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제는 Why the West Rules -For Now- 다. 왜 지금, 동양보다 서양의 영향력이 압도적인가에 대한 저자의 독창성 무지 때려담은 대답이 담겨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랜시스 등 경쟁종 등을 모조리 으깨버리기 전부터, 인류의 현재까지 역사를 발라먹고 쌈싸먹고 미래까지 찜쪄먹는 테크닉이 크으. 크으으으으으.
번역된 제목보다(마케팅이 옳았습니다. 왜냐하면 번역된 제목에 이끌려 당장 지르고, 몇 년 동안 책장에 놔뒀으니까!)원제에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2.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 세 가지 도구를 이용해 인류의 역사를 발라먹을 거지롱’ 이라는 초반 대목에서
‘그래! 이거지! 이거야!’
라고 회사 앞 벤치에서 홀로 무릎을 치고 탄성을 질렀다(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회사엔 저보다 이상한 사람뿐이니 괜찮습니다). 오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 쾌락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언 모리스 아저씨 이거, 이거 쩌는 아저씨네 이거(이거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저씨가 흥분하게 만들었으니 책임은 그쪽에)
3.
지리학은 생물학, 사회학 관련 도서만큼 흥미진진함이 이를 데가 없다.
인간이나 인간의 본성이 재미있는 사람은 흔히 생물학(특히 진화생물학), 심리학(특히 진화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에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렇다(때문에 페친들은 범죄왕이니 뭐니 매번 댓글에 쌉소리를 합니다만 가볍게 무시해주시길. 심성이 망가진 사람들입니다). 심각하게 못 쓴 책 아니면 왠만하면 먹고 들어가는 주제들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항상 빠진 퍼즐이 있다 느끼지 않습니까?(갑자기 존댓말. 진지해야할 때 진지할 줄 아는 남자입니다)
4.
지리학이다.
다른 퍼즐도 많겠으나 현재로서 나는 지리학만큼 -적어도 이 길을 걷는 사람에게- 그렇게 큰 빠진 퍼즐이 없다 생각한다. 요 책은 그 갈증에 탄산수를 때려 붓는다. 콰알콰알콰알.
“총, 균, 쇠”의 쾌락이, “독재자의 핸드북”의 쾌락이(아 이건 종류가 다른가. 어쨌든 쩔게 재밌으니까 뭐), "사피엔스”의 쾌락이, 지금, 여기서 다시 뚜아아아아아앙, 하고 터진다.
... ...
참고로 “서양이 왜 지배하는가”는 2010년에 나왔고 번역은 2013년에 되었다. 순서상 “총, 균, 쇠” -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사피엔스”인데 이언 모리스 아저씨에겐 늦게 읽어서 죄송하다. 근데 늦게 읽으면 사전 지식 많아서 더 재밌으니까 뭐.
5.
인류의 사회발전을 측정하는 4가지 기준 역시 크으, 든다, 들어, 마음에. 에너지 획득, 조직화/도시화, 전쟁 수행 능력, 정보기술인데 이 4개로 전부 컷팅을 때려버린다.
학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박! 터질만한 기준이나 나는 맥시멈으로 만족했다.
독창성으로 발라버린 기준을 들고 나온 배짱에 지구를 들고 요리할 힘, 인터스텔라라라라라라라 하면서 설득하는 줄거움이 있는데 이 정도면 먹어줘야 된다.
제레미 다이아몬드 아저씨가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읽고, 배우고, 즐겼다.
5.
우짜등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큰 쾌락을 느껴 남겨보았습니다.
<평화 일직선, 키나 쇼키치를 만나다>도 가독성을 제 1의 가치로 두고 국제정치와 한일관계, 일본 근현대사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 먹게 적었는데(그것도 압축적으로) 만약 이 글을 보고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사는 사람은 인의예지신을 마음에 새기고 같이 사야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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