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18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아내와 나는 거짓말처럼 결혼기념일이 같은지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2.
삼청동에는 한옥에, 테이블이 몇 되지 않는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한 명의 쉐프가 모든 걸 책임진다. 간만의 방문인데 아직 가게가 있어 기뻤다. 2009년에 처음 갔으니 거의 10년을 살아남은 것이다. 대단하다.

맛도 친절도 배려도 변하지 않았다. 


3.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와 살았으니 나의 삶에선 같이 먹는 시간보다 홀로 먹는 시간이 많았다. 일본에선 완벽한 혼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제법 많았는데 그 기분만큼은 아직 생생하다.

거의 완벽한 혼자로 존재해 음식을 먹을 땐 그때 밖에 할 수 없는 생각이 와서 좋다. 정밀히 표현할 시간을 거치지 않아 뭐라 표현해야할지 고민되나 생생한 고독으로 인한 소박한 즐거움이 있다.

4.
같이 먹는 즐거움은 아내를 통해 제법 알게 되었다. 이것 역시 좋다. 아내가 자주하는 말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인데 오호, 옳은 말이다.

음식 자체로도 좋은 것이나 홀로, 생각과 함께 먹는 것도 좋고 같이, 대화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조만간 태어날 하루도 이 두가지 즐거움을 알았으면 한다. 당분간은 식사 예절이 엉망진창일 테지만 계속 그랬다간 엄마에게 살아남지 못할 테니 아무쪼록 아빠는 행운을 빈다.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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