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에겐 고유의 ‘화살표’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화살표’는 ‘이상한 사람’을 향하는데, 혹자에 따라선 ‘기괴한 인간’에 끌린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아내랑 결혼한 건 아니지만).

눈치챈 것은 20대 중반쯤 되는 어떤 날로, 지난 날을 돌이켜 자연스러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라는 건, 흔히 한 동네, 한 반이 되어 친해진 경우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건 

‘0반에 OOO은 아버지가 도박꾼인데 팔이 잘맀단다. 가는 맨날 뒷자리에 멍하니 있다.’

‘0반에 XXX는 3년 동안 한 마디도 안한다. 아버지가 유명한 범죄자라 카더라.’

‘0반에 OXO은 밥 먹을 때만 학교 오고 밥 묵고 간다’ 

라는 소문을 듣고, 다짜고짜 쳐들어가 얼굴을 확인하는 식이다.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마, ㅇㅇㅇ, 함 뜨자’ 가 아니라,

‘마, ㅇㅇㅇ, 내랑 친구하자’ 

라는 이상한 그림을 학창시절 내내 그려왔던 것이다. 

그때는 이상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다. 어린 날에는 유치하거나 폭력적으로 고유의 개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2.
이런 ‘화살표’는 이따금 스스로를 고민케 하고 곤혹스럽게 하나 나이가 들면 본성이나 취향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일케 살련다, 로 정리된다. 끌리지 않는 인간과 함께 울고 웃는 건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되고, 나도 한 조직의 구성원이 되고, 시간은 쌓여가고, 실로 오랜만에 ‘화살표’가 동하는 인간 하나가 온다. 

3.
이름이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에, 분위기나 느낌으로 나만의 별명을 만들어 분류하는 버릇이 있다. 그는 보자마자 ‘곤잘레스’ 라고 이름표를 붙여두었다. 

물론 이런 습관을 타인에게 말하진 않는다. 대부분 당사자에게도 평생 말하지 않으니(설명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로선 아무런 개연성이 없기 때문에 번거로워진다), 내 속에만 있다. 

그러니 그가 곤잘레스처럼 생겼거나(물론 곤잘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도 설명할 수 없다), 곤잘레스니까 곤잘레스지, 라고 말할 수밖에. 

그렇게 속으로 

‘어, 곤잘레스 지나가네’

‘어, 곤잘레스 담배피네’

했다. 

4.
권력의 정점이자, 정보의 블랙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새로운 인간이 조직으로 들어올 때, 뒷조사, 아니, 정보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당시의 보고를 종합하면, 

‘세계를 떠도는 사진작가로, 주로 위험하고 더러운 지역을 다닌다. 난민 사진을 전문으로 한다. 총을 들고 다닐 것 같이 생겼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는 이와는 관계없는 종류의 업무를 하였지만 말이다(여기는 사회의 규칙이나 이력이 잘 적용되지 않는 곳이라 밖에선 우주비행사를 했지만 안에선 마켓 냉동창고 요원으로 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또 평범한 사람이 한 명 들어왔군, 하고 지내던 와중이다. 곤잘레스가 우연히 우리의 인물 사진을 찍어주고 문제점을 알았다. 

‘아니 ㅆㅂ, 뭐 이렇게 인간을 있는 그대로 찍나’

5.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아주고 노출해주길 원한다. 이 작은 한 걸음이 삐끗하면 핥아주기가 되다가 물고 빨기가 되고 급기야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런 일에 관심이 적은 인간은 타인의 장단을 그대로 드러낸다. 비매너와는 다른 감각으로, 좀 더 정밀히 하면 장단을 그대로 비춰낸다. ‘일반적인’ 타인의 호감을 원하는 강도가 약하고, 작든 크든 권력을 쫓지 않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자신 속으로 파고들거나 하나에 꽂히는 경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발효되는 냄새가 누군가에겐 호감이고 누군가에겐 비호감이다. 

처음 본 곤잘레스의 인물 사진 이후, 어느날 2층 베란다에서 잡담을 나누다 나는 이 인간의 또다른 문제점을 눈치챈다.

‘와, ㅆㅂ, 세상에 불만 존나 많네.’ 

6. 
안타까운 사실은 나는 이런 인간에게 적잖이 끌린다는 점이다. 미동 없이 맑고 깨끗한 눈도 불편하고(실제로 눈빛이 비현실적으로 깨끗하다. 처음엔 의안인가 했다), 세상에 불만이 존나 많은 것도 불편하고, 위험하고 더러운 지역만 다닌다니까 나한테 병같은 거 옮기면 어쩌나 불편하기도 하지만 말이다(애 아빠는 이런 것도 걱정하지요). 

지난 몇 년간 곤잘레스를 보며 과거, 본지와 인터뷰한, 그리고 IS에 4번 납치되었다 살아 돌아온 츠네오카 코스케 기자의 말을 떠올린다. 

‘위험 지역에 가는 건 기자의 본능인가요?’

‘말도 안되는 곳에 가는 사람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 곳에 가는 사람은 사실 모두 변태죠. 아주 적은 비율입니다만, 한 사회에는 반드시 변태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변태들은 반드시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변태들 중에서도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그런 곳을 취재하는 저널리스트같은 존재죠.’

‘그런 곳을 취재하는 분들 중 변태가 많은가요?’

‘전원 변태입니다. 정상인은 아무도 없어요.’

‘그래요? 좋은 사람도 있었는데...’

‘좋은 사람인 척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변태입니다’

7.
곤잘레스의 본명은 조진섭이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쫒는 그의 눈은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Dialogue Factory

대화공장 - 일상을 꿈꾸다

www.dialogue-factory.com

 

2020.12.31

+ Recent posts