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우리학교엔
이상한 선생님이 한 분 있었다.
그 선생님은
참....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분이다.







소위 학교에서 난다 긴다 하는 녀석들을
엎드려 뻗친 채로 발로 짓 이기고는 울게 만들었다.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그 흐느낌을 잠깐 설명해 보자면...





 
언젠가 우리들 모두를 집에 못가게 한뒤
(뚜껑이 한번 열렸다 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반 전체를 집으로 보냈지 않았다. 6시든 7시든.)
그리고 몇몇 애들을 밖에 엎드리게 한 뒤(일명 양아치라고 불리우는 이유없이 남을 해꼬지하는 아이들)
정말 괴롭게 만들었다.







그 중엔 평생 울것 같지 않은 아이가 한명 있었는데
주먹도 꽤나 잘 쓰는 녀석이
정말로 흐느끼며
'흑- 흑- 자- 잘- 못햇어요. 서- 선생님- 제- 제발-'
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몇 시간이나 엎드려 뻗쳐를 시켰는지
몇번이나 구둣발로 밟았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정말로 견딜 수 없어서 흐느끼는 듯한 그 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남아있다.
'설마 저 녀석이-'하고 생각했으니까.
정말로 괴로워지면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정말로 무서워지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없는 거구나 하고.
처음엔 이 정도쯤이야 하다가도
그런 상황이 몇 시간이나 지속되니까
그 녀석은 실감했을 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정말로 끝까지 갈지 모르겠다라고-








약간 오싹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걱정도 됐다.
녀석이 아니라 선생님이-
'저 사람은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걸까.
학생들을 해가지도록 학교에 잡아두고
이렇게나 때리면 분명히 난리치는 학부모가 한명쯤 있을텐데'하고.






하지만
엎드려 뻗친채로 눈물을 뚝뚝 떨구는 남자애들을 보고도-
아주 오랜시간동안
선생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수업시간에
입을 가리지 않고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는데-
(선생님의 수업 도중 이었다. 선생님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굉장히 예의가 바르기로 
소문난 내가-거짓말 같지만 이건 진짜였다!-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



선생님은 나를 시멘트 벽 앞에 세우곤
'어금니 꽉 깨물어'



-




그리고
정확히 내 오른쪽 아구창을 있는 힘껏 날렸다.
한번 날라가고-
다시-
두번 날라가고-
다시-
정확히 그렇게 세번.
(덕분에 학교에서 오뚜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







언젠가는 독후감 대횐가-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2편을 써야 될일이 있었는데
나는 개념없이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의 분위기상 그것은 개념없는 일이었다.)
감동받은 만화책으로 독후감을 썼다.
(아마 '노구찌 히데요'와 '쥐'였을 것이다.)
그리고
몇일이 지난 후에 선생님이 나를 불렀고
만화책으로 독후감을 썼다고
혼나는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니가 학년 대표다.'











딱 그 한마디-




정말 기분이 벅차 올랐다.
겨우 중학생.
게다가 한 학년.
고작 천명도 안되는 인원의 대표.
그 사실이 기분이 좋았다는게 아니라
이 선생님에게 인정 받았다는게 기분이 벅차 올랐다.
게다가 만화책 인데도.
(조례시간에 자신의 독후감 내용을 낭독했고 그게 학교 방송으로 나갔다.
물론 아무도 제대로 듣지 않았겠지만)






'공부는 속지 않기 위해 배우는게 아니라 속이지 않기 위해 배우는 거다'



그 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분명히 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사람 많았을 것 같다.
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선생님도 있었을 테고.
(선생님 중엔 우리 반의 누군가에 대해서 말 한마디만 하면
애를 반 죽여 놓으니 무슨 말을 못하겠다고 불평을 하는 분도 계셨다.) 








아이를 매가 아닌
직접 손으로 때리는건
사랑의 매가 아니라 순간의 감정 때문일 확률이 높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리고
폭력은 나쁘다.
그래.
확실히 나쁘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있는 힘껏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학생인 나를 내리쳐준 이 선생님이 좋았다.
(뭐- 어쩌면- 나는 그런식으로 밖에 대화가 안되는 학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을 때리는 인간을 증오하는 편인데
이 사람은
감정과 감정이
진심과 진심이
정확하게 부딪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의 마음은 누구보다 곧고 바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본 선생님은 한번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언제나 공부보다는 인간을 강조했다.
다른 반은 공부를 못해서 맞았지만,
우리 반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무언가를 어기지 않는 이상 맞을 일은 없었다.

















1996년-
'큰 사람 되자'는
이상한 교훈을 가지고 있던 OO중학교-
그 곳에서
가장 이상한 선생님었던 전O욱 선생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분이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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