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말이라 편집부 친구들과 새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연재물은 10편 정도가 넘어간 시점에서 일정 수준 독자가 유지되고 수익성이 있다 판단되면 출판한다.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되면 “찌질한 위인전”의 홀짝처럼 차를 사고, 못 되면 마사오(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딱히 알아서 좋을 건 없는 사람입니다)가 된다.
2.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낸 갈로아 작가는 출판사 직원과 작가님이 직접 연재를 하고싶다 찾아온 경우다. 자유게시판에 먼저 올린 후, 기사로 가져가는 방식을 취하자 제의했는데 과연 인기가 좋았다.
거저먹기를 좋아하는 취향의 나는 좋은 연재물이 항상 제 발로 찾아오는 경우를 바라지만 흔치 않다. 매일 1시간 이상 목욕재계를 하는데도 오지 않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다 헛소리다.
3.
보통 연재물은 담당 출판사가 먼저 제의해 출판한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을 듯한 연재물이지만 그냥 내가 내고 싶은 경우, 나와 출판사 대표가 FN M1900 모델 가스총으로 러시안 룰렛을 한다.
조금 다른 점은 내 머리에 겨누는 게 아니라 상대방 머리에 겨눈다. 먼저 쓰러지는 쪽의 의견이 묵살된다.
... ...
거짓말 같지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러시안 룰렛 부분은 사실이면 더 재밌겠지만.
4.
최근 새연재가 확정된 연재물 중 하나는 월요일에 올라간 “인생 이모작, 집짓는 여자” (http://www.ddanzi.com/ddanziNews/587884120)이고 하나는 오늘 올라간 “게임 회사 노동조합 분투기” (http://www.ddanzi.com/ddanziNews/588451159) 이다.
편집부 전통상 담당 연재물이 실패할 경우, 딴지까페가 있는 1층부터 편집부가 있는 3층까지 네 발, 아니, 두 손, 두 발을 땅에 짚고 왕복한 후,
“나는 아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닙니다. 나는 호모 에렉투스도 아닙니다. 나는 고고학자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기원 전 500만년 전의 어떤 존재입니다”
를 외쳐야 하므로 여간 압박이 심한게 아니다. 이 전통은 내가 만든 것이라 실패할 경우 면이 서지 않는다(라는 것 역시 거짓말이긴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끝날리가 없지요).
여하튼 새해에는 10개 정도의 안정적인 연재물이 기본으로 가야 마음이 편할텐데, 어디서 또 기괴하고 망가진 인간을 찾아야 하나, 으음. 기괴하고 망가진 인간은 많은데(페북 댓글만 보면 다 그런 인간들 투성이다)동시에 재능있는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이것 참 난감하다.
뭐, 오늘도 이래도 저래도 좋을 잡담이었습니다.
추신: 한창 연재중인 “안중근의 사라진 총을 찾아서”는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로 출판되었습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미리 보실 수 있습니다.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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