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창간 14주년 기념, 본격 서스펜스 액션 대하 역사극 내맘대로 비망록 ~ 딴지일보와 나! 두둥~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다음에 읽으시면 글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말해주셔야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8. 편집장
총수형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면 대장이라 부르는 편집장에겐 '뤼스풱'(Respect)이 있다. 총수의 경우, 어릴 때 동네에서 예쁜 누나가 지나갈 때마다 아이스께끼하라고 시키거나, 야한 비디오를 빌려오라고 윽박지르거나, 맛있는 걸 뺏어먹는 이미지라면(실제로 내 책상 위의 쵸콜렛을 상당량 갈취했다. 이 부분에 관해선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편집장은 리더의 느낌이 난다.
간단하게 말하면 옆학교 녀석에게 진탕 맞고 들어오면 총수형은 '에이 빙신아~, 쳐 맞고 돌아댕기노'라고 말하고 친구들이랑 빨간 비디오를 보러 갈 것 같은 느낌이라면 너부리 대장은 '바보새끼, 누가 맞고 다니랬냐'라고 말한 후, 조용히 빨간 비디오를 건넬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장르가 SM일 경우, 필독형이 옆에서 뺏어갈 것이다.)
내가 알기로 대장은 男中(여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짐승들이 다니는 학교의 한 형태)의 학생회 회장 출신인데 재밌게도 男中 학생회 회장 출신은 대개 탁월한 리더쉽과 비상한 머리, 강인한 육체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큰 인기를 얻는 면이 있는 듯하다. 아마 실업계와 인문계 등으로 갈라지긴 전,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반인반수 형태의 존재들에게 마음을 얻으려면 그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내가 男中 학생회 회장 출신이라, 대장을 빠는 척하면서 나도 빠는 케케묵은 돌려 빨기 수법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에 대한 나의 '리스풱'의 기저를 쫓아가다 보니 그러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으로 이해해 주면 되겠다.
< 나는 너부리다! >
가끔씩 볼 수 있는 대장의 상황 판단력은 '아, 대단하다'라는 느낌이다. 딴지일보라는 기괴무쌍한 조직에 있다보면 순간적인 판단미스로 고소를 당하거나 남산에 끌려갈 만한 일이 비일비재한데 대장의 경우는 대개 그 선을 정확히 판단한다. 사실 법을 배우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도 대장의 영향이 크다. 딴지일보 내에서 때때로 곤란한 일이 벌어질 때, 대장에게서 '법학과 출신은 이런 상황에서 저런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건가, 그럼 나도!' 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있는 당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방귀를 쏘아 내리는 것을 보면서(내심 탈장이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과연! 법학과 출신은 이 정도의 기세로 방귀를 내장에서 天下로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법을 배운 사나이인가!'라는 느낌이었다. 이 현장을 목격하고 로스쿨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대장만큼이나 우주적 기상을 가진 방귀를 뽑아낼 자신은 없지만(소문에 의하면 100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음파단위라고 한다)사나이로 태어난 이상은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부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진 방귀를 가진 남자다.
9.
딴지일보는 규모가 많이, 아주 많이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놀라울만큼 매니아들이 있고 한때는 '천재와 괴짜들의 타이틀매치 장소'라고 불린 곳이다. 그런 조직이 십수년쯤 나이를 먹다 보면 온갖 해괴한 일과 온갖 사람들이 충돌해 왔을 거라 생각한다. 딴지일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앞에서 나란 존재는 한낱 모래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부에서 이 조직을 들여다 보면 그런 충돌이 얼마나 많았을 지 쉬이 짐작된다. (나보다 잘생긴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자기 색깔이 강하고 자기 분야에서는 天下第一이라는 자존심을 가진 이들이 많아 생기는 분쟁일 것이다.
대장의 경우, 그런 곳에서 오랜 세월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면 아무래도 평범한 일상에서는 만들기 힘든 내공이 생기는 듯하다. 대장은 언제나 명확한 자기 기준이 있어 보였다. 그 기준으로 나로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천재와 괴짜들을 통제하고 제어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AV를 고를 때조차 날카롭고 냉철한 눈으로 명작을 골라낼 것 같은 느낌이다. 무시할 배우는 무시할 줄 알고 언제나 AV의 본질을 향해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의 냄새가 난다. 비유가 제대로 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점이 좋았다. 자기 세계관이 있고 자기 기준이 있고 자기 철학이 굳건한 남자. 여기서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대장이 강조한 '사랑과 존중'에 대한 이야기는 때때로 되새기는 부분이다. 사랑만 있어도 안되고 존중만 있어도 안된다. 두개 다 있어야 한다.
대장의 이 이야기를 가슴 속에 품고 살자 한달에 고작 두번 밖에 받지 못했던 고백이 세명, 네명까지 늘어났다. 대장의 전성기에는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횟수지만 본인의 잘생긴 얼굴이 아닌, 인간적 성숙도를 높여 그럴 수 있었기에 이 점에 대해선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로선 축복받은 용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달 평균 고백받는 횟수가 2회에 불과하다는 점이 늘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자기고백이지만 사실 한때는 한달에 한번 밖에 고백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딴지일보 여성 회원의 경우, 얼굴을 보고 가입을 받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99.9%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신이 선이나 소개팅을 볼 때, 상대방 얼굴이 행복할 정도로 수려할 경우, '혹시 딴지일보 회원이신가요?'라고 물으면 대개 정답일 거라고 본다.
다만 아주 가끔, '딴지일보 회원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되며 진상을 부리는 여자회원분들이 있다. 얼굴은 경국지색이지만 말투나 마음씨가 경고쥐색인 것이다. 그럴 경우, 대장은 언제나 조용히 그녀와 함께 자리를 떠난다. 나는 그것을 보고 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교통정리는 막내의 몫일진데 그는 언제나 진두지휘로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또 하나 배울 점은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많이 읽어라고 하거나, 또는 지식만으로 꽉찬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문장, 한 줄을 읽더라도 스스로를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 행동하고 변화하는 인간만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장은 깊이 있게 책을 읽는 사람이다. 나는 사회과학류의 책을 좋아하고 그 분야에 한해선 고전에도 큰 흥미를 가지지만 문학에는 상대적으로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문학에 대해 껍데기만 떠들어 대며 실제로는 온갖 추잡한 일을 일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경멸이, 대장으로 인해 제자리를 찾았다. 문학에 다시 흥미를 가진 것도 대장때문이다. '저런 사람이라면, 저런 면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 나도', 라는 느낌이다.
다만 AV의 경우, 대장이 평소에 강조하는 고전은 그다지 찾지 않는 듯하여 이는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고전 분야에서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인정받는 사람인만큼 책임을 지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까지 한 언행으로 볼 때, 모든 고전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
딴지일보라는 조직의 입장에서 대장의 존재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월급이 꽤 밀린 상황에서도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임이 첫째, 무형과 유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자들의 응원과 고마움이 둘째, 대한민국 최고의 천재와 괴짜들의 집합소에 속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셋째였다.
마지막 네번째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간식으로 떡뽂이를 사다 먹을 때의 일이었던 거 같다. 그때 회사 사정이 꽤 좋지 않았는데(참고로 딴지일보에서 '회사 사정이 좋다'는 말은 이번달 월급은 밀리지 않고 반 정도는 나오며 전기세가 두달 밖에 밀리지 않았고 사무실이 동파가 되지 않아 커피숖까지 뛰어가서 화장실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꽤 좋지 않았다는 표현은 알아서 생각해 주기 바란다.)어떤 말을 하다가 대장이 당시 막내인 내게 일이 몰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고통은 분담해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대장 밑에서라면 돈에 상관하지 않고 한번쯤은 따라가 볼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딴지일보에서 취재 현장 이외에 울컥한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그 중 한번이 이때였다.
다만 당시는 입사한지 5개월 쯤 지났을 때로 '일격必殺'이라는 대장의 방귀를 경험하지 못했을 때이다. 일설에 의하면 내 윗기 선배들이 입사할 당시, 대장이 방귀를 세상에 던졌을 때 태연히 계속해서 기사를 쓰던 이가 현재의 필독 선배고 책상 밑에 들어가 방귀 소리에 덜덜 떨며 무서워 했던 이가 XX씨라고 한다. 방귀의 경우, 딴지일보 내에서는 '뿡도'라는 표현을 쓰는데 '뿡도'는 0~9로 나뉘며 당시의 방귀는 10년마다 한번씩 온다는 뿡도 8.4의 규모였다.
무어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규모가 뿡도 8쯤 되면 물리적으론 허약한 사무실 곳곳이 심하게 갈라지고 정신적으론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세계관이 일거에 붕괴된다. XX씨는 후일 퇴사했는데 그 이후로 종적을 감추었다. 혹자는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책상 밑에 들어가 벌벌 떨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정말로 무서워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한다.
여튼 그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기사를 썼던 필독 선배의 집중력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나는 일화이기도 하다. 혹자는 기사를 쓰던 것이 아니라 야설을 쓰면서 스스로 흥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신뢰도 99.9%의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뿡도의 규모에 한해서만큼은 총수형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인생최고의 뿡도를 인위적으로 만들다가 지린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정파로는 취급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굳이 항상 밥 먹을 때 덩 지린 이야기나 탈모 이야기를 그렇게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지하철에서 덩을 지린 이를 나는 순수한 정파로 인정할 수 없다.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지리지 말아야 할 것은 DNA만이 아니다.
11.
술 자리를 자주 가져야 하는 직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술을 거의 하지 못해 빨리 자리를 뜰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대장에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널리 알려진 데로 나는 술, 여자, 담배등, 쾌락을 추구하는 어떤 것도 천성적으로 잘 맞지 않는 금욕적이고 바른생활의 남자이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때로 필독 선배처럼 세상의 모든 쾌락에 젖어 일생을 풍미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천성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구형처럼 체내 마약생성능력을 보유하면서 기분이 나쁠 때마다 자가마약을 생성해 보고 싶은 욕구는 있다. 아,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루에 코카인과 필로폰을 500미리씩 섞어 밥에 말아 먹는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얼굴의 경우, MFBSC(인간얼굴성과관리표, 내가 개발했다.)로 냉정하게 분석해 보았을 때, 남방계 미남의 상징격인 대장이 나로 인하여 역대 딴지일보 미남 2위로 밀려난 것은, 내심 기쁜 한편, 부하직원으로서 송구스러운 일이다. 최근 총수형이 어디선가 구해온 흑마법계 비슷한 약으로 대장의 머리숱이 놀라운 속도로 재생되고 있긴 하지만 이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충용이 밤꽃향 향수를 쓰지 않는 것만큼이나 희박한 일이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충용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향수를 쓰는 듯하다. 아무래도 꽃향기를 굉장히 사랑하는 듯한데 똑똑하고 젊은 친구가 이렇게 꽃을 사랑하고 널리 알리려 한다는 사실은 배울점이다.)
MFBSC의 1조 1항에는 <袒智日報社(딴지일보사)의 極强美男(극강미남)은 '不死 海豚(죽지 않는 돌고래)'이다. 向後(향후) 十年間 바뀌지 아니한다.>라는 명쾌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사칙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한국의 司法보다는 신뢰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장이 왜 하늘은 너부리를 낳고 또 돌고래를 낳았냐고 자책한다면 공자님의 말씀이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끝으로 축복받은 용모와 엉덩이의 탱탱함 이외에 모든 분야에서 나를 이긴 남자는 天下에 대장 뿐이니,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리스풱'을 표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겹살이 먹고 싶어서 하는 아부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스스로의 경험과 독서로 탄탄한 철학을 쌓아올린 매력있는 리더로 무엇보다 가장 멋진 방귀를 가진 남자다.
추신 1 : 天下의 지식인과 방구인들이여, 대장을 경배하라.
추신 2 : 다음편은 예고한대로 필독형 편. 다음편을 쓰기 전에 정말로 죽거나 굉장한 딜이 들어 올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눈 앞에 AK47 총구를 들이대도 QWER자판을 지켜내리란 각오로 나는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갈 작정이다.
물론 나도 남의 뒷애기로 먹고 사는 이들을 경멸하므로 필독형의 문란하고 기괴하며 끈적끈적하고 축축하며 경악스럽고 악마적이면서 불기둥스럽고 동시다발적인데다 마치 생식기를 가진 모든 생물체의 성욕을 한데 뭉쳐 압축해 놓은 듯한 그의 엽기적인 성생활에 관한 얘기는 단 한글자도 쓰지 않을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은 안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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