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어디까지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서 글로써 생각을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한다. 끝까지 생각한다는 건 여간 힘든일이 아니므로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이 과정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지만은 않다.

 
마음 속에서 어떤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보통 그 질문에 100여개 정도의 생각이 뒤따른다. 그 중 쓸데 없는 것을 제한다. 걸러진 10여개의 생각은 각각의 생각들과 또다른 질문을 만들어 낸다. 이런 것을 일일이 뒤쫓아 해결한다면 좋겠지만, 나는 머리가 좋지 않고 상당 부분 소모적인 일이라 그러한 생각과 질문 또한 걸러낸다.

 
이쯤 되면 보통 1개의 질문에 7가지 정도의 생각(또는 가능성), 그리고 질문의 의미를 보다 확장시키는 두 세개의 질문이 남게 된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낸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과 없어도 되는 것을 구분한다.

 
이 과정은 조금 힘들다. 필요 없어서 버리는 생각들은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버리고 난 다음에는 잊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버릴 때는 능력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거르고, 버리고 나면 결국 3,4가지의 생각이 남는다. 나는 이것을 응축하고 압축하고 표현한다.

 
보통 이때부터 펜이 필요하다. 여러가지를 적어서 다듬어 나가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글로써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어렴풋한 해답을 며칠간 붙잡고 있으면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해답으로 서서히 다듬어 진다. 다만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선 안된다. 마치 도자기를 만들 때, 오랜 시간 불 속에 넣어 둔 것을 적절한 때에 끄집어 내야하는 과정과 같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보통 10개중에 하나는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드는 그 하나가 10개 정도 모이면 그 중 하나는 '아!'라고 탄성이 나올 정도로 해답에 가깝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뿌듯하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해답을 조만간 누군가의 책에서 발견한다. 그 사람은 아주 유명한 철학자였던 적도 있고 별 팔리지 않는 소설가였던 적도 있다. 여러가지 경우가 존재했다.

 
나는 이럴때 정말로 질투가 난다. 정말로 울고 싶다.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런 과정은  내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괜시리 분한 마음을 감출 순 없다.








 

 

 

 

 

 

 art by 오세영

note by 죽지 않는 돌고래 /0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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