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양육가설>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에 감탄해 후속작인 <개성의 탄생>을 읽다가 아차차, 하고 회사에 놔두고 와 안절부절한 날이 있었다.
참고로 <양육가설>이 인간의 사회화까지를 다룬다면 <개성의 탄생>은 그 이후를 다룬다. 내가 왜 이렇게 훌륭한 성격의 사람이 되고 너는 왜 그따위 막되먹은 성격을 가졌는지 추리하기에 유용하다.
이 책을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하면
“유전자, 양육방식, 환경까지 같다고 판단되는 샴쌍둥이조차 왜 성격이 다른가”
에 대한 저자의 정교한 추리물이다.
여기까진 책 장사.
(저한테 인세도 안 들어오는데 왜 책장사를 하는진 모르겠습니다만. “키나 쇼치치, 평화 일직선을 만나다” 사세요! “공익제보 하지마세요” 사세요! “범인은 이 안에 없다” 사세요! .... 아, “닥터 프로스트”도 보세요! 왜냐하면 작가가 밥 잘 사줘서...)
2.
여튼 책을 두고 온 날, 가볍게 읽을 거리나 볼까, 하고 <수면혁명>을 읽었는데 오호, 책의 내용보다 저자가 가지고 있던 습관이 나와 같아 대뜸 수면과 꿈에 관심이 깊어졌다.
수면이나 꿈의 관심은 대략 15년 전이니 그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은 상태다. 요즘은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할 수밖에.
해서,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다(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원하는 책을 다 살 수 없는 법입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던 중, 오호라,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건졌다.
3.
감질맛 나게 나오는 대목인데 미로의 공간배치를 학습하는 쥐의 뇌세포를 연구하다 쥐가 낮에 학습한 것을 렘수면 단계에서, 절반에서 1/4가량의 속도로 재연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겠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실제 잠을 자는 동안, 시간 왜곡 현상, 그러니까 시간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 확인한 게다.
4.
내게도 단점이란 게 있다면, 아, 아니, 장점이란 게 있다면(본심 나와서 안 겸손한 사람될 뻔, 휴우) 꿈을 잘 꾼다는 것인데(프로 드리머! ... 좀 더 정밀히 하면 잘 기억한다는 것) 가장 길게 꾼 꿈은 대략 반평생을 꿈 속에서 살았을 때의 경험이다.
드문드문이기에(꿈 속에서는 장면 전환이나 시간 흐름이 일정치 않으니까요) 완벽한 반평생을 살았다 할 순 없으나 단일 스토리란 점, 당시 잠을 잔 8시간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시간을 늘려 경험했으니 인상 깊을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이걸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5.
인간이 시간 때문에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삶, 그리고 타인이 된 감정을 알 수 있을 무한의 시간을 얻는다면 꿀도 이런 꿀이 또 없다(실제 꿀 좋아함. 지금도 먹는 중).
최근의 “속도”로 본다면, 죽기 전, 아슬아슬하게 나의 자아가 가상현실에 업데이트되는 특이점을 경험할지도 모르겠지만(물론 빈부격차 때문에 있어도 못 경험할 확률이 높겠지요. 시무룩...) 여튼 이런 실험에 대해 알게 된 날은 이래저래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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