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닥터 프로스트 시즌 4 48화가 공개됐다.

 

닥터 프로스트 시즌 3~4 - 448-Ep6. 난각(9)

448-Ep6. 난각(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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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을 쫓는 이라면 모두 동의하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야 할 드라마가 있다. 한국어로 하면 “막나가는구먼” 이라 번역할 수 있는 이 드라마의 원제는 “브레이킹 배드”다.

 

간혹 월터 화이트만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배터 콜 사울로 대표되는 지미 맥길을 놓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이들은 애송이다. 교과서 위주로 국영수만 파헤친 범생이 소리를 듣기에 딱 좋다.

 

마찬가지로 닥터 프로스트에서 남봉이만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김 기자를 쫓지 않는다면 오대양 육대주를 일개 마을 단위로 만들어버린 만화라는 세상에서, 코흘리개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독자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

나로선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닥터 프로스트가 네이버에서 10년이나 연재될 수 있는 건, 작가도 나름대로 성장이란 걸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은 각자가 생활전선에서 극한을 맛보고 항생제 없이 삶의 독을 맞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그 기간에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나는 그 얘기를 해보고 싶다.

 

4.

닥터 프로스트에서 닥터 후로스트, 아니, 닥터 프로스트를 맡고 있는 남봉이는 천재다. 인간사 희노애락을 힘껏 빨아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김 기자라는 거대한 산맥 앞에선 존재의 채도가 보다 깨끗하게 드러난다. 천재에서 시작한 애송이 따위가 김 기자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김 기자는 자기 손에 피도 묻힐 줄 알고 진흙탕에서 뒹굴어 보기도 하고, 세상에 나가보기도, 숨어보기도 한 자다.

 

작중, 능력은 출중하나 다정다감한 분위기에 익숙치 않은 사회부적응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따! 사람 마음이 므 이래 따습소...! 라 할만한 그의 인본주의적 태도가 인간의 심혈관에 삶을 내리 꽂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5.

연재되는 인기 만화에 이러쿵 저러쿵할 처지는 아니지만, 내가 만약 작가의 지인이라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 캐릭터만 보고 흐름을 보지 못해선 안된다고.

 

정밀한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더욱 소중한 역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조선시대, 수양대군에게 큰 아픔을 당했던 송강호라는 걸출한 인물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그는 파도만 보고 바람을 보지 못했다.

 

남봉이라는 파도를 만드는 건 결국 김 기자라는 바람이다.

 

6.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10년이라는 세월은 각자가 생활전선에서 극한을 맛보고 항생제 없이 삶의 독을 맞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그 기간에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뭘까.

 

차기작의 주인공은 김 기자가 되어야 한다.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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