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내 아들 태일아

사랑하는 내 딸 효순아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옷은 따스하게 입고 다니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걱정이구나.

 

 

 

가끔씩

창 밖으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

저 꼬리에 매달려 너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단다.

 

 

 

올 가을 우리 아들 생일에

내 손으로 미역국 하나 만들어 먹이지 못한 것이

어찌 그리 죄스럽던지.

우리 효순이는 지금쯤

떡볶이가 먹고 싶어 안달이 났을 터인데

어떻게 참고 있을는지.

 

 

 

너희들은

항상 괜찮아요, 괜찮아요,

라고 얘기 하지만

항상 더 잘 해 주지 못한 것이

죄가 되는 게 어미 마음이란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편지에

우리 아들 태일이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고

우리 딸 효순이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고 적혀 있더구나.

 

 

 

항상 밝고 고운 마음으로

아직까지 이 늙은 어미에게

속 사정을

숨김없이 애기해 주는 너희들이

너무나 고맙고

또 감사할 뿐이다.

너희들이 그렇게 속에 있는 얘기를 해 줄 때마다

이 어미는 아직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단다.

 

 

 

태일아.

너는 지금 네 삶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효순아.

너는 지금 네 생애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효순아.

 하나밖에 없는 내 딸, 효순아.

세상을 다 줘도

네 머리칼 하나와도

바꾸지 않을 내 고운 딸 효순아.

 

 

 

울으렴.

실컷 울으렴.

울고 울고 또 울고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으렴.

네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흘 밤낮을 그렇게 울고 또 울고

오빠한테 좋아하는

쵸콜렛도 많이 많이 사달라고 그러렴.

 

 

 

오빠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혹시 그 기쁜 마음에 누가 될까

애써 슬픈 마음을 누르며 참고 있는

마음씨 고운 우리 효순이의 모습이,

 

동생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는데

행여 상처를 줄까

사랑을 시작했는데도

조심스레 지내는

우리 속 깊은 태일이의 모습이,

 

보지 않아도

너무나 선명하게 내 눈 앞에 그려지는 구나.

 

 

 

 늙은 어미가

긴 말 하지 않아도

너희들의 밝고 고운 심성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아껴주며

지금의 일들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내 소중한 아들, 딸들.

아마도 너희들은 네 생애에서

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의

한가운데에 서있음에 틀림없는 듯 하구나.

 

 

 

나는 언제나 너희들이 자랑스럽단다.

너희들이 슬플 때도

너희들이 기쁠 때도

이 엄마는

항상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다오.

정말 한날, 한시도 너희들을 잊은 적이 없단다.

 

 

 

옆에서 아버지가

편지를 쓰는데 왜 또 눈물이 그렁그렁 하냐고

핀잔을 주는 구나.

 

 

 

글쎄다.

맨날 너희들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군데.

맨날 자기가 전화해 놓고는

아닌 척

서둘러서 나에게 전화기를 맡기는 사람이 누군지는

너희들도 잘 알지?

그러곤

국제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애들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빨리 끊으라고 하는 심보는 뭐람.

 

 

 

너네 아빠 배고프다고 난리다.

너희들에게는 무섭기만 한 사람일지 몰라도

추운 겨울에

너네들 뒷바라지 한다고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 잊으면 안되는 거 알지?

아무리 힘들어도 지갑 속 너희들 사진 보면

하루 피로가 다 풀린다는 사람이다.

주말엔 거실에 앉아서 골백번은

더 본 너희들 옛날 앨범은 뭐 그리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보는지.

 

 

 

그래도 너네 아빠 위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

이제 슬슬 저녁준비를 해야 될 듯싶구나.

 

 

 

태일아, 효순아.

조금 귀찮더라도

아침 꼬박 꼬박 챙겨먹고

감기 조심해라.

공부도 쉬엄쉬엄 해야지

몸 상하면서 하면

그거 아무 소용없다.

필요한거 있으면 꼭 전화하고.

 

 

 

그럼 진짜 이만 줄인다.

항상 서로 도우며 사는 것 잊지 마라.

밥 먹고 양치질 필수!

 

 

 

 

 

 

지구 반대편의 아들 딸을 그리워하며

나 자신 보다

너희들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note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