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중학생이 만나고 싶다며 회사에 찾아왔다(이래봬도 팬레터가 줄을 잇는 시절이 있었답니다. 지금은 0... 넨장!). 가출을 했다는 거 빼고는 정상인 구석은 하나도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10대 사춘기는 호르몬이 들쑥날쑥이라 수면습관이 엉망진창이 된다. 이 시기엔 생물학적으로 일찍 자거나 일찍 못 일어나는 것도 사실인데, 별개로 나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사람과 얘기하는 걸 무서워한다. 대부분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10대면 더 무서울 수밖에 없다. 

 

뭐, 여튼 누군가 갑자기 찾아와 만나자고 하는 건 여기선 의외로 흔한 일이다. 어색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마음의 매커니즘이 망가진 사람들이라 장기적으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 녀석도 그렇다.

 

2.

나의 걱정대로, 가출한 중학생에게 7년 정도 일방적으로 삥을 뜯기는 관계가 되었다.

 

몇 년 전에 법대에 진학하길래 오호, 검사가 되면 끄나풀로 써먹어야겠군, 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안 보인다. 그냥 밥만 삥뜯는 식충이가 되었다(이런 녀석이 사시를 통과하거나 로스쿨에 합격해도 문제...)

 

다만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가져오거나 한 번이라도 웃기는 녀석은 밥값을 했다 생각하는데 오늘 새벽, 약속을 잡던 중 녀석이 그 일을 해내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남겨본다.

 

나를 목욕시키는 일,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은 과연 중요하다.

 

물론 이 잡담 역시 욕조에 들어와 쓰고 있다. 뭐, 대부분의 글을 욕조 안에서 쓰긴 하지만.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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