 방송이 스스로의 존재감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인간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채우는 방법이 있으니까.


 : 그러니까 저는 그걸 에너지로 보죠.


 : 굉장히 긍정적인 해석입니다.


 : 아주 대단한 에너지. 그런 에너지를 갖는 게 쉽지 않아.


 : 만약 그런 욕심이 있어도 그 욕심을 채울 능력 없는 사람들이 더 많죠.


 : 잘 하더라고. 누가 '당신이 진중권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니 그럼, 왜 안되나? 재밌던데', 그랬어요. 오락이라는 거,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과소평가 하는 거 아니냐고.



이상, 걍 사적인 질문이었다.




9. 강준만의 꿈

 

 : 마지막 질문입니다. 굉장히 식상한 질문인데(웃음), 꿈이 뭔가요.


 : 꿈, 있죠. 몸만 괜찮아지면 정년 퇴직하고 꼭 해보고 싶은 일. 제가 신방과 교수잖아요. 지역 언론. 디지털 시대에 무슨 지역 언론이 있어야 되냐, 말은 안 하지만 다들 회의론이 깔려 있어요. 제가 시도를 안 했던 건 아니에요. 선샤인 뉴스라고 띄웠던 적이 있어요. 학생들하고 인터넷 뉴스를 만들었어요.


그때 학생들이 다 졸업하고 나름의 SNS 홍보대행사 비슷한 걸 차렸어요.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그 본부가 전주에 있는데 서울 강남에 지사를 차렸어요. 서울에서 학생들 뽑고. 기존 대행사들이 산전수전 다 겪었어도 대학 갓 졸업한 학생들 감각이 훨씬 낫습니다. 지금 직원이 한 20명 정도 되요. 그 학생들만 놓고 보면 대단한 성공케이스죠.


그때 왜 선샤인이냐, 미담 중심으로, 모델을 애초에 그렇게 잡았어요. 위험부담이 크고 자본도 없으니까. 학생들 졸업하자마자 맨땅에 헤딩하는 식인데 까는 걸로는 기존 언론과 비교해서 감당이 안 됩니다. 그리고 까는 것도 문제가 뭐냐면 전라북도 같은 경우엔 지역 특수성, 고정 메뉴가 전국 꼴찌에요. 경제적 통계건 사회문화지표 건 전국 꼴찌가 너무 많아요. 전라북도가.


그러니까 이 지역 문제가 가진 비판을 하면, 전라북도에 대한 거의 포기, 자포자기, 너무 네가티브가 됩니다. 우리가 꼴찌를 탈피해서 애쓰자는 취지로 비판적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심리학에 사회적 증거 이론이 있잖아요. 사회적 증거, 부정적인 걸 계속 날려버리면 사람들이 반대로 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서울대의 나라>라는 책에서 서울대가 얼마나 한국 사회를 해쳐먹고 있냐 했더니, 아니, 그럼 서울대 꼭 가야 되겠네!(웃음), 이렇게 가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거 안되겠다', 미담 중심으로 갔는데 이건 또 수익 모델이 안 나와서 사실상 접고 학생들이 그 길로 간 거죠. 저는 정년 퇴직하면, 어디 아프지만 않으면, 제 인건비 걱정 하나도 없잖아요? 전업으로 갈 수 있어요.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미담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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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 까는 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깔 건 깝니다. 깔 것은 까야 되는데 평소에 긍정적인 거 중심으로 보도하다가 제대로 잡아 까는 거하고 까는 게 아예 상투적으로 된 거랑은 다르죠. 무책임하게 까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리면 반대 쪽은 '저 새끼들 또 까나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니까 미담으로 가도 깔 건 제대로 까야죠. 그런 것도 들어가긴 하되 기본적으로 여기 조금 살만하다, 그러니까 해보자, 여기서, 라는 겁니다.


지역에서 한 번 성공하면 전국이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마지막 꿈으로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여기서. 전주에서.



10. 강인함의 종류가 바꼈다

 

인터뷰 5분 전이었다.


전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1층, 강준만 교수의 연구실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양복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커피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였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계단을 올라가 그의 연구실을 노크했다. '인터뷰 왔습니다' 하고 문을 열자 희끗희끗한 흰머리 노신사가 혼자 부채질 하며 '오이~' 하곤 활짝 웃었다. 방금 자신이 들고 온 커피를 내밀었다.







약 20년 전이다. <김대중 죽이기>에 뜨거워졌고 <인물과 사상>에 밤잠을 설쳤다. 점심 시간에 교문을 뛰쳐나와 버스를 타고 책방에 달려갔다. 이 저자의 책을 다 달라고, 이 저자의 책은 앞으로 무조건 주문해 달라고. <전라도 죽이기>, <언론 플레이>, <서울대의 나라>, <레드 콤플렉스>, <다시 문제는 언론플레이다>... 그가 세상에 뿌린 무수한 씨앗 중 하나는 부산의 한 까까머리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많은 학자와 정치인이 지역과 지방을 외치며 풀뿌리 하자 한다. 화합하자 한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 한다. 선거 때 외에는 내려가는 이 없다. 서울에서 감투 전쟁 벌이고 갈등 조장해 인기 얻는다. ‘나’만 용이 된다. 알면서 속이고 알면서 속는다. 모두가 익숙해 있고 익숙해서 편하다. 강준만에겐 그럴 수 있는 능력, 기회, 유혹, 무수했다. 그는 스스로 기회주의자, 게으른 인간이라 말하나 고지식하게 언행일치 하는 길을 택했다.


강준만은 기자들이 아직도 강한 이미지로 자신을 쓴다고 아쉬워했으나 여전히 강했기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다만 강인함의 종류가 근본적으로 바꼈다. 싸우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꼈다. 지금의 그는 방대한 지식과 논리를 무기로 남을 무릎 꿇리는데 쓰지 않는, 옳고 그름의 관념 놀이에서 벗어난, 좌우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는 학자다. 스스로 자업자득이라 평가한 그를 공격한 모든 것이 그를 보다 탁월하게 만든 가장 빠른 길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봤다.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릴 지라도, 확실히 ‘내 편’ 들어주는 강준만 아닐지라도, 모두가 점점 얄팍해지더라도, 그는 버티고 또 버텨 '모두'의 대변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한 때 용이었고 여전히 용이었다.




* 추신1 : 인터파크 북디비 사진 기자의 펑크로 이번 인터뷰엔 아는 동생 데려갔다. 흑백 필름 카메라로 최소의 컷만 찍는(인터뷰 통틀어 딱 12장 찍더라)요상한 친구인지라 교수님께선 뽀샵을 못해도 걍 이해해주시라. 뭐, 원판 되니까.


* 추신2 : 본인은 서울 올라오는 게 귀찮다 하지만 이거 내가 보기엔 서울 역차별이다. 본지 사옥에서 강의 함 뛰어주시라. 될 때까지 찌를 예정이다.






편집부 주



본 이너뷰는 

인터파크 북디비(링크) 작가 이너뷰어

본지 부편집장이 용병으로 뛰게 된 겸사겸사 

인터파크 북디비 측과 협의 하에

본지 동시 게재한다.


신간을 낸 저자라면

다짜고짜 찾아가니 

딴지스도 추천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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