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이 그림을 안 그려주는 바람에
죽지 않는 돌고래가 연재가 되질 않는다.




'죽지 않는 돌고래'는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진 않지만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적어도
그 그림과 사진이 습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일류가 아닐지라도
내 마음 속에서 인정한 사람이 만든 무언가에 
내 글을 달고 싶다.
이왕이면 그것이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것은 마치 본능과 같아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인간성이나 사회성이나 배경이나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100% 꼼짝없이 넘어가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하나의 재능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재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거꾸로 생각해 봤다.
우찬이나 재우가 그림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다면
나는 그들을 좋아했을까.
-
이건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 우찬이나 재우가 불의의 사고로
평생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을 좋아할 것이다.
함께한 시간이란 건 정말로 무서운 것이라-




그런데 만약-
나와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 부터
그들에게 그런 재능이 없었다면-
그래도 우리는 친구였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찬이나 재우는 내가 좋아하는 눈을 가지고 있고
(생김새는 둘다 전혀 닮지 않았다. 눈도 닮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나는 우찬이를 처음 봤을 때 그 눈빛이
재우를 닮았다고 느꼈다.)
또한
내가 충분히 끌릴만한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말로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신적인 존재가 내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정말로 그 순간으로 나를 돌려 보내서
그들의 재능까지 없애 버린 뒤
나랑 만나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 없듯 인생에도 만약은 없으니-

뭐, 그냥 넘어가자.
나는 '왜'를 지독하게 좋아하지만
적어도 사람에게 '왜 좋아하는지'를 따지기 싫다.
그것이 친구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유일하게 '왜'가 안 먹히는 것중에 하나가 친구이기도 하고
'왜'를 쓰잘데기 없게 만드는게 친구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이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는 기분이 좋다.
그 그림이 남이 보기에 못 그린 것이든
스스로 보기에도 별거 아닌 것이든 간에
나는  
티끌만한 사심 하나 없이 기쁘다.
그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또한
그 그림 속에서 이들을 느끼는 것만으로-






*. 참고로 이 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꼭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5.11.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