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 8점
진중권 지음/개마고원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2 - 8점
진중권 지음/개마고원


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열광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 인간은 판이하게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다고 느낄 뿐이다. 

흔히 그 분이 우리를 다 먹여살리고, 그 분이 우리를 구원 했다 생각하는 사람에겐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우리 아부지는 그때 좋았다던데? 우리 할아부지는 그때 좋았다던데?'류의 글에는 할 말을 잊는다. 일제 강점기 때는 그런 사람 없었을까. 박정희 때도 직장 잘 다니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아마 그 시대를 제대로 느낄 새가 없었을 게다. 항상 조마조마하고 겁나지만 대통령 욕 안하고 통금시간 맞춰서 다니면 딱히 건드리는 사람 없었다는 이야기다. 

허나 그 시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학생들과 불의에 정면으로 대항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 지금도 박정희, 전두환 정권때 고문을 당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면 말씀을 피하는 분이 대부분이다. 그 분들은 한 때의 지옥같았던 경험으로 언젠가 떠 정권이 바뀌면 자신을 해칠거라 생각한다.

별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불행은 그것을 느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신문이나 TV에서 용산참사나 촛불시위를 떠들어 대도 그것과 상관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당신을 감옥에 가두고 고문을 하면서 당신의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힌다면, 아무래도 세상을 사는 방법과 보는 방법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도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7.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2 / 진중권 / 개마고원

 

파시스트들은 중세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들의 미감도 중세적이다. 이들이 좋아하는 미학적 범주는 숭고. 이들에겐 모든 게 비장하고, 모든 게 위대하고 모든 게 숭고하다. 내가 파시스트를 싫어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대체 이들에겐 유머감각이 없다는 거다.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즘”. 이인화는 마키아벨리의 위대성이 군주는 제멋대로 법을 무시해도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 믿는 모양이다. 여기서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또 한번 드러난다. ‘군주론이 고전이 된 것은, 바로 이 책에서 정치학이 비로소 도덕론의 수준을 넘어 근대적 과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덕을 열거하는 대신 정치라는 현상의 실제 과정을 냉정한 눈으로 기술했고, 바로 이 근대적 과학정신에 그의 위대함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라. ‘군주는 법을 마구 무시할 권리가 있다는 반가운 내용의 책을, 왜 당시의 군주들은 정작 금서로 묶어 놓았던 걸까? 창피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들이 실제로 저지르고 있었던 온갖 못된 짓거리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으니까.

 

 

상당히 미안한 얘긴데, 난 이인화가 내 수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그 머리 열 개쯤 모아 직렬접속을 해 와도 마찬가지다.

 

 

영웅전을 밝히는 데에도 임상학적 이유가 있다. 보통 위인전 속의 인물은 못 하는 게 없는 수퍼맨으로 묘사된다. 그리하여 현실과 허구를 잘 구별 못하는 어린이들은 자연스레 인간사가 몽땅 영웅에 의해 움직여진다고 믿게 된다. 이 소아병적 경향이 성장과정에서 현실원리를 통해 극복되지 못하면,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만화 같은 얘기를 하게 된다.

 

 

즉 혁명적 민족주의 세력, 조선 좌익의 준동을 막기 위해 우가키 총독이 실시한 농촌진흥운동이 바로 새마을운동의 모태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요란했던 새마을운동은 일제 군국주의 파시스트들이 더러운 정치적 목적으로 실시한 농촌개혁운동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요 세상에, 교직원 노조 없는 나라는요, 전 세계에 한국하고 아프리카의 어느 이상한 나라밖에 없대요. 잔말 말고 인정해 주세요.

 

 

이런 일본식 경영에 군대문화까지 곁들인 한국 기업들이 여기서 가끔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령 삼성은 이곳 동독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신문에서 연일 얻어 맞고 빈축만 산 일이 있었다. 그때 주위에서 들은 말. ‘너희 나라에는 노동조합이란게 없니?’ 또 얼마 전 대우가 프랑스의 톰슨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것도 프랑스의 노동자들이 아시아에 대해 가진 이런 깊은 문화적 불신감 때문이었다. 제 나라 노동자들을, 소위 아시아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유교자본주의의 변종인 개발독재론도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조갑제는 이게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 우기는데, 그것은 단 한번도 학계에서 정설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느 경제학자가 아시아의 경제 발전이 위대한 독재자의 덕이라고 주장하는가? 이름 좀 밝혔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보라. 경제발전이 위대한 지도자의 덕이라면, 아시아의 경제 발전이 있었던 시절 아시아 각국은 우연히도 동시에 위대한 지도자를 갖게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연의 일치? 한국이 IMF관리체제로 들어갔을 때, ‘슈피겔지는 특집기사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진짜 원인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1.     높은 교육률 2. 높은 저축률 3. 높은 투자율

 위대한 지도자 얘기는 없다. 한마디로, 아시아 용들의 경제 성장의 원인도 특별한 데에 있었던 게 아니다. 알고 보면 성장의 비결은 유럽이나 그 밖에 급속한 경제 성장이 있었건 다른 지역과 똑같다고 한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 법칙의 일반성이다. 결국 경제개발에 가부장적 독재가 한몫 했다는 건 허구이며, 외려 그 독재로 인한 부정부패,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가 오늘날 아시아 경제 위기를 불렀다는 얘기다.

 

 

누가 만들어 냈는지 불분명한 그 개발독재론이란 게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독재가 효율적이라면, 왜 독재국가들이 죄다 망해야 했을까? 독재는 고비용 저효율의 사회구조를 만든다. 효율적인 것은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다. 이는 상식이다.

 

 

일부 학자들은 오늘의 경제 위기, 그 원인은 영삼 전 대통령의 잘못에서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로 거슬로 올라가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그건 일부 학자들의 얘기가 아니라,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자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해법에 대해선 의견이 갈려도, 원인에 대해선 광범위한 동의가 존재한다. 그 원인은 조갑제가 자랑하는 박정희식 발전모델이다. 그 쪽 편드는 학자들도 이건 인정한다. 그저 제때에 개혁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우길 뿐이다. 조갑제는 어느 싸가지 없는 학자들박정희한테 책임을 뒤입어 씌우는지 밝힌다.

 

 

공부 못한다고 차별하지 마세요. ‘세상은 2등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 안 기억해 주면 어떻습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100명이 있으면 1등은 하나지만 안 1등은 99명이에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은 바로 이 99명의 아이들이에요.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꼴찌하면 어떻습니까? “꼴찌하고도 대통령 하잖아요. 그저 남 속이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고 가르치세요. 그랬다면 그 꼴찌대통령, 총 안 맞았을 거예요. 애들 옷차림에 간섭하지 마세요. 머리를 기르건 대머리를 하건, 빨갛게 물들이건 노랗게 물들이건, 냅둬요. 걔들 자유예요. 그거 간섭하는 거 인권침해예요.

 

 

국민이 고분고분하면 국가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

 



문장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로, 발췌내용은 책or영상의 본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발췌기준 또한 상당히 제 멋대로여서 지식이 기준일 때가 있는가 하면, 감동이 기준일 때가 있고, 단순히 문장의 맛깔스러움이 좋아 발췌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당신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독수리 타법에도 불구하고 떠듬떠듬 타자를 쳐서 간직하려는 한 청년을 상상해 주시길.

발췌 : 죽지 않는 돌고래 
타자 노가다 : Swee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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