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의 역할과 공공성에 관하여 논하시오'라는 과제를 끝냈다. 이런 걸 쓰는 게 재밌는 걸 보니 제법 적성인가 보다. 앞으로 논문 프로포절이 하나 남아 있긴 하지만 하나를 끝내고 나니 좀 뿌듯하기도 하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2.

냉장고를 열어 보니 제주도산 흑돼지 삼겹살이 남아 있었는데 혼자 구워먹는 것은 제주도 목축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세계에서 제일 만만한 남자라 불리어도 손색없는 재우를 불렀다.

재우는 한 동네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같이 나온 데다 지금도 근처에 사는 친구다. '지금 몇신데?'라고 물으면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있는데?'라고 하거나 '지금 몇분이지?'라고 하면 '여러분'같은 대답을 하는, 적어도 개그라는 기준에선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언제나처럼 밥->아이스크림->위닝 코스를 거치며 덜떨어진 재우의 엉성한 드리볼 실력을 유린하다가 '아!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과인에게 영화를 보여주어라'라고 했더니 정말로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었다. 재우가 선량해서 그런 건 아니고 인터넷으로 예약하는데 포인트가 많아서 그렇게 됐다. 

그나마 바로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밤 12시 '슈퍼 8'뿐이라 후딱 날아가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 


3.

상영하는 영화라 줄거리를 적긴 뭐하다. 끝나고 드는 생각은 '애들 보는 영화를 이딴 식으로 만드니까 한국 어린이 영화계가 망하지.' 라는 부러움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린이 영화라기 보다 12세 이상 관람가다.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초중반 넘어갈 때까지 '관람가'를 예측할 수 없다.) 

'한창 성장기 때부터 이런 걸 보여주면 애들이 눈만 높아져 버릇이 없어진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트랜스 포머 같은 걸 어릴 때부터 보면서 자라는데 웬만한 걸로 눈이 찰까. 실력은 없는데 눈만 높아지면 그것도 괴로운 법인데.  

10년 후에 아이들이 뭘 보고 자랄지 상상하기 힘들다. 4D입체 자가공명 블랙레이 하이퍼하이브리드 영화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가족이나 조카와 함께 보는 것은 좋지만 서른 줄에 접어든 남자 둘이 보기에는 뭔가. 

으으으으음. 

'■   영상 > SF'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엣지 오브 투모로우  (0) 2015.07.03
[영화]월드워Z  (0) 2013.07.20
[영화]맨 인 블랙 3  (0) 2013.07.20
[영화]인류멸망보고서  (2) 2012.11.11
[영화]써로게이트  (0) 2012.09.28
[영화]레지던트 이블 1,2,3,4  (0) 2012.09.27
[영화]아이언 스카이  (0) 2012.06.06
[영화]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이 영화가 주는 교훈  (2) 2011.08.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