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은 종종 답답할 정도로 인의의 견본이랄까, 정도만을 향해 걷는 나를 불편해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길을 간다는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어쩔 수 없다. 다만 인간갱생이 안된달까, 인격이 바닥인 사람에게 흥미가 있다. 인간은 자석 같은 경향이 있는가 보다.


제 멋대로인 데다 말도 안 듣는 똥멍청이, 아니, 태용이(김태용)와 지낼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다. 몸이 안 좋아 지금은 쉬고 있지만, 어쨌든 아부나이 니홍고 시즌1의 PD를 맡았던 태용이가 죽은 뒤론, 아니, 쉬러 간 뒤엔 마음이 산뜻해졌다. 태용이는 눈에 안 보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 아끼는 편이다.





2. 
아부나이 니홍고 시즌2에는 호요요(호화요트 요리사라고 한다. 닉네님을 왜 이런 식으로 짓는진 알 수 없다)라는 신입 PD가 편집을 한다. 들어온 지 1개월이 조금 넘는다.


태용이가 죽고, 아니, 사라지고 이제는 인간에 근접한 레벨의 사람(엄밀히 말하면 마사오님은 인간보단 원숭이나 태용이에 가깝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 들어 조금 이상하다.


최근 하카세 마이 씨와 찍은 사진을 보고 마사오님이 참 해맑다 했더니 호요요는 '뭔가 살인을 하고 개운해 하는 표정'이라 표현했다. 인간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방식이 이상하다.


살인을 해봤는지는 조금 무서워져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살인 후의 감정을 아는 것은 역시 이상하다. 게다가 살인을 하고 개운해져 버리는 유형의 인간은 엄청 곤란한 것 아닌가.


마사오님이 평소에 이상 행동을 많이 하니(낙서 등)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갔다. 물론 그가 실제로 살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사오님이 만약 범죄를 저지른 후, 타 언론사 기자가 나에게 물어보면 '내 그럴 줄 알았다. 뭘 했든 사형해야 한다' 는 느낌의 답변은 언제나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다.





3. 
그저께는 광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요요가 광고주에게 몸을 팔아 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몸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은 없고 무엇보다 누군가 돈을 내고 살 몸이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조금은 윤리적인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20대 후반의 여자아이(사실 나이는 잘 모른다. 대충 그런 것 같은데 어쩌면 나보다 많을 수도 있다)가 추천하는 방법으론 글쎄, 라고 생각한다. 세대가 달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는 남자들이 몸을 팔아 돈을 버는 건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내세울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하는 건 싫다. 싫은 건 싫은 것이다.


생전에 태용이가, 아니, 아직 살아있는데, 뭐, 언젠간 죽겠지만, 어쨌든, 태용이가 조금 괴상한 소리를 자주 내뱉었던 타입이라(이런 점은 태용이와 마사오님이 피를 나눈 형제처럼 닮았다)단련된 덕분인지 가치관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최근엔 녹음 도중 목이 말라 레모네이드를 먹으로 가는데 피디는 녹음을 걸어 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니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안쓰러웠다. '넌 심심하지 않냐' 라고 물었더니 '괜찮아요'라고 했다. 거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안 심심하니까 쓸데없는 일 시킬 생각하지 마요' 라고 했다.


딱히 일을 많이 시키는 타입도 아니고 설렁설렁 일하는 걸 좋아한다. 오래 전에 죽은, 아, 아직 아니다, 어쨌든 태용이도 그래서 날 좋아했다. 물론 태용이 같은 경우엔 회사 와서 실시간 야구 중계 보는 게 꼴보기 싫어서 일부러 없는 일을 만들어 시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후배들은 나보다 일을 적게 해야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데다 굳이 일을 시키려고 물어본 건 아닌데 갓 들어온 신입이 그렇게 말하니까 상처를 받았다.





4. 
아마도 아부나이 니홍고 PD들은 어느 정도는 미친 사람이랄까, 싸가지 없다고 할까, 위악적이랄까, 자기 멋대로랄까, 마사오랄까, 태용이 같은 느낌이다. 소심한 데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쉬운 타입인 나로서는 가끔 버거운 면이 있다. 이런 것이 조직의 어려움일까. 어쩌면 그냥 운이 없는 걸 수도 있다.


가끔 맹수와 독충이 사는 정글에 한 마리 다람쥐가 된 기분이다. 오랜 시간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 조금은 인간다운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추신 : 아, 원글 출처는 이곳 https://www.facebook.com/kimchangkyu1201/posts/919066018141575 입니다. 



2015.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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