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뜬금없이 연락한다. 으음,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폐쇄적인 인간이랄까, 일을 제외하곤 좀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는 집-직장, 집-직장 타입에다 대개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다만 뜬금없이 연락하는 것만큼은 잘한다.

"누군가 생각나면 바로 연락해."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말로 묘하게 이 말이 좋아 누군가 생각나면 높은 확률로, 연락한다(물론 전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사후세계와는 연락이 곤란하다. 돼도 문제겠지만).

2.
직업이 직업인지라 확실히 용이한 면이 있다. 20년 전에 헤어진 친구를 찾아 연락한다든지, 하는 점에서.

어제는 꽤 못 봤던, 회사를 다니며 부업으로 만화까페를 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만화책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역시나 단순하다. 해서 응아를 할 때는 응아같은 사람에게 연락하지요. 연락하고 나서 그것때문에 연락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헌데, 이 헌데, 가 중요한데

친구의 아내가 유산했었다 한다.

으음.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이런 일은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하는 걸까.

니 마음 속에 지옥이 많았겠다 하니, 갑자기 나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 우리 아버지도, 친구 자신과 같은, 그런 삶의 예상치 못한 지옥을 해결하고자 택한 방법 중 하나가 불교가 아니었을까 말한다.

3.
좋아하는 인간의 유형이 몇 있는데 하나는 마음 속에 지옥을 많이 겪은 타입이고 하나는 그 지옥 속에서도 남을 생각하는 타입이다. 두가지 다 가진 인간은 흔치 않은데 그런 인간에게 매력을 느낀다.

여튼,

아버지의 삶에 관심은 많으나 아버지가 왜 불교에 심취했는지는 깊이 생각 못했는데, 과연, 이란 생각이 든다. 과연, 과연이다.

아버지의 삶에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에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은 장인, 장모님이 놀러와 함께 피자를 먹으며 잡담했는데 과연, 그 즐거움 뒤에 장인어른에게도, 장모어른에게도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아내도 뮤지컬 배우라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정말로, 매우),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는 세계에서 10년을 살아왔기에 마음 속 지옥은 굉장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점에선 나의 친구들마냥 아내도 인격은 엉망진창이지만 대단하다.

그 마음 속 지옥들 어떻게 하고 살아왔나 생각해 보면, 다들 대단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2018.03.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