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갑작스레 쏟아졌던 비로 현충원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지키는 곳이 있다. 바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이다.
현재, 이 곳은 봉분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아 안전등의 이유로 시민의 참배를 전면 통제하고 있다. 기자들은 삼우제가 끝난 후 모두 철수하였고 시민들은 먼발치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충원에서 방송으로 참배종료시간(오후 6시)을 알리자 시민들은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간다. 참배종료 직전인 오후 5시 47분, 검은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두 남자가 소주와 건어물을 들고 묘역으로 걸어 온다.
두 사람은 봉분 조성작업이 행해지는 묘역의 경계선에서 술 한잔을 올린 다음, 흙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를 올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예를 표하고 싶어 친구와 함께 찾아 왔다는 것.
김용환씨(흑석동 현대아파트 거주)는 고인이 세계에서 존경 받는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되고 조작되어 온 이미지 탓에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것이 마음 아팠다고 한다.
그는 매일 걷는 것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데 앞으로 3년 동안은 집에서 이 곳까지 걸어오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김창순씨(관악구 거주)는 자신도 친구처럼 매일 찾아 오고 싶지만 걷기에는 조금 거리가 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깨끗한 양복에 흙먼지를 묻혀 가며 절을 올린 두 사람. 소통과 대화를 강조하며 고인과 반대편에 섰던 정치인들마저 포용한다는 그들의 정치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합과 통합의 씨앗이 엿보인다.
<김용환님(왼쪽)과 김창순(오른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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