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창간 14주년 기념, 본격 서스펜스 액션 대하 역사극 내맘대로 비망록 ~ 딴지일보와 나! 두둥~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다음에 읽으시면 글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말해주셔야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4.

총수의 과오를 벌써부터 논했다가는 반드시 역공을 당할 거라는 제보가 트위터에 줄을 이었다.  

'김어준 총수는 14년 동안 딴지제국의 정상에 서 있는 남자입니다. (당신이 잘생긴 것은 인정합니다만)정면돌파한다는 것은 꽤나 어리석은 일 아닐까요?'

'총수는 딴지일보의 아이콘이자 상징입니다. 그가 지하철에서 똥을 쌌다한들(주 : 실제로 싼 적 있다.)대세는 바뀌지 않습니다. (당신이 정말 잘생긴 것은 사실입니다만)기획취재부가 내년에도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

'기획취재부의 용기와 정신은 높이 삽니다만 이번 만큼은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닐까요? 저는 (잘생긴)돌고래님의 합리성을 믿습니다.'

'어준이형 건드리지말라능!!(그리고 당신이 잘생긴 건 인정)'

괄호부분은 생략되었다고 판단된 부분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본인이 채워 넣었다. '앗싸'님과 '좌린'님의 경우, 초기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며 암살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한대로 딴지제국의 창시자이자, 청와대가 건드리지 못하는 유일한 남자라 불리는 총수에게 정면 도전한다는 건 너무나 비합리적이거나 또는 매우 비합리적인 일이다. 다만 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위험, 그 전선의 앞에서 고민했다. 

딴지일보 내외부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작전 시행 후, 총수가 실권을 잃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1년4개월 28일로 잡았다. 통계학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25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더해진 3일은 총수가 고립되어 식량 없이 야동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기껏해야 플러스 마이너스 5시간 정도의 오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전략가와 정치가들이 자신의 계획이 달성된 바로 그 시점부터 실패한다는 것을.  

사회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손에 움켜쥔 순간에 시작하는 일은 스스로의 사회적 안전망을 짜는 일이다. 총수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외부에서만 글을 쓰는 이유는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딴지스들의 오해와는 거리가 멀다. 고향인 딴지일보의 가치를 우습게 보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이미 新딴지세력이 내부 권력을 잡았고 총수형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소문등,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럼 왜 그는 그토록 홈그라운드를 제쳐두고 원정경기에 열과 성을 다할까?

그 이유는 바로 '사회 안전망'이다.

알다시피 실권의 핸들은 오래 전에 너부리 편집장에게 넘어갔다. 게다가 장기간 지급되지 않는 삼겹살 탓에 필진들 사이에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태다. 2011년 4월 28일 현재, 딴지일보에 공식 등록된 약 120명의 객원기자들은 딴지일보의 장기 집권이나 독재 따위는 어떻게 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겹살, 이것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은 그들의 가슴 속에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뜻이다.

생각해보자.

팔도의 필진들이 각각의 딴지스팬과 봉기하여 딴지天下를 놓고 다툰다면 딴지제국은 이제껏 보지 못한 지옥의 아수라장이 될 거라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필진이 담합하여 '제 1차 삼겹의 난' 같은 걸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바로 그 날이 딴지일보 최후의 날이 될지도 모른다. 게시판에는 이미 네임드라고 불리는 천하의 '잉재'('인재'따위가 아니다)들까지  각각의 세력을 쥐고 딴지를 뒤흔들 수 있을 만큼의 세력을 쥐고 있는 폭풍전야.

컴퓨터 전원엔 1천톤 가량의 TNT 뇌관이 연결된 상태다. 방안은 홈시네마 시스템을 갖춘 쾌적한 독방, 사방은 최신 야동CD로 도배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컴퓨터 앞아 각티슈를 끌어 당기고 있는 이는 충용무쌍. 딴지일보 역사상, 이 정도의 위험이 존재했던 시간은 점심 시간에 너부리 편집장이 짜장면을 시켰는데 단무지만 왔을 때 정도다.  

다만 상대는 김어준. '잉여력'하나로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 언론을 만들어 버린 그가 이 정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 그는 이 판세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기획취재부의 탐사력을 동원한 결과, 총수는 실각을 대비해서 남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촘촘한 사회안전 그물망을 짜고 있었다. 물론 총수도 딴지일보 초반엔 정재계 인맥 네트워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깨달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재계를 잡고 있으면 신변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으나 여론을 잡지 못하면 결국 지금의 위치를 잃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겨레와 방송등을 이용한 연예인 인맥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이러한 추리는 어렵지 않다.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 다음이 소녀시대라는 역사적 흐름만 읽을 수 있다면.   

정재계에 더하여 연예인 인맥네트워크까지 형성한 지금, 그는 딴지제국에 어떠한 반란군이 봉기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여론 역공'이 일어나도록 만리장성을 쌓아둔 것이다. 누군가 쿠데타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 인맥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면 온갖 비난의 운명에 빠질 뿐이다. 그리고 총수는 전보다 2배는 강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복귀할 것이다. 나는 쿠데타 계획을 세우며 여기까지 여론 그물망을 짜놓은 그의 전략에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었다. 본인의 알량한 책략만 믿고 덤볐다간 스스로 늪에 빠지는 꼴이 될 뻔한 것이다. 전라도엔 짝귀, 경상도엔 아귀, 명동엔 오옴진리교 교주라더니 역시 허영만-김세영 콤비의 식견은 날카롭기 그지 없다.
 
결론은 대한민국에서 그를 넘어 뜨릴 수 있는 건 오직 그 자신뿐인 존재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이를 상대로 내부에 침투해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쿠데타 전략을 짜고 있는 나는, 여러분의 말대로 비합리적이고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다만 나는, 나의 오래된 친구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춥니다. 그러나 고집불통인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진보는 이런 고집불통들이 이루어냅니다.'

내가 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사지가 멀쩡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내 심장이 타인의 의지에 의해 멈추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나는 관대하지 않다. 내게서 펜과 잉크를 뺏는다면 나는, 내 피를 잉크로, 내 뼈를 펜으로 쓸 것이다. 

나는 '죽.지.않.는.' 돌고래다.

 

(이 대목을 읽기 전, '우르르쾅쾅 두둥!'이라고 각자 본인의 입으로 배경소리를 깔아 주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곳은 번개가 칠때까지 기다렸다가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추신 : 다음편은 본격적인 총수형에 대한 인물탐구다. 이제 부터는 밤하늘의 해왕성처럼 천천히 움직일 것이다. 긴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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